"He is my General!"

한국인으로부터 한반도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미국의 참전용사는 백선엽 장군을 자랑했다.
먼소리



2년 전에 지금 집으로 이사오는 날이었다. 짐을 나르고 있는데 옆집의 노인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얼굴을 바로 보면서 'Are you Korean?'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까 그 노인은 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푸산, 태구, 태전, 써울' 여기까지 나는 그가 한국에 여행다녀 오신 분으로 자랑삼아 얘기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상기된 표정과 언어는 계속 되었다.'개성, 평이양, 씬의주' 나는 '앗차, 큰일날 뻔 했다' 싶은 마음으로 허리를 90도 굽히고 그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예를 표하고 'Thank You, Thank you, Thank you'하고 인사를 드렸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지 모릅니다.'
'아니면 태어났더라도 얼마나 지옥같은 삶을 살아야 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나의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계속 짐을 나르고 정리하느라 하루 종일 시간이 다 가고 있는데 저녁에 내 나이 쯤 되는 그분의 아들이 퇴근하면서 내게로 다가왔다. 자신의 부친이 오후에 자기의 사업체에 들려서 옆집에 코리안이 이사왔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목이 메이고 눈물이 흐르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아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자신의 부친이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사람에게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의심하였는데 시간이 지나가면서 한국에서 미국에 방문한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서라든가 한국의 뉴스를 접하면서 그 말을 믿게 되었다. 감사를 안하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을 의심하고 증오하고 저주하는 생각이 한국의 보통사람들 심지어 미국에 자녀들 조기유학 보내는 부모들까지도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집에 홈 스테이 하는 고등학생도 미국 사립기독교 학교에 다니면서도 종종 미국아이들과 마찰을 일으키는데 가만 대화를 해 보니까 미국 아이들의 사소한 장난도 심각하게 오해를 하고 증오심을 가지고 학교를 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미국인을 쉽게 쉽게 양놈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 사람이 한국사람을 조센징이라 부르면 기분 나빠할 텐데 미국 사람들은 한국사람을 조롱조로 부르는 단어가 없없다.

지난 6월 말 옆집 죠겐센 노인을 625를 기념해서 감사의 표시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점심 약속을 하고 벨뷰의 어느 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2차 대전에 참전하고 625와 월남전까지 참전하고 대령으로 예편한 베테랑이다. 나에게 '팍 순엽'을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니까 몇번 더 발음을 하면서 자기 발음이 틀릴 거라고한다. 분명히 유명한 사람이길래 나에게 물어 볼 것 같아서 곰곰 생각해보니 '백선엽' 장군이 생각났다. 그래서 'first Division Commander'냐고 물어봤더니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면서 'Yes, He is my General!'이라고 답한다. 625 때 자신의 미군 부대가 한국 1사단에 배속되어 신의주까지 진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추운 겨울 영등포 어느 민가 온돌방에서 하루 잠을 잔 것과 그 집에서 바깥에 큰 콘크리트 목욕통에 물을 데워 미군들이 한명씩 벌거벗고 뛰어나가 목욕을 하는데 발바닥이 뜨거워서 데인 이야기도 하였다. 그 집주인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전투식량을 다 주고 그 집주인은 자신에게 조그만 술잔들을 몇개 받았는데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와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차를 타기 전에 다시 한번 그는 백선엽 장군을 기억하며 'He is my General'하고 매우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차를 타고 떠나는 그에게 나는 잃어버린 경례가 저절로 나왔다.

돌아오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나는 약 2년전 조갑제 선생이 쓴 박정희 전기를 읽으면서야 625 전쟁의 실화들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던 것 같다. 거기서 백선엽 장군이 어떤 싸움을 했는지 몰랐더라면 오늘 이 미군 베테랑과의 만남의 의미는 덜 하였을 것이다. 나 자신도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렇게 잘 모르니 미국에 어떻게 감사할 수 있겠는가 싶다.

성경에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때 하나님은 매우 빈번히 반복하여 자녀들에게 이 역사를 소중히 교육하여 자손들이 타락하지 않도록 경고하신다.

몇 년전에 스노호미시라는 좀 작은 시애틀 북부의 시외지역의 동네 도서관 앞에 서있는 기념비를 보았다. 그 비에는 그 동네 출신의 전사자들의 이름이 2차대전, 한국전쟁, 월남전 별로 새겨져 있었고 지금은 이락전의 희생자들의 이름이 추가되고 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그 기념비를 보여 주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린 적이 있다.

앞서 말한 백선엽 장군은 내가 어릴 때 다닌 후암국민학교와 바로 담을 같이한 집에 사셨다. 국민학교 6년을 다녀도 한 번도 그 옆집 사는 장군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죠겐센씨와의 대화와 그가 내 머리 속에 깊은 여운을 남겨준 말 'He is my General!'을 생각하면 요즘 작전 통제권을 무슨 하나의 자존심과 이해관계처럼 말하고 미국에 대해 자주를 내세우는 대통령의 모습이 오히려 미국에 무슨 깊은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느끼고 미국에 경멸적인 언사를 내뱉는 것이 더 부끄럽게 느껴진다.

죠겐센 씨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았었다. 2차대전에 미국 전사자가 몇명인가
'80만이다.'
그렇게 많은 희생자를 낸 2차대전이 끝나고 어떻게 또 5년만에 한국에 그 많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보냈는가?'
'유엔이 결정하고 가라하니까 간 것이다.'

자주 국방해야 한다고 그토록 많은 피를 아낌없이 흘리며 일본에서 김일성에게서 두번이나 구해 준 미국에 배은 망덕으로 갚는다면 우리민족은 전세계와 역사에 큰 오명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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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립/멀리서 보내온 먼소리님의 경험담은 매우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죠겐센 선생의 글썽이는 눈을 직접 보는 듯 느껴졌습니다. 죄송한 부탁이지만, 저의 간절한 마음, 감사의 마음을 그 분에게 대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에는 많은 참전용사들이 아직 살아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웃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먼소리님 처럼 가끔 식사에 초대하여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민간외교를 전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뜩이나 한미관계가 냉각되어가는 시점에 아주 의미있는 외교 캠페인이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2006-08-10 오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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