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수해 복구 지원의 表裏

이번에 북한에 주는 수해 복구 지원 경비는 있는 돈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빚을 내서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북 수해 복구 지원의 表裏 -- ‘빚잔치’의 성격을 바로 알자

노무현 정부가 이번 여름 북한이 겪은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국고로 지원하는 물자는 국내산 쌀 10만 톤, 시멘트 10만 톤, 철근 500 톤, 덤프트럭 100 대, 굴착기 50 대 및 모포 8만 장, 응급 구호세트 1만 개와 의약품 등이다. 정부는 여기에 소요되는 경비 2,210억 원 가운데 쌀 지원 비용 1,950억 원은 ‘남북협력기금’에서 400억 원, ‘양곡관리특별회계’에서 1,550억 원을 각기 쓰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100억 원 범위 내에서 ‘매칭 펀드’ 방식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국고 지원 대북지원 총액은 2,310억 원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분명히 해 둘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4,700만 국민들은, 물론 예외가 있겠지만, 거의 모두 북한에서 발생한 수해 피해를 가슴 아파 하고 또 돕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동포애가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돕는 것은 돕더라도 알아야 할 일은 알아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 동포들이 겪는 수해 피해를 지원하면서 우선 알아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지원하는 돈이 어디서 나가는 것이냐는 것이다. 정부는 마치 “있는 돈”에서 “꺼내 주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마치 ‘남북협력기금’이나 ‘양곡관리특별회계’라는 ‘곳간’에서 “꺼내 주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부채’가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 눈사람처럼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2일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2003년 대한민국의 ‘국가채무’는 165조7천억 원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인 금년 말의 ‘국가채무’는 283조4천억 원에 이르게 되어 있다. 불과 3년 사이에 118조 원이 늘어나고 있다. 2002년에 비해 2006년 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무려 13.2%나 상승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문자 그대로 이 정권 아래서 대한민국은 지금 ‘빚잔치’ 중에 있다. 이번에 북한에 주는 수해 복구 지원 경비는 “있는 돈”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빚’을 내서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빚’은 ‘빚’이다. 이 ‘빚’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그가 이끄는 현 정권이 갚는 것이 아니다. 다음 정권, 그리고 다음 세대의 국민들, 즉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빚’을 내서 만든 돈을 어디에 쓰는지, 그리고 그렇게 쓰는 돈이 어떠한 효과를 발생시키는지는 알아야 한다. “화수분에 물을 붓는” 우매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사실은 앞에 언급한 눈사람처럼 늘어나는 ‘국가채무’ 규모가 보여 주는 것처럼 실제로 우리의 재정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사실은 우리는 북한의 수해가 과연 정확하게 얼마가 되는 것인지, 정확하게 어디에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우리가 도와주는 것이 과연 필요한 곳에 쓰여 지는지를 모르는 채 “묻지 마” 지원의 형태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북한의 수해 피해를 수습할 책임이 있는 북한의 당국이 공식적으로 공표한 피해 내용이 없을뿐더러 북한의 당국이 공식으로 우리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없다는 데 있다.

지금 노무현 정권이 서두르고 있는 대북 수해 피해 복구 지원은 분명히 수순이 꼬여 있다. 노 정권이 우선 했어야 할 일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수해 피해 상황을 공개하고 공식을 우리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올 때를 기다렸어야 마땅하다. 이 시점에서 노 정권이 보다 적극성을 과시하기를 희망한다면 당연히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게 피해 상황을 알려 줄 것을 요구하고 우리측의 지원 의사를 통보하면서 북한 당국이 우리측의 도움을 희망하는지 여부를 물었어야 했었다. 그리고 우리측이 효율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 위하여 우리측이 수해 피해 파악 동참을 허용할 뿐 아니라 수해 복구 방안에 관해서도 우리측의 건설적 조언을 수용하도록 요구했어야 마땅했다. 실제 지원의 내용과 규모를 정하는 것은 그 뒤의 일이라야 했었다.

이 문제에 관하여 이른바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최근에 한 발언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사실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번에 북한이 당한 수해 규모가 ‘국가위기 급’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이를 “공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경우 내부적으로 체제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설명(?)’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사실을 말한다면, 도대체 그의 말대로 “내부적으로 체제 위기를 맞이할 것을 걱정해서 피해규모를 주민들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실체’라면 우리는 그 같은 북한 정권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 같은 ‘부실 정권’은 스스로 무너지도록 방치하는 것이 당연히 북한 동포들은 물론 남북관계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정세현 씨에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동포애의 입장에서 북한 동포들의 수해 복구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명제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노 정권이 하는 대북 지원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만약 더구나 ‘국가채무’를 증가시키면서 ‘국고’에서 꺼낸 돈으로 이 정권 안팎에서 북한의 ‘수령독재’ 정권과의 ‘연대’와 ‘연계’를 ‘관리’하는 데만 집착하고 있는 세력의 입장을 도와주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 노 정권의 이번 대북 수해 복구 지원의 진정한 성격이라면 우리는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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