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거리도 안 되는 '헌재소장'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실시한다 하여도 위헌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시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전효숙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될 자격이 없다는 주장에서 문제가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전 후보자는 헌법상 헌재소장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는지를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은 바로 이 조항에 근거한다.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을 사퇴하고 현재는 민간인 신분이므로 헌재소장에 임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해석도 다른 법해석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인 출발점은 문리(文理)해석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헌법 조문의 내용이 너무 명백하게 “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하게 되어 있어서 다른 해석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한편 대법원장의 임명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관련조항과 비교해 보면 결론이 더욱 명백해진다. 헌법 제104조 제1항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규정이 없다. 대법원장의 경우 필요하다면 바로 재야 법조인 중에서도 임명할 수 있다. 이 조항을 반대해석하면 헌재소장은 반드시 현직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또한 헌법 제105조에서는 대법관의 임기를 6년으로 하면서 대법원장의 임기도 6년으로 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서 헌법 제112조에서는 헌법재판관 임기는 6년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이 없다. 헌재소장의 임기에 관하여 별도로 언급이 없는 것은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임기 동안 재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조항 역시 헌재소장은 현직 재판관 중에서 임명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개헌 당시에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법원장과 다르게 헌재소장은 반드시 현직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한 것은 헌법재판업무가 일반적인 재판업무와는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즉 대법원장이 수행하는 민사·형사 등의 재판업무는 법조인들이 일반적으로 취급하는 업무지만 헌재소장이 담당하는 헌법재판업무는 법조인들이 통상적으로 취급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에서 일정 기간 근무함으로써 헌법재판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한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헌재소장이 각종 헌법소송의 재판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이와 같이 헌법의 관련조항을 종합해 보면 헌재소장은 현직 헌법재판관이 아니면 임명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고 이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실시한다 하여도 위헌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관의 신분은 인사청문회를 거쳤다고 취득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 조문 하나를 소홀히 한 실수가 국회에서 혼란과 대립을 초래하고 있으며 헌법수호기관의 수장자리에 일시적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힘을 합쳐 헌법규정에 충실하게 절차를 밟아 가는 것이 입헌주의를 구현하는 길일 것이다.




임종훈· 홍익대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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