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期´의 의미

처녀를 강간해놓고도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 결혼한 것으로 간주하자고 하면 강간죄가 없어지는가?

5년 11개월을 마친 사람을 사퇴시킨 후 재임명하면?



지금 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사임과 재임명과 관련하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제 야3당이 결단할 차례'라며 '판을 깨는 사람을 응징하지 않는 중재자는 중재자가 아니다'라고 발악에 가까운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에서 우기는 바와 같이 단순한 절차적 하자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 문제에 하자가 존재한다.

본질적 문제란 바로 ´임기´와 관련된 것이다. 헌법에서 특정 직무에 대해 임기를 규정해 놓았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6년의 임기의 의미는, 한번 임명이 되면 임기는 진행이 되며, 어떤 사유로서든 중단되면 그것으로 임기는 끝난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6년의 임기 중 3년을 마치고, 무슨 사유로서든 1년을 쉰 다음에, 다시 남은 3년을 채울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6년의 임기 중 3년을 마치고 난 후, 사퇴했다가 다시 임명하면 또 다시 6년의 임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그 어느 것도 ´임기´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훼손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위와 같은 일들이 가능하다면, 6년의 임기 중 5년 11개월을 마친 사람을 임의로 사퇴시킨 후 재임명하면 또 다시 6년의 임기가 시작되고, 그 임기 중 5년 11개월을 마친 후 또 다시 사퇴하고 재임명하여 6년의 임기가 시작된다면, 어느 특정인의 임기를 종신으로 연장할 수가 있다. 이것은 명백히 임기의 의미에 반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로 이런 얼토당토않은 꼼수를 부렸다. 이 꼼수를 모른 채 전효숙 재판관의 재임명과 관련하여 단지 이것이 절차적 하자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절차적 문제만 바로 잡으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법의 해석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법적 행위다. 이것은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요 절차를 빙자한 내용의 변질이다.

노무현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최소한의 양식과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우격다짐을 국민들이 배우고 특히 젊은 학생들이 배울까 겁난다. 정의로운 사회를 가꾸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정도를 따라가야 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설사 전효숙이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임명된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처녀를 강간해놓고도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 결혼한 것으로 간주하자고 하면 강간죄가 없어지는가?

양심이 있다면 이번 파행은 이것으로 묻어 두는 것이 옳다. 억지는 부리면 부릴수록 상처만 입게 된다.

[정창인 독립신문 주필]http://blog.chosun.com/cchun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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