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在禎 장관은 먼저 課外授業이 필요하다

李장관은 판문점 군사정전회담 유엔군측 수석대표였던 터너 조이 제독의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를 읽기 바란다.
아무래도 이 신임 장관은, 비록 일단 장관직에 취임을 했더라도, 대통령에게 특별히 말미를 얻어서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 특히 그 중에서도 ‘북한과의 협상’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과외수업(課外授業)을 받은 뒤에 장관직을 수행하기 시작하는 것이 옳을 듯 생각된다.
 
李在禎 통일부장관은 먼저 課外授業이 필요하다

이재정(李在禎) 신임 통일부장관이 속개(續開) 전야(前夜)의 북핵 문제에 관한 베이징 6자회담 전략(戰略)을 훈수(訓手)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제재(制裁)와 대화(對話)의 방법을 쓰고 있지만 제재는 짧으면 짧을수록 유효(有效)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합의하고 약속한 것을 충직하게 지켜 나가면서 신뢰관계를 축적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신임 통일부장관의 이 두 마디 말은 어째서 그가 통일부장관으로서 부적격자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명언(名言?)이다. 보도된 그의 ‘말’은 그가 도대체 ‘제재’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도대체 ‘제재’가 무엇인가? ‘제재’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것을 거부하는 상대방에게 ‘고통(苦痛)’을 가해서 그 ‘고통’의 힘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하는 수단(手段)”이다.

따라서 ‘제재’는 ‘짧은 것’이 능사(能事)가 아니라 당초 ‘제재’가 의도했던 ‘고통’이 상대방에게 의도되었던 대로 가해져서 그 ‘고통’ 때문에 상대방이 필요한 ‘양보’를 하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제재’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재’를 가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주려고 했던 ‘고통’이 정확하게 가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마땅히 해야 할 필요한 ‘양보’를 할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협상’의 ABC다.

더구나 지금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한국의 노무현 정권도 전폭적으로 지지ㆍ찬동한,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는 북한이 작년 9월19일 4차 베이징 6자회담에서 이루어진, 노무현 정권이 마치 이로써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기나 한 것처럼 떠들썩하게 떠들었던, 귀중한(?) 합의였던 ‘공동성명’을 문자 그대로 난폭하게 위반할 뿐 아니라, 심지어 유일무이한 ‘맹방(盟邦)’인 중국의 적극적인 만류마저 뿌리친 채 핵실험을 강행 실시한데 대한 국제사회의 응징(膺懲) 조치였다는 사실을 이 신임 통일부장관은 모른다는 것인가.

도대체 이 신임 장관은 어디를 보고, 누구를 향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합의하고 약속한 것을 충직하게 지켜 나가면서 신뢰관계를 축적하는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훈시(訓示)’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문제는 북한이, 그것도 지금 전 세계가 근심하는 심각한 평화에 대한 위협인 북한 핵문제에 관하여, 그들이 ‘합의’하고 ‘약속’한 것을 식언(食言)함으로써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에 유엔안보리가 만장일치의 대북제재 결의를 하고 있는 마당인데 대한민국의 ‘통일부장관’이 취임 벽두에 누가 들어도 ‘양비론(兩非論)’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는 둔사(遁辭)를 농(弄)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아무래도 이 신임 장관은, 비록 일단 장관직에 취임을 했더라도, 대통령에게 특별히 말미를 얻어서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 특히 그 중에서도 ‘북한과의 협상’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과외수업(課外授業)을 받은 뒤에 장관직을 수행하기 시작하는 것이 옳을 듯 생각된다.

필자는 이 신임 장관에게 장관직 수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특히 세 권의 책을 읽어 볼 것을 권유한다. 첫 번째의 책은 6.25 전쟁기간 중 1951년부터 1952년까지 판문점 군사정전회담 유엔군측 수석대표였던 C. 터너 조이(C. Turner Joy) 제독이 그의 경험을 토대로 써서 1956년에 출판한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How Communists Negotiate)다. 두 번째의 책은 알프레드 D. 빌헬름 2세(Alfred D. Wilhelm, Jr.)가 저술한 <중국인들과의 담판(談判)>(The Chinese at The Negotiating Table)이다. 세 번째의 책은 프레드 찰스 이클레 (Fred C. Ikle)가 쓴 <국가들의 협상기법>(How Nations Negotiate)이다. [만약 이들 책을 구하여 읽는 것이 번거롭다면 필자의 졸저(拙著) <이동복의 미로 찾기: 통일의 숲길을 열어가며>(서울, 삶과 꿈, 1999년), 2권 pp.200-262 “평화체제로 가는 협상전략”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위의 세 권의 책 가운데 불후의 명저(名著)는 조이 제독의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다. 이 책에서 조이 제독은 정전회담 과정에서 그가 관찰한, 아니 상대해야 했던, 북한측의 협상행태를 다음과 같이 열두 가지로 정리해 놓았다.

①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 위에서만 협상하려 한다.
② 우수한 전문가들로 협상대표단을 구성한다.
③ 의제 협상 단계에서 그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를 의제에 담아내
려 한다.
④ 회담 도중 ‘엉뚱한 사건’을 조작하여 이를 그들의 협상 또는 홍
보 목적 달성에 이용한다.
⑤ 협상 진전을 방해하는 장애물(전제조건 등)을 조성하여 상대편의 인
내심을 시험한다.
⑥ 상대방에게 ‘희망’을 줄 목적으로 뒷날 위반하거나 파기한다는 계
산 아래 일정한 부분적 ‘합의’를 허용한다.
⑦ 일단 이루어진 ‘합의’에 대해선 실천ㆍ이행 단계에서 행사할 수
있는 거부권을 유보한다.
⑧ 회담 도중 돌연 ‘터무니없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관한 그들의
‘양보(?)’를 대가(代價)로 본래의 협상안건에 관한 상대편의 ‘양
보’를 유도한다.
⑨ 회담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거짓말과 사실왜곡을 서슴치 않는다.
⑩ 상대방의 ‘양보’는 상대방의 ‘약세(弱勢)’로 간주하여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식의 강탈적 흥정을 시도한다.
⑪ 이미 이루어진 ‘합의’는 필요할 경우 ‘합의’ 사실을 부인하거
나 아니면‘해석상의 차이’를 유도하여 이의 실천ㆍ이행을 불가능
하게 만든다.
⑫‘일방적 주장'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상대방을 지치게 만들어
‘양보'를 강요한다.

조이 제독은 이 책에서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유의 수호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 경우에 국한해야 하면 단순이 그들이 협상을 희망한다고 해서 이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갈파했다. 이 같은 의견은 조이 제독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유엔군측 수석대표 임무를 이어받아 1953년7월27일 정전협정을 타결시킨 윌리엄 K. 해리슨(William K. Harrison) 중장은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 준비 차 중국군 및 북한군 대표와 판문점에서 예비접촉을 갖기에 앞서 미국의 아서 H. 딘(Arthur H. Dean) 대표가 조언(助言)을 구하자 “그들과는 아예 협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이 제독은 그의 책에서 뒷날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협상’하게 될 후진(後進)들을 위한 몇 가지 ‘충고(忠告)를 다음과 같이 남겨 놓았다.

① 상대방이 ‘협상’을 원한다고 해서 ‘압력’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압력’을 배가해야 한다.
②‘협상’을 장기간 끌면 우리측의 약세로 오인할 염려가 있기 때문
에 ‘협상’은 가급적 단기전으로 가져가야 한다.
③ 상대방이 ‘협상’을 제의하면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상대해야 한
다.
④ 우리측 대표단은 반드시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한다.
⑤ 상대방으로부터 상호주의적 양보가 없는 일방적 양보는 절대금물이
다.
⑥‘협상’을 서두름으로써 우리가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
⑦ 회담 ‘의제’ 설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상대방의 성실성이나‘선
의(善意)’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⑧ 우리의 정치적 목표는 ‘협상’ 개시 이전에 확정하고 변동 없이 이
를 고수해야 한다.
⑨‘협상’을 이유로 우리측이 무력사용을 포기한다고 상대방이 믿게
해서는 안 된다. [조이 제독은 북한측이 전쟁을 선택할 때는 우리
는 전쟁을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북
한측은“상대방에 의한 무력사용 위협을 실감할 때라야 실질적 ‘협
상’에 호응하는 행태를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초반 <남북조절위원회> 대변인 시절, 그리고 1990년대 초반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겸 대변인으로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이끌어 내는 대북 협상 과정에서 조이 제독의 명저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는 필자에게 정말로 많은 참고가 되었었다. 필자는 다시 한 번 이재정 신임 통일부장관에게 장관직 수행에 착수하기에 앞서서 반드시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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