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속개된 베이징 6자회담의 방향이 가시화(可視化)되고 있다. 회담의 양상은 일단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ㆍ태 차관보가 그 동안 워싱턴-베를린-토쿄-서울-베이징-모스크바를 전전(轉轉)하는 셔틀 외교를 통해 ‘윤곽(輪廓)’을 마련한 이른바 ‘초기단계 조치’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관한 막바지 흥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속개된 6자회담은 결국 작년 9월19일자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초기단계 조치’라는 것을 만들어 내는 데까지는 가는 것 같다.
문제의 ‘초기단계 조치’는 우선 북한이 ① 영변 핵시설의 ‘폐쇄’(shutdown), ②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사찰 및 ③ 북한의 핵보유 현황의 성실 신고 등을 수용하고 그 대신 미국은 ‘대체 에너지’ 제공과 ‘대북 제재조치’ 철회의 반대급부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 ‘윤곽’으로 들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의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제안에 따라 ① 한반도 비핵화(북핵 폐기), ② 대북 에너지 및 경제지원, ③ 동북아 안보협력, ④ 북-미 관계 정상화 및 ⑤ 북-일 관계 정상화 등 5개의 ‘워킹 그룹’에서 계속 논의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는다는 것이다.
이번 6자회담의 고비는 문제의 ‘초기단계 조치’의 ‘윤곽’을 어떠한 내용으로 구체화시키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지금 베이징에서는 미-북 양국이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양자접촉으로 통해 마지막 담금질을 진행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 문제가 과연 타결될 수 있을 것인지를 속단(速斷)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북 간에는 ‘초기단계 조치’의 차원에서 북한의 ‘양보’ 사항인 1) ‘폐쇄’와 2) IAEA ‘사찰’ 수용 및 3) “성실 신고” 대상과 미국의 ‘양보’ 사항인 “대체 에너지 제공” 및 “대북 제재 해제” 내용에 관하여 아직도 심각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이 ‘난항(難航)’하는 모습이 연출(演出)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베이징에서의 미-북 간의 흥정은 어떻게든 타결될 전망이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그것은 김정일(金正日)의 북한에게 이 흥정의 타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금년 들어 김정일의 당면한 최대 관심사가 오는 12월18일 남한에서 실시되는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것을 저지하고 ‘친북ㆍ좌파’ 정권을 재창출시키는데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 김정일에게는 6자회담의 파국(破局)을 막아야 할 절대적 필요성이 있다. 김정일의 입장에서 남한의 대선 정국(政局)을 뒤흔들어서 이미 독주(獨走)가 굳어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집권(執權)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사이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깜짝 쇼가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인데 만약 6자회담이 난파(難破)된다면 문제의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이번 베이징 6자회담에서 김정일의 북한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핵무기와 플루토늄을 즉각 포기함이 없이 “이미 전략적 가치가 감소되어 있는 영변 소재 흑연감속형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여 소위 ‘초기단계 조치’의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1) ‘폐쇄’와 2) IAEA ‘사찰’ 수용 및 3) “성실 신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의 ‘대체 에너지 제공’과 아울러 BDA 은행 계좌에 대한 “동결 해제”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대북 제재 해제”를 최대화하는 선에서 ‘신축성’을 가지고 협상을 타결하려 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베이징 6자회담이 타결된다면 그 내용은 1994년 ‘제네바 합의’와 무늬를 같이 하는 아류(亞流)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무늬가 같다고 하지만 이번에 이루어지는 타결 내용은 1994년의 ‘제네바 합의’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의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 타결되는 내용이 “외견상 ‘제네바 합의’와 비슷해도 당시는 ‘동결(凍結)’ 자체가 목표였고 이번에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 핵무기도 곧 모두 없앤다는 전제 하에 동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당국자의 주장은 사실과는 완전히 괴리(乖離)된 기만(欺瞞)이다. 왜냐 하면, 그의 주장과는 달리 1994년의 ‘제네바 합의’에서도 북한은 “북한이 보유하는 흑연감속형 원자로들과 관련 시설을 ‘동결(freeze)’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 원자로들과 관련 시설들을 ‘해체(dismantle)’하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6자회담에서 타결되는 ‘초기단계 조치’는, 아직도 타결 여부가 분명치 않고 또 타결되더라도 그 타결 내용을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만, “북한이 보유하는 ‘모든’ 흑연감속로와 관련 시설”을 ‘동결’과 ‘해체’의 대상으로 삼았던 ‘제네바 합의’와는 달리, 이미 북한이 ‘보유’를 ‘공언’하고 있는, 10여 개로 추정되는, 핵무기는 물론 ‘핵실험’ 관련 시설과 물질 및 ‘고농축 우라늄’ 등은 사각지대(死角地帶)에 방치해 두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 타결되는 소위 ‘초기단계 조치’는 오히려 ‘제네바 합의’보다는 훨씬 ‘함량미달(含量未達)’의 작품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수렁 속으로 함몰(陷沒)되어 가고 있는 이라크 사태와 아울러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정치공세에 몰리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급한 마음 때문에 베이징 6자회담이 ‘빛 좋은 개살구’로 변질(變質)될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김정일의 북한 독재정권과 노무현 대통령의 남한 ‘친북ㆍ좌파’ 정권 간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깜짝 쇼의 멍석을 깔아 주어 오는 12월의 대한민국의 사활(死活)이 걸려 있는 대통령선거의 판세(版勢)를 헝클어 놓음으로써 “게도 구럭도 놓치는” 또 하나의 역사적 과오(過誤)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끝]
베이징 6자회담에서 이번에 타결되는 소위 ‘초기단계 조치’는 오히려 ‘제네바 합의’보다는 훨씬 ‘함량미달(含量未達)’의 작품이 될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수렁 속으로 함몰(陷沒)되어 가고 있는 이라크 사태와 아울러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정치공세에 몰리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급한 마음 때문에 베이징 6자회담이 ‘빛 좋은 개살구’로 변질(變質)될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김정일의 북한 독재정권과 노무현 대통령의 남한 ‘친북ㆍ좌파’ 정권 간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깜짝 쇼의 멍석을 깔아 주어 오는 12월의 대한민국의 사활(死活)이 걸려 있는 대통령선거의 판세(版勢)를 헝클어 놓음으로써 “게도 구럭도 놓치는” 또 하나의 역사적 과오(過誤)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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