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에서 대한민국이 ‘봉’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베이징에서 속개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북한이 이미 만들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들과 핵실험은 물론 농축우라늄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이미 사실상 쓸 모가 없어진 영변 소재 핵시설에 국한하여 이번에는 ‘폐쇄’라는 이름으로 ‘동결’시키는 대가로 북한에게 중유라는 ‘대체 에너지’를 제공하고 해외 은행의 북한 계좌에 대한 금융제재를 대충 해제해 주는 선에서 소위 ‘초기단계 조치’를 마무리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북한에게 중유를 제공하는 일은 아마도 한국 차지가 되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봉’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를 위하여 이번 6자회담에서 만들어지는 5개 ‘워킹 그룹’ 가운데 ‘대북에너지지원 워킹 그룹’의 ‘의장’은 한국이 차지하게 되는 것 같다. 일이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이 기회에 몇 가지 따져 볼 문제가 있다.
지금 북한에 제공하게 될 중유는 연간 50만 톤이다. 이것은 1994년10월21일자 미-북 ‘제네바 합의’에 의거하여 미국이 미국 돈으로 사서 북한에 공급하다가 200년11월분을 마지막으로 공급을 중단했던 것의 공급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차이가 나는 것은 과거에는 미국이 미국 돈으로 사서 공급하던 것을 이제부터는 한국이 한국 돈으로 이를 사서 공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따지고 넘어가야 할 첫 번째 문제는 북한에 제공하는 중유의 양에 관한 것이다. 어째서 50만 톤이냐는 것이다. 형식논리에 입각한다면 50만 톤은 과거에 북한에 제공하던 것을 그 때와 같은 양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그때는 어째서 50만 톤이었느냐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된다. 여기서 50만 톤의 중유는 ‘제네바 합의’에 의거하여 미국이 북한에 지어주기로 약속했던 각기 100만 kw 용량의 경수로 2기와 관련되어 있다.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이 약속한 것은 문제의 200만 kw 용량의 경수로가 건설되는 동안 200만 kw 용량의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 데 필요한 중유를 북한에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필요한 중유의 양이 50만 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황당한 문제가 있다.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무엇을 근거로 하여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경수로의 용량을 200만 kw로 합의해주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게 제공하기로 한 경수로는 북한이 흑연로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흑연로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북한의 전력 손실은 얼마인가? 북한이 이미 가동 중인 흑연로는 영변 소재 5천 kw 짜리가 하나 있고 아직 건설 중에 있는 것이 20만 kw와 5만 kw 짜기가 각 1기씩 있다. 따라서 아직 건설 중인 것까지 모두 합쳐도 발생하는 전력 손실은 25만5천 kw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보상해 주어야 할 전력 손실은 모두 해야 25만5천 kw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제네바 합의’에서 그 8배에 해당하는 200만 kw의 전력을 북한에 제공하기로 합의해 주었다. 당연히 그 근거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봉이 김선달’ 식 흥정의 산물이었다. 당초 북한은 1984년 소련으로부터 함경남도 신포에 44만 kw 용량의 원자로 4기를 건설해 준다는 약속을 받아 놓았었다. 총 176만 kw 용량이다. 그러나, 1990년 소련이 해체되자 옐친의 러시아는 1984년 소련이 했던 약속을 ‘식언(食言)’해 버렸다. 1994년 북한은 흑연로 해체로 발생하는 전력 손실 25만5천 kw에 러시아가 원자로 제공 약속을 ‘식언’함으로써 발생한 전력 손실(?) 176만 kw를 합친 200만 kw 용량의 경수로 제공을 미국에 요구했고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에서 이 같은 엉뚱한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다.
당연히, 다음 의문은 미국이 무엇 때문에 이 같은 ‘봉이 김선달’ 식 흥정을 수용했느냐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이유는 1994년의 시점에서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가지고 있던 그릇된 북한관에 있었다. 이 때 클린턴 행정부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일(金正日)의 북한이 붕괴 전야에 있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빠르면 6개월 이내, 늦어도 3년 이내”에 붕괴될 것이기 때문에 “‘제네바 합의’에서 무리한 합의를 해 주어도 그 같은 합의를 이행할 필요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미국의 대북한 정책에서의 붕괴이론(The Collapse Theory in U.S. Policy toward North Korea)”이라는 제목으로 미 의회조사실의 북한문제 전문가 래리 닉쉬(Larry A. Niksch) 박사가 1996년8월에 발표한 논문 속에 설득력 있게 설명되어 있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이 같은 경위를 배경으로 하여 우리는 이제 베이징 6자회담에서 문제의 전력 손실 문제를 가지고 흥정이 이루어지려 하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차원에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제기되어야 할 문제는 북한이 흑연로를 ‘동결’하거나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전력 손실 보전을 어째서 대한민국이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다른 무기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실전용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사정거리 안에 있는 대한민국이 그로 인한 안보 위협의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핵무기의 확산을 금지하고 있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의 틀 속에서 발생하는 유엔 차원의 국제적 문제로 특히 국제적 핵확산금지 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보다 많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흑연로 포기에 따른 전력 손실을 보전하는 비용의 큰 몫은 미국이나 아니면 유엔의 틀 속에서 국제적으로 부담할 문제이지 대한민국이 거기서 큰 손 노릇을 할 이유가 없다.
둘째로 제기되어야 할 문제는 보전이 필요한 북한의 전력 손실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상론된 바와 같이 북한이 흑연로를, 그것도 이미 가동 중인 것은 물론 건설 중인 것까지 포함하여, ‘동결’하거나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전력 손실은 25만5천 kw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력 손실의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대체 에너지’ 제공 문제는 그 ‘대체 에너지’의 규모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당연히 필요하다. 가령, 그것이 경수로의 형태가 되든지 아니면 화력발전의 형태가 되든지 ‘보전’의 차원에서 제공되는 규모는 25만5천 kw를 넘어서는 안 되며 이를 초과하는 규모를 북한에 제공하려 할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규모에 상당하는 ‘반대급부’를 이번에는 북한으로부터 확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북한이 흑연로를 포기하는데 대한 ‘반대급부’로 보전해 주어야 할 전력 손실의 규모에 대해서는 6자회담에서 새로운 기술적 검토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 같은 경우는 북한에 제공할 중유의 양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50만 톤의 중유가 200만 kw 용량의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데 필요한 양이라면 그 양은 당연히 25만5천 kw 용량에 상당하는 규모로 축소ㆍ조정되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50만 톤의 제공을 굳이 고집한다면 문제의 50만 톤과 25만5천 kw에 맞추어서 새로이 산정되는 중유의 양 사이의 차이에 관해서는 북한으로부터 그에 상당하는 ‘반대급부’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시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정말로 걱정해야 할 일은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지금 6자회담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북 ‘대체 에너지’ 문제가 따져 보아야 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어차피 발생하는 비용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몫”이라는 입장에 입각하여 북한의 부당한 요구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자세인 반면 한국의 노무현 정권은 금년 12월에 있을 대선(大選)용 카드의 차원에서 어떻게든 6자회담의 ‘파국(破局)’을 모면할 뿐 아니라 내용과는 상관없이 일시적으로, 그리고 표면적으로, “6자회담에서 무언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허상(虛像)을 조작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成事)시키는데만 혈안(血眼)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속개된 베이징 6자회담이 가는 방향에 관하여 국민적 관심이 요구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6자회담에서 이루어지는 엉뚱한 흥정에서 대한민국이 부당하게 ‘봉’이 되는 것도 막아야 하지만 더구나 터무니없게도 6자회담이 이 나라의 ‘친북ㆍ좌파’ 정권 재창출에 이용되는 일이 방치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된다. [끝]
전력손실 '보전’의 차원에서 제공되는 '대체 에너지'의 규모는 25만5천 kw를 넘어서는 안 된다
보전이 필요한 북한의 전력 손실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북한이 흑연로를, 그것도 이미 가동 중인 것은 물론 건설 중인 것까지 포함하여, ‘동결’하거나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전력 손실은 25만5천 kw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력 손실의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대체 에너지’ 제공 문제는 그 ‘대체 에너지’의 규모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당연히 필요하다. 가령, 그것이 경수로의 형태가 되든지 아니면 화력발전의 형태가 되든지 ‘보전’의 차원에서 제공되는 '대체 에너지'의 규모는 25만5천 kw를 넘어서는 안 되며 이를 초과하는 규모를 북한에 제공하려 할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규모에 상당하는 ‘반대급부’를 이번에는 북한으로부터 확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북한이 흑연로를 포기하는데 대한 ‘반대급부’로 보전해 주어야 할 전력 손실의 규모에 대해서는 6자회담에서 새로운 기술적 검토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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