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실망

그는 한나라당이 수구 정당, 군정 잔당, 개발 독재 잔재여서 탈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1993년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 원서를 들고 간 것은 손 전 지사 자신이었다.
사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 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설 생각도 비쳤다. 그는 한나라당이 수구 정당, 군정 잔당, 개발 독재 잔재여서 탈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1993년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 원서를 들고 간 것은 손 전 지사 자신이었다.

손 전 지사는 14년간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를 지냈다. 그 당의 얼굴로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도 나섰다. 한나라당 정체성 논란 때는 “내가 한나라당 그 자체”라고 했다. 손 전 지사는 최근엔 경선 룰을 바꿔 달라고 했다. 확정된 경선 룰은 ‘8월 경선에 선거인단 20만명’으로 손 전 지사의 요구와 거의 비슷하게 됐다. 그런데도 탈당했다.

손 전 지사는 지금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2强강구도’를 헤쳐 갈 가능성이 全無전무하다고 보고 당 밖에서 대선 출마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선 후보 지지 분포는 이·박 두 진영으로 대쪽 쪼개지듯 나눠져 있으며 손 전 지사의 설 땅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대의원들 票표의 향방도 그 구도를 따르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손 전 지사가 ‘탈당할거냐’라는 질문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 “내가 살아온 길은 항상 正道정도였다” “내가 무슨 벽돌이냐. 아무데나 갖다 붙이게…”라고 누구보다 강하게 부인하는 걸 보면서 半信半疑반신반의해 왔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이런 자세에서 ‘참신함’과 ‘원칙’을 느끼며 그가 이 마음을 끝까지 지켜 가길 바라기도 했다. 손 전 지사의 탈당과 신당 창당 발표는 이 사람들을 모두 허탈하게 만들었다. 손 전 지사의 이번 變身변신은 경선에 불복하고 당을 뛰쳐나가 출마하는 것을 금지한 현행 법을 비켜 갔지만 불리한 가운데서도 끝까지 가겠다는 그의 태도에 기대를 걸고 거기서 새 정치의 희망을 찾으려 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에겐 경선 불복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크든 작든 대선구도가 바뀌게 됐다. 대선 정국은 앞날을 점치기가 더 어려운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유권자들의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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