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東馥 (전 국회의원/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법 앞에 만민(萬民)이 평등하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①항이 명문으로 밝히고 있는 법치(法治)의 기본이다. 4월10일 국무회의에서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법치의 기본을 근본적으로 유린하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지난 해 10월 그의 386 측근인물인 안희정 씨가 법을 어기고 중국에서 북측 인물을 만난 것이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한 것”이고 그 같은 대북접촉은 “대통령의 당연한 직무행위의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에서의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말’은 대통령은 실정법이 무엇이라고 하건 구애받지 않겠다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제왕적(帝王的) 발상에서 나온 ‘망언(妄言)’이다. 어째서 그런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에서는, 그가 대통령이건 아니면 시정잡배이건 가릴 것 없이, 북한엘 가든지 또는 북한 사람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의 소정 절차에 따라야 한다. 북한 땅으로 가기 위해서는 통일부장관이 발행한 증명서를 소지해야 하고(제9조①항) 북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통일부장관에게 사전, 또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후에, 신고를 해야 한다(제9조의2①항). 이 법 제3조에 의하면 이 법에서 다루는 사항에 관해서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이 법은 물론 기타 공법(公法)의 어느 조항에도 대통령은 이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 이 글의 모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 헌법은 제11조①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당연히 ‘모든 국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또 헌법은 제66조②항에서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라고 박아놓았으며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취임선서는 “나는 헌법을 준수한다”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 같은 헌법과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다면, 아무리 대통령이 통일부장관의 임면권자라 할지라도, 통일부장관의 사전승인이 없이 이루어지는 북한 사람과의 접촉은, 대통령이 이를 자의로 지시하는 행위가 됐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접촉을 하는 행위가 됐건, 또는 대통령 자신이 직접 접촉하는 행위가 됐건, 이 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불법행위이며 이 같은 불법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28조의2①3항에 의거하여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이 같은 관계 법조문에 따른다면, 이번에 문제가 된 안희정 씨의 경우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라는 노 대통령의 ‘말’은 어떻게 보아도 용납될 수 없는 망발(妄發)이다. 그가 안희정이나 그 밖의 다른 인사에게 “대북접촉’을 지시”하는 것은, 적법하게 지시가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그가 주장하는 대로 “당연한 직무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라의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책무인 대통령이 아무리 “당연한 직무행위”라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행하는 것은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권한이다. 비록 “당연한 직무행위”라도 그에게는 이를 합법적으로 수행해야 할 책무가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성격상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사전 신고할 일은 아니라”는 노 대통령의 ‘말’은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작년 10월에 있었던 안희정 씨의 대북 접촉행위는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9조의2①항 위반행위로 제28조의2①3항에 의거하여 '과태료'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이 법의 절차를 무시하고 안희정 씨에게 대북 접촉을 지시했을 뿐 아니라 그 같은 그의 행위나 안희정 씨의 불법행위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회가 헌법 제64조의 명문 규정에 의거하여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여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의 여부를 판단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통일부 대변인의 주장처럼 이재정(李在禎) 통일부장관과 안희정 씨 사이에 ‘사전협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 같은 ‘사전협의’ 과정에서 안 씨에게 북한주민 접촉을 허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 한 통일부장관은 마땅히 ‘직무유기’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10일 국무회의에서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사전 신고해야 하느냐? 사후 신고도 가능한 일이지요”라는 자문자답(自問自答)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안희정 씨가 그의 불법적인 북한인물 접촉 사실을 사후에 신고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그의 상투적(常套的) 어법(語法)이었다. 그러나 이번 안희정 씨의 경우는 ‘사후신고’는커녕 작년 10월 불법적인 대북접촉을 가진 뒤 4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감추다가 이번에 권오홍이라는 중개인(?)의 폭로로 비로소 문제가 된 사건이다.
‘남북정상회담’에 관해서는 노 대통령 자신이 지난 1월25일까지만 해도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라는 어록(語錄)을 남겨 놓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그가 이번 국무회의 발언에서는 이미 작년 10월의 시점에서 안희정 씨의 대북접촉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아침에 하는 말과 저녁에 하는 말이 다르고 장삼(張三)에게 하는 말과 이사(李四)에게 하는 말이 다른 것으로 이미 정평(定評)이 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앞뒤가 다른 그의 언행(言行)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라면 당연히 대통령에 의한 ‘범죄 은폐’(Cover-up)나 ‘위증(僞證)’(Perjury) 논란을 유발함직한 것이다.
언론은 노 대통령이 10일 “지난날 북한과 비공식 대화 통로를 개설하겠다고 하는 제안은 여러 사람으로부터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의 행간(行間)에 담긴 함의(含意)는 그가 안희정 씨에게 대북접촉을 지시한 것은 그 같은 ‘제안’중의 하나의 ‘진위(眞僞)’를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의도가 그러한 것이었다면, 그가 안희정 씨에게 그러한 임무를 맡긴 것 또한 대통령으로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선택이었다. 왜냐 하면, 만약 진정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는 당연히 전혀 전문성이 없는 아마추어인 안 씨에게 그 같은 임무를 맡길 것이 아니라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에 그 일을 맡기는 것이 옳았기 때문이다.
이번 안희정 씨 사건에서 중요한 문제점은 여기서 저질러진 범법행위의 경중(輕重)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보다도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주무장관인 통일부장관은 물론 정부와 여권(與圈)의 사람들 사이에 북한을 다루고 대북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관련 실정법은 물론 헌법조차도 안중(眼中)에 두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당연시(當然視)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현실로 드러났다는데 있다. 북한에 관한 한 법질서의 총체적 붕괴 현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하여 한나라당이 '통치행위로서의 면책 여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지 행위자가 스스로 면책 선언할 일이 아니다'라는 정도로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은 이 역시 부당하다. 한나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차원에서 법률 검토를 하는 것을 권고한다. [끝]
盧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彈劾감
- 李東馥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7-04-11, 0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