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은행 북한 돈의 미스터리

미국의 관심은 오로지 北의 핵실험 방지뿐. 그러다 보니 북한이 칼자루를, 그리고 미국이 칼날을 잡고 있는 형국임을 보여준다.
<미래한국신문> 동북아 워치 [2007.04.24]
이동복 [15대 국회의원․전 명지대 초빙교수]

BDA 은행 북한 돈의 미스터리 - 미국의 관심은 오로지 핵실험 방지뿐

6자회담에서의 ‘2.13 합의’ 타결 후 70여 일의 시간이 흘러 소위 ‘초기조치 이행시한’인 60일을 열흘이나 넘기고 있다. 그러나 아직 ‘2.13 합의’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실천ㆍ이행된 것이 없다. ‘2.13 합의’가 타결되었을 때 워싱턴의 부시 행정부와 서울의 노무현 정권은 큰 소리를 쳤었다. ‘2.13 합의’는 1994년의 ‘제네바 합의’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소위 ‘성과급’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에 북한이 시간을 끌 수 없게 되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북한의 앞에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5개국이 마치 닭 쫓는 개가 울타리를 쳐다 보고 있는 처지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말썽은 여전히 BDA 은행 북한 계좌에 잠겨 있는 북한 돈 2500만 달러의 처리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난 1월 미국의 파격적 양보로 사실상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그 동안의 동결조치를 사실상 백지화하고 북한이 2500만 달러 전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그 결과로 ‘2.13 합의’가 타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그로부터 두 달을 넘긴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북한은 이를 이유로 ‘2.13 합의’의 이행을 계속 보이콧하고 있다. 이제 북한이 원하면 언제든지 2500만 달러 전액을 찾아 갈 수 있도록 미국이 교통정리를 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북한이 오히려 돈을 찾아가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느끼게 한다. 우선 궁금한 것은 도대체 문제의 2500만 달러가 무슨 돈이냐는 것이다. 사실은 2500만 달러는 큰돈이 아니다. 이 문제로 6자회담의 교착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한ㆍ미 양국 정부는 북한에게 문제의 BDA 은행의 2500만 달러 문제를 제켜 놓고 6자회담을 타결시키는데 호응하기만 한다면 그보다 훨씬 거액의 경제적 혜택이 북한의 몫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었다. 그러나 북한의 김계관은 요지부동이었다. “2500만 달러가 내 수중에 들어올 때까지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이 같은 경직성은 문제의 2500만 달러가 평범한 돈이 아님을 말해준다. 김정일의 비자금이라는 주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 이에 관하여 보다 더 궁금한 일은 어째서 북한이 문제의 돈을 인출해 가는 것을 서두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북한의 의도가 문제의 2500만 달러를 회수하는데 있는 것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은 이를 이용하여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장기화시킴으로써 핵을 포기함이 없이 시간을 벌려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2500만 달러의 회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BDA 문제가 터진 뒤 전 세계 금융가로 확산되었고 작년 10월15일자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1718호의 핵심 부분이 되기도 한 대북 금융제재의 전면적 해제를 강요하는 지렛대로 이를 이용하고 있는 기미가 역력하다.

그러나, BDA 문제와 관련하여 전개되고 있는 보다 황당한 일이 있다. 그것은 북한의 터무니없는 몽니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림을 당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2.13 합의’ 때 북한이 이미 개발ㆍ보유 중인 것으로 사실상 공인되고 있는 핵무기는 물론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의혹은 덮어 두고 ‘파먹은 빈 김칫독’에 불과한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하는데 국한하는 것으로 흥정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 작년 10월9일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은 물론 이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제재결의 1718호는 사실상 유야무야가 되고 6자회담의 성격은 실질적으로 ‘핵군축회담’으로 변질됨으로써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의 변화 여부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이 촉발되었다. 그러한 미국이 이번에는 BDA 문제와 관련하여 그 동안의 대북 금융제재는 물론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까지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황당한 행보에 담겨진 함의(含意)다. 최근의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제 오직 한 가지 목적만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슨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어서 오로지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게 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을 알 수 없을 정도의 혼미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상ㆍ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미 의회의 비협조 및 지지도가 나날이 저하되고 있는 레임덕 현상 등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또 한 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도, 취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핵문제와 관련하여 지금 드러나고 있는 현상은 여전히 북한이 칼자루를, 그리고 미국이 칼날을 잡고 있는 형국임을 보여준다. 1990년 소련의 와해 이후 ‘유일 초강대국’의 위치에서 미국이 구가하던 ‘Pax America’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려 하고 있다. 미국의 몇몇 주 의회에서 부시 대통령 탄핵 결의가 이루어지고 또 확대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외신이 전하고 있다. 심상스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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