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화풀이가 언론정책 되는 나라

대통령이 “몇몇 기자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라고 비난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그렇게 말한 내용 자체가 엉터리였는데도 대통령은 막무가내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부처에 마련된 37개 브리핑룸과 기사送稿室송고실을 세종로 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세 곳으로 통폐합하겠다고 기어이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합동 브리핑센터 한 곳을 많게는 16개 부처가 공동으로 쓰면서 정책을 브리핑하게 된다. 브리핑센터는 6월 말 착공해 8월부터 가동된다. 정부는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브리핑이 깊이 있고 충실하다면 브리핑룸의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이 출범 직후 기자실을 없애고 대신 내세운 브리핑제는 시늉뿐인 겉핥기로 판명난 지 오래다. 지난 2월 한 언론학자의 논문은 “부처 실적을 올리기 위한 브리핑이 너무 많고 수요자인 국민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인 정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차관들이 보도자료 낭독하는 수준인 브리핑에 기자들이 모여들지 않아도 대통령이 자주 본다는 한국정책방송(KTV)의 카메라를 의식해 브리핑룸에 출연해 쇼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관료들 중엔 있는 사실도 없다고 거짓말하고, 확인을 거부하고, 기자가 취재에 나서면 윗선에 보고해 사실 덮기에 급급한 사람이 한둘 아니다. 특히 이 정권은 특정 신문에 사실이 보도되면 정보가 나간 경위부터 조사한다. 특정 신문에 기고하거나 인터뷰하는 공직자들에게 경위서 내라고 하는 정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취재창구를 셋으로 좁히고 기자들의 공무원 접촉을 엄격하게 차단하는 것은 정부에 담장을 높이 둘러쳐 국민이 그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 입맛에 맞는 소식만 내보내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정당과 大選대선주자, 단체들이 政派정파와 이념을 떠나 정부의 이런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반대한다는 것은 이 제도가 정권의 퇴장과 함께 곧바로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정동영 前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여섯 달밖에 가지 않을 조치를 졸속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했다. 상식이 있으면 누구나 알 일이다.

대통령이 “몇몇 기자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라고 비난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그렇게 말한 내용 자체가 엉터리였는데도 대통령은 막무가내 밀어붙이고 있다. 이것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대통령의 개인적인 감정 분출일 뿐이다. 정부 부처 브리핑실을 없애는 공사를 하겠다면 그 비용은 대통령 개인이 내야 한다. 대통령이 언론에 화풀이하는 데 쓰라고 국민이 세금 내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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