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情院은 ‘대통령의 分身’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인가?

國情院은 ‘대통령의 分身’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인가?

특정 야당 경선 후보에 대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정치사찰’ 의혹에 관한 국정원측의 해명 가운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소(失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 등장하고 있다. 16일 국정원을 재차 방문한 한나라당 ‘정치공작 저지위원회’ 인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만복(金萬福) 원장이 한말이라고 <중앙일보>가 보도한 말의 한 토막이 로 그러한 대목이다.

김 원장은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의 친인척 재산을 들여다봄으로써 ‘정치사찰’ 시비를 불러일으킨 국정원의 ‘부패척결 TF팀’의 활동을 ‘통상적 업무활동’이라고 옹호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김 원장의 그 같은 옹호발언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었다는 것이 <중앙일보>의 보도다. 즉 그는 ①“국력이 곧 안보다”ㆍ②“부패는 국익(국력)에 반한다”ㆍ③“(따라서) ‘부패척결 TF팀이 움직인다”라는 ’삼단논법(三段論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의 그 같은 ‘삼단논법’은 오랜 기간 남북대화에서 북한을 상대하던 필자에게 연상(聯想)시키는 일이 있다. 북한측이 대한민국의 반공체제(反共體制)를 시비하면서 동원했던 ‘삼단논법’이었다. 당시 북한측이 동원한 ‘삼단논법’은 이런 것이었다. 즉 ①“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민족단결에 반대하는 것이다”ㆍ②“민족단결에 반대하는 것은 통일에 반대하는 것이다”ㆍ③“(따라서)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통일에 반대하는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류의 일방적인 ‘삼단논법’에는 이의 “역(逆)도 진리(眞理)일 수 있다”는 데서 모순(矛盾)이 발생할 수 있다. 즉, 그 식으로 말한다면, ①“공산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민족단결에 반대하는 것이다”ㆍ②“민족단결에 반대하는 것은 통일에 반대하는 것이다”ㆍ③“(따라서)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통일에 반대하는 것이다”라는 ‘역의 논리(論理)’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앙일보>가 전한 김 원장의 논리에서 필자는 과거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수없이 논전(論戰)을 전개한 문제의 하나였던 소위 북한 공산당식 ‘삼단논법’의 재현(再現)을 발견하고 주체할 수 없는 허탈감(虛脫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애용(愛用)했던 ‘삼단논법’의 오류(誤謬)는 ①“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민족단결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전제(前提)’가 오직 ‘부분적 진리’만을 담고 있다는 데 있었다. 마찬가지로 김 원장이 동원한 ‘삼단논법’의 오류는 ①“국력은 안보다”라는 ‘전제’가 ‘전체적 진리’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김 원장은 한 나라의 ‘안보’는 ‘국력’뿐 아니라 그 밖에도 많은 다른 요인에 의하여 좌우된다는 사실을 도외시(度外視)하는 것 같다. 사실은 권위주의 시대를 힘들게 지나서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에서는 ‘부패척결’이 아니라 그 어떤 다른 명분을 가지고도 결코 ‘정치사찰’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안보’의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김 원장과 그가 이끄는 국정원의 구성원들이 망각(忘却)했다는 것인가.

어두웠던 시절, 국가정보원의 전신(前身)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많은 ‘정치사찰’ 행위로 이 나라의 국정(國政)을 헝클어 놓았을 때도 이러저러한 이유와 명분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그 시절의 국정원 전신들이 내걸었던 명분은 지금 김만복 원장이 내건 ‘부패척결’보다는 훨씬 더 상위(上位)의 고차원적인 것이었다. 그때의 명분은 ‘국가안보’였다. “적화통일(赤化統一)을 위해 북한이 전개하는 대남 침투공작에 대처하기 위한 정치사찰”이라는 것이었다.

어두웠던 그 시절 국가정보기구의 구성원들을 구속(拘束)했던 족쇄(足鎖)가 있었다. 그것은 ‘중앙정보부(뒤에는 국가안전기획부)’는 ‘대통령의 분신(分身)’이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보필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재연(再燃)되는 국정원의 ‘정치사찰’ 논란을 보면서 ‘대통령의 분신’의 ‘부활(復活)’을 느끼는 필자의 감회(感懷)에 잘못이 있는 것인가? 요즘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행보(行步)를 보면서 “Like father, like son'이라는 영어 속담(俗談)이 문득 생각난다. 우리말로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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