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新 對北政策’의 白紙化와 再作成을 勸告한다
한나라당 ‘평화통일특위’가 12월 대선(大選)용으로 작성한 ‘신(新) 대북정책’(안)(제목: <한반도 평화비전>; 부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적극적 대북 개방•소통 정책>)을 놓고 한나라당과 보수•우익 성향의 한나라당 지지세력 사이의 갈등의 골이 시간이 흘러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9일에는 이 안을 준비한 한나라당 ‘평화통일특위’의 정형근(鄭亨根) 위원장이 안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하여 재향군인회(향군)에 들렸다가 항의하는 보수•우익 단체 시위대로부터 계란 투척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 정 의원의 수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향군 행사는 향군의 <21세기 율곡포럼>(이사장: 박세직 향군 회장)이 갖는 네 번째 세미나로 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정용석(鄭鎔碩) 단국대 명예교수로부터의 <한나라당 신 대북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와 이에 대한 정 의원으로부터의 해명, 그리고 참석한 회원들의 토론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정 교수는 그의 주제 발표에서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안)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표절(剽竊)’한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한나라당이 친북 세력에게 설득 당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석한 향군 원로들과 전문가들의 비판은 더욱 가혹했다. 다음은 인터넷 웹사이트 <코너스 넷>이 발췌한 이날의 어록들이다. “믿었던 정형근이 이렇게 우리를 배신할 줄 몰랐다”(박정인 장군)/ “평화비전은 북한의 핵 위협에 백기 든 정책, 북한의 적화를 자초하는 정책, 좌파들의 햇볕정책을 표절한 정책이다”(정용석 교수)/ “주적인 북한의 눈치 살핀 정책이다”(김재춘 장군)/“안보를 포기한 정책, 정권 잡기를 포기한 정책이다”(장준익 장군)/“한나라당이 이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보수대연합을 통해 제3의 후보를 내야 하겠다”(장경순 전 국회의장)/“좌파와 북한의 위협에 굴종한 패배주의의 산물이다”(홍관희 안보교수) 등등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소위 ‘신 대북정책’(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한 번 집중적으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그러한 목적으로 가지고 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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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평화통일특위’(위원장: 정형근)가 마련한 ‘신 대북정책’은 ‘내용’ 면에서 ‘흰자위’만 있을 뿐 노른자위’가 없는 병신 계란이다. 집권(執權)을 노리는 정당의 ‘대북정책’이라면 당연히 ‘통일정책’이 그 핵심이 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 핵심이 누락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일에 대한 유일한 언급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통일기반 구축”이라고 되어 있는 ‘7대 목표’의 두 번째 항목뿐이다. 여기서의 언급도 통일의 ‘내용’이나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통일기반의 구축’일 뿐이다.
뿐만 아니다. 이 정책의 공식 명칭은 <한반도 평화 비전>이다.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평화통일’의 ‘내용’과 ‘방법’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는 ‘분단관리’용 대책(?)의 무질서하고 무원칙한 집합(集合)에 불과한 이 정책(안)의 ‘명칭’은 이미 지금부터 37년 전인 1970년8월15일 고(故)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광복(光復) 25주년 경축사를 통해 천명했던 <평화통일 구상선언>을 연상(聯想)시킨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비전>이라는 ‘명칭’이 풍기는 체취(體臭)가 또 있다. 그것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그의 전임자(前任者) 김대중(金大中) 씨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한반도 평화번영 정책>의 체취다.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명칭’에서, 아마도 계획적으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표절’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체제’ 면에서 문제가 있다. 이 정책은 소위 ‘7대 목표’를 제시한다. “①북핵 불용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②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통일기반 구축, ③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한 남북의 상생공영, ④북한의 자립경제 기반 마련, ⑤동북아 평화번영 토대 구축, ⑥적극적 사회문화 교류를 통한 민족동질성 구축, ⑦북한 인권 개선과 인도적 현안의 적극적 해결” 등이다. 그러나 이 ‘7대 목표’는 이른바 일곱 개의 ‘목표’를 나열(羅列)했을 뿐 각 ‘목표’가 구체적으로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물론 무엇을 ‘목적’으로 이들 ‘목표’들을 추구하는 것인지, ‘목표’ 별로 어떻게 이들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각 ‘목표’간에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7대 목표’는 무의미한 구호(口號)의 나열에 불과하다.
이 정책은 ‘5대 중점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①비핵 평화체제 착근, ②경제공동체 형성, ③통행•통신 체제 기반 구축, ④인도적 협력•지원, ⑤인권 공동체 실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5대 중점과제’가 ‘7대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과제인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다. ‘5대 중점과제’가 ‘7대 목표’의 실천을 위한 것이 되려면 ‘5대 중점과제’를 헝클어버리고 각 ‘과제’별로 제시되어 있는 ‘실천방안’들을 ‘7대 목표’의 각 ‘목표’별로 재분류하여 편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필요하다면 ‘5대 중점과제’를 뽑아 내는 것이 옳다. 이렇게 볼 때, 지금 발표되어 있는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체제’와 ‘구성’•‘내용’ 등 모든 면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습작품(習作品)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5대 중점과제 실천방안’들의 ‘구성’과 ‘내용’은 더욱 황당(荒唐)하다. 우선 ①“비핵 평화체제 착근”이라는 과제의 ‘실천방안’들을 보자. 이 과제는 다시 3개의 소제목 아래에 도합 14개의 ‘실천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의 소제목은 “한반도 비핵화”다. 두 번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세 번째는 “안보협력체제 공고화”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실천방안’들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선, “한반도 비핵화”를 보자. 여기에 제시되어 있는 4개의 ‘실천방안’은 그 어느 것도, 정확하게 말한다면, ‘비핵화’ 방안이 아니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은 거기에 정직하게 써 있는 대로 ‘원칙’이지 ‘방안’이 아니다. “유엔 결의안(1718호) 준수 등 국제공조 강화”는 하나마나에 불과한 무의미한 동어반복(同語反覆)일 뿐이다. “비핵화, 평화정착을 위해 필요할 때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어떻게 ‘한반도 비핵화’ 방안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북한의 핵문제의 앞 길에는 어차피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던가, 유엔의 대북 제재에 북한이 굴복하던가, 미국이 군사력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던가, 아니면 북한의 핵이 국제적으로 용납되던가의 네 갈래 길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나날이 분명해 지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룩해 내는 데서 ‘남북정상회담’의 역할은, 비록 있다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일 뿐이다. 그런데도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 비핵화’ 방안으로 제시하는 한나라당의 억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더러 “저리 가라” 해야 할 정도다. “비핵화, 평화정책을 위해 필요할 때”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인지의 여부도 분명치 않다. 사실은, 이 표현은 지금 노무현(盧武鉉) 정권 세력이 대선(大選)에서 한나라당을 골탕 먹이기 위한 공작정치 목적의 ‘남북정상회담’을 물밑 흥정을 통해 추진하면서, 그들의 속셈은 감춘 채, 이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애용(愛用)하는 수사학적(修辭學的) 둔사(遁辭)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이 덩달아서 이 둔사를 사용한다는 것은 한나라당도 ‘남북정상회담’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미 북한이 15년 전에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린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의 ‘재가동’과 이의 ‘6자회담 산하기구화 추진’을 ‘한반도 비핵화’ 방안의 하나로 제시하는 데 이르러서는 어안이 벙벙해 질 수밖에 없다. 지금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무그룹’이 개점(開店)하고도 공전(空轉) 중인 것이 현실인데 거기에 이미 무덤 속에 들어가 누워 있는 지 오래인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를 들고 나온다는 것은 좋게 말하더라도 몽유병적(夢遊病的) 발상(發想)에 불과하다.
두 번째의 소제목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6개의 ‘실천방안’이 제시되고 거기에는 ‘종전선언(終戰宣言)’•’평화협정(平和協定)’이 포함되어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한나라당 스스로 꼬리 표로 붙여 놓고 있는 ‘전제조건’ 때문에 이미 현실성이 없는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하게 되어 있다. ‘종전선언’에는 “한반도의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고 적대상황이 해소되었을 때”라는, 그리고 ‘평화협정’에는 “한반도의 긴장이 완전히 완화되었을 때”라는 가까운 시일 안에는, 특히 북한의 현 권력구조에 본질적 변화가 생기기 전에는, 사실상 충족되지 않을 ‘전제조건’으로 빗장이 채워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신 대북정책’에서 말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당사자(當事者)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신 대북정책’은 ‘종전선언’의 당사자로 남북한과 미•중 4개국을 거론하고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당사자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6.25 전쟁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함으로써 생긴 남북한 간의 전쟁이다. 여기에 남쪽에서는 16개 참전국군과 한국군이 유엔군 산하에서 싸웠고 북쪽에서는 중국군이 참전하여 북한군과 함께 싸웠다. 이래서 1953년7월27일의 정전협정에는 남쪽에서는 유엔군사령관이 모든 참전국군을 대표하여 그리고 북쪽에서는 북한군과 중국군 사령관이 각기 서명했다. 따라서 어느 나라가 ‘종전선언’의 주체가 될 것이냐는 문제는 미결(未決)의 외교적 난제(難題)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실정이다.
남쪽의 ‘종전선언’ 주체가 한국이 될 것인지 아니면 유엔이 되어야 할 것인지는 앞으로 외교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당연히 ‘종전선언’ 주체가 될 수 있는 법적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남북한과 미•중’ 4자간의 ‘종전선언’을 거론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게다가 ‘평화협정’은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체결해야 한다는 부동(不動)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이 당사자 문제가 분명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거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방안’으로 ‘북-미’•‘북-일’ 관계정상화 지원을 거론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방안’에도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라는 조건을 설정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북한의 ‘비핵화’는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를 조건으로 하는 ‘북-미’•‘북-일’ 관계정상화는 역시 무의미하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으로 ‘남북총리급회담 정례화’와 “군축논의를 위한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마련’을 거론한 것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서는 주미(主美)•종한(從韓)의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미국과 쌍무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비록 ‘남북총리급회담’에 호응하더라도, 남한과는 이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북총리급회담’ 개최가 정례화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 회담이 어찌어찌 열려도 거기서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같은 것이 논의될 전망은 희박하다.
한나라당은 “안보협력체제 공고화”라는 과제의 ‘실천방안’으로 “튼튼한 국방•안보 토대 하에 탄력적인 대북정책을 구사하겠다”는 구절을 설정한 것을 가지고 국방•안보도 도외시(度外視)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 구절이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 표현은 ‘햇볕정책’•‘포용정책’이라는 이름의 말썽 많은 대북 유화정책(宥和政策)을 추진하던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즐겨 사용하던 수사학적(修辭學的) 표현과 맥(脈)을 함께 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이 “①북핵 불용, ②‘흡수통일’ 불용, ③한반도 문제 해결 주도(主導)”였다는 점을 상기(想起)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권과 이를 계승한 노무현 정권은 말로는 “북핵 불용”을 운운하면서 행동으로는 “한반도 문제 해결 주도”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북 퍼주기’를 계속하면서 남한사회를 좌경화시키는데 몰두(沒頭)해 왔었다. ‘튼튼한 국방•안보 토대’ 위에서의 ‘탄력적 대북정책 구사’가 과연 이와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이 제시하고 있는 “21세기 한-미 ‘신 안보동맹’ 선언”과 “동북아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안보협력체’ 구축”은 역대 정권의 안보정책 표명 때마다 등장하던 ‘약방의 감초’로 신선미(新鮮味)라고는 전혀 없는 구호에 불과할 뿐이지 ‘실천방안’은 아니다. 더구나, 내용 설명이 없이 ‘한-미 신 안보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말 장난이다. 특히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를 둘러싸고 전통적인 ‘한-미 동맹’이 실질적으로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때는, 이 표현은 무책임한 ‘언어(言語)의 유희(遊戱)’에 불과해 질 위험이 없지 않다.
문제의 ‘신 대북정책’에서 한나라당은 ②”경제공동체 형성”, ③”통행•통신 협력체계 기반 구축”, ④”인도적 협력•지원”이라는 과제 별로 무려 30여 개의 ‘실천방안’들을 마치 뒷골목 잡화점(雜貨店) 식으로 무질서하게 진열(陳列)해 놓고 있다.
우선, “남북 경협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남북간 ‘경제대표부’ 설치, ▼북한에 경제•산업 인력 교육•훈련 시설 설치, ▼’연 3만명’ 규모의 북한인력에 대한 산업연수 실시, ▼서울-신의주간 ‘신 경의고속도로’ 건설, ▼김포-순안간 정기항공로 개설, ▼한강-예성강, 한강-임진강 뱃길 개설 등은 대부분, 약간씩 다른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미 역대 정권에 의하여 북측에 제의되었으나 북측의 호응을 얻지 못했거나 아니면 학계의 아마추어 학자들이 희망적으로 거론했던 아이디어들로 새로운 것들도 아니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한 진부한 것들이다.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실천방안’ 가운데 “북한경제 발전 종합계획 구상”이라는 것이 엉뚱하다. 여기에는 ▼‘남북한판 FTA’, ▼‘북한 종합 부흥 계획’, ▼’남북한 불의 공동체’, ▼개성공단형 ‘경제특구’ 추가 조성(철원, 파주), ▼속초, 거진의 ‘대북특구(?)’ 개방, ▼금강산-설악산 연계 ‘관광특구’, ▼‘10년 내 북한의 먹는 문제 해결’ 등의 거창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북한 종합 부흥 계획’이다. 말이 ‘종합 부흥 계획’이라면 그밖에 제시되고 있는 모든 대북 경제지원 프로젝트들이 여기에 포괄되고 망라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문제의 ‘종합 부흥 계획’과 거론된 다른 경제 지원 프로젝트들 간에는 아무런 상호관계도 설정되지 않은 채 병렬적(竝列的)으로 진열되어 있다. 그렇다면 ‘종합 부흥 계획’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문제의 ‘종합 부흥 계획’은 “북핵이 폐기되었을 때 실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6자회담의 경과를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때”는 요원(遙遠)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종합 부흥 계획’은 상당 기간, 어쩌면 영구히, 현실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이렇게 될 경우 거기서 제시하고 있는 다른 대북 경제 지원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거론된 프로젝트의 성격으로 볼 때 이들 프로젝트들은 당연히 ‘종합 부흥 계획’에 포함되는 것이 마땅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번 ‘신 대북정책’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아서” ‘종합 부흥 계획’이 ‘실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 밖의 다른 프로젝트들은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종합 부흥 계획’의 실행 조건으로 제시된 북핵이 폐기되었을 때”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여기서 거론하는 대북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떡 줄 사람은 꿈도 꾸지 않는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북한은 이들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에 대해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왜냐 하면, 북한은 그 같은 프로젝트들을 남쪽에서 생각하는 대로 수용하면 그 결과로 김정일 독재체제의 붕괴가 초래되리라고 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거론되는 프로젝트들을 일부 북한이 수용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북한은 반드시 체제보호를 위한 든든한 ‘모기장’을 쳐 놓고 이 ‘모기장’을 통과하는 것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모기장’을 통과하는 프로젝트라면 김정일 독재체제를 연장하는데 기여하는 것 말고 무슨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키겠느냐는 데 있다.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 지원”이라는 과제의 ‘실천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아이디어들도 현실성은 도외시된 채 천진난만(天眞爛漫)하기만 하다. 예컨대, “MF, IBRD, ADB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지원”하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북한이 가입에 필요한 자격조건을 완비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지 우리가 지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젊은 북한 인재들의 한국 등 선진국 유학 지원”•▼“에너지 연결 공동 프로젝트 추진”•▼“러시아 극동지역 가스 전(田) 한반도 연계”•▼“북한 철도 현대화 및 국제 철도 시스템과의 연계”▼“북한 나진항의 동북아 무역거점화”•“북-중-러 접경에 공단, 농장, 산림 개발단지 조성” 등의 구상(構想)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북한에 의한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이 같은 구상들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총체적으로 부정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이들 구상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은 회피하고 그 대신 프로젝트가 제시될 때마다 그에 대해 현금성 대가(代價)를 요구하여 강탈(强奪)해 가는 북한판 ‘앵벌이’에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대가는 경제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북한은 이에 불응하는 데 미국을 빌미 삼음으로써 남한 국민들의 반미정서를 자극•선동하여 한-미 동맹을 이간하고 이완(弛緩)시키는 카드로 활용해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통행•통신 협력체제 기반 구축”이라는 과제에 “남북 자유왕래의 단계적 실현”이라는 소제목을 설정하고 그 ‘실천방안’의 하나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각종 인적 교류•협력 실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실소(失笑)를 자아낼 만 하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북한이 이미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거들떠 보지 않기 시작한지 벌써 14년의 세월이 경과하고 있는 ‘죽은 문서’다. 한나라당이 “북한에게 죽어 있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되살리는 데 동의하도록 요구하겠다”고 한다면 말은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죽어 있는” ‘남북기본합의서’에 의거하여 “인적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는 것은 일의 순서를 뒤바꾸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의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새 대북정책’을 마련한 한나라당 ‘평화통일특위’의 정형근 위원장은 오랜 기간 국가정보기구에서 북한의 대남공작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경력의 소지자이다. 그러한 그가 이번 ‘새 대북정책’에서 “남북 자유왕래 추진”을 거론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왜냐 하면, 그는 북한에는 ‘자유왕래’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 남북대화의 전 과정을 통해 우리측은, 특히 인도적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북한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치인 ‘자유통행’ 문제를 가지고 북한과 설왕설래(說往說來)하는 데 호응한 결과로 끊임 없이 북한으로부터의 내정간섭적 시비에 휘말려 왔었다는 사실을 정 의원이 잊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이번에 그가 ‘남북 자유왕래’를 거론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에게는 북한이 그 전제조건으로 고집하는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를 한나라당이 수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와 남한의 국회 사이의 회담을 ‘국회회담’이라고 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나 ‘정당 및 제 사회단체, 대학 간의 정기 교류’의 추진을 거론한 것도 과연 신중한 검토를 통해서 결정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특히 ‘정당•사회단체 간 교류’에 관해서는 북한이 이 경우 역시 남한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포함하여 남한사회의 ‘용공화’•‘연공화’에 방해가 되는 법률적•제도적 조건•환경을 제거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방송•통신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도 현실성을 도외시한 발상이기는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의 ‘개방’은 ‘개방•개혁’이 30년 가까이 추진된 중국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일인데 한나라당은 북한을 상대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이번 ‘신 대북정책’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우리 체제에 대한 자신감, 우리의 국력, 세계정세와 국민의 대북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우리측이 먼저 북한의 방송과 신문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따라서 하게 하겠다”는 발상인 듯 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말하는 “우리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도대체 이 정책 마련을 주도한 정형근 의원은 특히 80년대 초 5.18 광주사태 이후 학원가의 운동권 학생들이 심야(深夜)에 이불 속에서 청취한 북한 방송 청취록을 등사판(謄寫版)으로 인쇄하여 교재(敎材)로 제작하고 이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여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심장부(心臟部)와 두뇌부(頭腦部)의 실제 주인으로 대한민국의 위험한 ‘좌경화(左傾化)’와 ‘친북화(親北化)를 주도한 소위 ‘386 세력’으로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어째서 외면(外面)하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나라의 교육현장은 ‘386 출신 교사’들의 조직체인 ‘전교조(全敎組)’의 수중(手中)에 있고 이들 ‘전교조’ 교사들은 그들의 작품인 이념적으로 왜곡•오도된 교과서와 ‘계기 교육’을 활용하여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6.25는 북침(北侵)이다”•“한국의 주적(主敵)은 미국이다”•“민족적 정통성은 남이 아니라 북에 있다”•“북한의 핵 개발은 오히려 민족적 자랑이다”라는 등 북한 위주의 전도(轉倒)된 역사관과 현실관을 주입(注入)시키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올바르게 교양하는 것을 중시(重視)”하는 이른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입각하여 운영되는 관영 선전•선동 매체인 북한의 방송•신문들이 일방적으로 남한에서만 개방될 때 거기서 초래되는 위험에 대해 어떠한 안전판(安全瓣)이 있느냐는 의문에 대하여 한나라당은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인도적 협력•지원”이라는 과제의 소제목으로 “북한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원”을 설정하고 ‘실천방안’으로 “무상(無償)•차관(借款) 형식에 의한 식량과 비료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3백만명의 극빈계층을 위한 연 15만톤의 쌀과 그 밖의 유상차관에 의한 양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추가해서 “임산부, 영유아(嬰幼兒),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분유(粉乳), 식량, 영양제 등을 무상지원하겠다”는 것과 아울러 “북한의 취약지역에 병원과 제약공장을 설립해 주고 의약품과 의료진을 지원”하며 “보건•방역•전염병 대책을 위한 ‘남북 공동기구’ 구성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대북 ‘약속’이 갖는 문제점이 허다하다. 우선 문제는 식량의 수요(需要)가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없는 북한에서 한나라당이 거론하는 지원이 북한의 식량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지가 분명치 않을뿐더러 획기적인 모니터링 방법 개선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한 식량 지원의 혜택이 실수요자 몫이 될 것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식량 지원 문제와 관련하여 한나라당이 시사하는 것은 대북 ‘상호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 대북정책’은 모두(冒頭) 설명에서 한나라당이 “그 동안 대북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선 안보, 후 교류협력을 강조한 나머지 동북아의 탈냉전 흐름을 일부 간과하는 등 현실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자성(自省)(?)을 바닥에 깔고 있다. 지난 날의 ‘상호주의’ 고수가 지나쳤다는 반성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7월4일 ‘신 대북정책’을 선 보이는 것과 때를 같이 한 당직자들의 발언을 통하여 한나라당의 생각이 과거 대북정책에서 고수했던 원칙의 하나인 ‘상호주의’를 과감하게 버리려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었다.
실제로는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쓰여진 문면대로라면 식량지원 문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상호주의’의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예컨대,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필요할 때,”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고 적대상황이 해소 되었을 때,” ‘평화협정’은 “한반도 긴장이 완전히 완화되었을 때,”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지원은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북한 종합 부흥 계획’은 “북핵이 폐기되었을 때”라는 전제조건들로 빗장이 채워져 있다. 정형근 의원 자신도 7월4일 ‘신 대북정책’이 “상호주의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의 뚜껑이 열리자마자 이에 대한 일반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한나라당이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했고 “상호주의를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사실상 그렇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정형근 의원은 “핵폐기 과정에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의해 단계별로 하는 방법이 있지만 경제공동체는 그런 단계 없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는 “과거 당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핵 폐기를 하지 않는 한 대북 교류를 자제하는 것이었으나 새 대북정책은 북한이 핵 폐기를 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테두리 안에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을 통한 대북 현금 지원을 문제 삼지 않겠고” ▼“임기 말이라도 비핵화 유도에 도움이 된다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반대하지 않으며” ▼“식량 15만톤 지원, 절실 계층에 대한 긴급구호 확대, 경제대표부 설치, 남북 FTA 추진, 북한 방송•신문 선(先) 개방 등은 핵 폐기와 무관하게 추진하겠다”고 부연하면서 이는 “북한에게 주면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상호주의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소위 ‘선공후득(先供後得)’을 뒤따라가겠다 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보수•우익 세력으로부터의 반발은 즉각적이었고 격렬한 것이었다. 우선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가장 빨랐다. 그는 “그렇다면 ‘상호주의’를 포기하고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그는 또한 “지난 10년간 ‘상호주의’를 도외시하고 대북지원을 한 결과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방•개혁으로 나왔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를 이어서 <조선>•<동아>•<중앙> 등 3대 신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체들과 재야 보수•우익 논객(論客)과 향군을 비롯한 단체들 및 인터넷 웹사이트들이 십자포화(十字砲火)의 화망(火網)을 열었다. 7월19일 향군 회관에서 있었던 ‘21세기 율곡포럼’ 모임에서 정형근 의원이 당한 봉변(逢變)은 그 압권(壓卷)이었다.
마지막으로 “인권공동체 실현”이라는 과제의 ‘실천방안’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뒤죽박죽이다. “분단 고통 해소를 위한 인권 문제 해결”이라는 소제목 아래 ‘실천방안’으로 제시된 “분단 1세대 상호 고향방문 추진”•▼“고령 이산가족의 전면 상봉, 자유왕래, 재결합 및 이산가족 서신교환과 상봉의 정례화 추진”•▼“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시 현금 또는 현물 제공 및 비전향 장기수와의 맞교환 검토”라는 ‘약속’들은 어째서 그것들이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에 이렇게 포함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 하면, 이 같은 일들은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친북•좌파’ 정권들이 ‘퍼주기’ 논란까지 야기(惹起)시킨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실현시키려고 애써 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협조가 없어서 지지부진(遲遲不進)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친북•좌파’ 정부가 공을 들여도 안 되는 일을 한나라당 정책에 포함시킨다면 그야 말로 ‘표절’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당 정책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그 동안 ‘친북•좌파’ 정권도 이루어내지 못했던 것을 한나라당이 이루어내겠다는 것이 된다. 어느 쪽으로도 이것은 모순(矛盾)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동시에 “북한인권의 적극적 개선 추진”을 다짐하고 있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북한 인권침해 기록보존소’를 설치”하고 ▼“대북지원과 연계하여 ‘정치범수용소’ 해체 등 북한 인권상황의 개선을 요구”하며 ▼“유엔, 미국, EU 등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 대북정책’은 한나라당이 ▼“탈북자 난민 지위 획득 및 강제 북송 방지 등 ‘특별대책’ 추진,” ▼“몽골, 러시아, 베트남 등 해외 탈북자 현지 정착 지원,” ▼“대량 탈북상태에 대비한 ‘특별대책’ 검토” 등을 ‘약속’하고 있다.
한나라당 ‘신 대북정책’의 이 같은 ‘북한 인권’ 및 ‘탈북자’ 관련 ‘실천방안’들은 ‘이산가족’ 관련 ‘실천방안’들과는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이다. ‘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관한 북한의 알레르기성 반응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같은 북한을 상대로 하면서 한나라당은 ‘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관한 사항과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에 관한 사항을 한 개의 바구니에 함께 담아 내놓으려 하고 있다. 이것은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한나라당이 우매(愚昧)하거나 아니면 문제의 ‘신 대북정책’이 매우 무성의한 것임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해도 이번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 결함은, 이 글의 모두에서 지적한 것처럼, 통일정책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집권(執權)의 꿈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공당(公黨)이라면 확고한 통일정책을 가지고 있지 아니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통일정책의 토대는 헌법에 설정되어 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내용으로 하는 통일을 ‘평화적 방법’으로 달성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에 의하면 분단체제 하의 대한민국에서도 공산당의 존재가 불법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현행 헌법이 사전에 개정되지 않는 한,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통일이든지 통일된 나라에서도 공산당이 합법화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어도 대통령선거에 후보를 내는 정당이라면 이 같은 대한민국의 헌법에 기초한 통일을 추구하는 통일정책을 수립하여 가지고 있는 것이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통일정책에서 고려되어야 할 다른 요소(要素)가 있다. 그것은 1945년부터 1948년까지의 ‘해방공간(解放空間)’을 거쳐 남북으로 국가분단이 이루어졌을 때 국가적 합법성은 대한민국의 차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이 때 이루어진 체제선택의 결과로 해방 이후 62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세계적으로 굴지(屈指)의 성공담(成功譚)이 된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산주의독재’ 체제는 재기불능(再起不能)의 실패작(失敗作)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다면, 통일을 이룩함에 있어서 북의 체제는 ‘도태(淘汰)’의 대상에 불과하며 통일은 성공한 체제인 대한민국의 주도(主導) 하에 대한민국의 체제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당연히 이 같은 내용의 통일을 달성하는 방법을 담은 통일정책을 마련하여 대북정책의 중심에 이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을 완전히 비껴가고 있다. 백지(白紙)인 것이다. 사실은, 통일정책과 관련하여 ‘신 대북정책’에서 한나라당이 반드시 언급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2000년6월 평양을 방문한 전 대통령 김대중 씨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과 합의하여 발표한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 제1항의 ‘통일원칙’과 제2항의 ‘통일방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12월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이 나라 보수•우익 세력으로부터 확고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본문에서는 통일정책은 물론 <6.15 남북공동선언>도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고 후미(後尾)에 첨기(添記)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에서 “<6.15 공동선언>을 수용해야 하는가?”라는 문항을 설정해 놓고 이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언급하는 내용은 직설적이 아니고 우회적이다. 더구나, 김대중 씨가 4억5천만 달러 + 알파의 ‘검은 돈’을 불법적 방법을 동원하여 ‘뇌물’로 김정일에게 건네주고 성사시켰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분단 이후 남북한 정상이 처음 만난 역사적 사건”이라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긍정적’ 평가는 한나라당이 앞으로 대선 전에 있을 것으로 널리 예상되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종래의 ‘부정적’ 입장을 ‘긍정적’ 입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등장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보여지는 대목이다.
<6.15 공동선언>의 제1항에 대한 ‘신 대북정책’의 언급은 “‘우리민족끼리’와 ‘외세개입 배제’ 등을 주장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등 악용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제2항에 대한 언급은“‘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한의 적화통일 시도의 일환인 연방제 통일의 중간 과정으로 국민적 합의 없이 우리 헌법에서 수용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라고 하는 정도로 되어 있다. 그리고 “(<공동선언>) 제3항에서 우리측이 비전향 장기수 석방 시 북한도 인도적 문제 해결을 약속했으나 이산가족 상봉 진척이 미진하고 납북자•국군 포로 귀환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하고 있는 정도다. 요컨대,‘6.15 남북공동선언’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내용 일부를 문제 삼아 가볍게 시비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신 대북정책’은 여기서 결론적으로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충실히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이 대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버리고 그렇게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6.15 선언>은 그것대로 두고 <남북기본합의서>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인지의 여부가 분명치 않다. 요컨대, 한나라당은 <6.15 선언>에 대한 입장을 얼버무리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나라당이 원하는 통일은 어떠한 내용의 통일인지, 그리고 그 같은 내용의 통일에 이르는 방법은 어떠한 것인지에 관한 한나라당의 입장 천명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평화통일특위’가 이 같은 애매모호한 얼치기 ‘대북정책’을 마련한 이유는 당연히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을 사로잡고 있는 한반도 정세관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에는 최근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의 진행을 둘러싸고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서 자칫하면 한나라당이 고립화되어 ‘왕따’를 당하고 그 결과로 대선의 선거분위기가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위기론(危機論)과 공황심리(恐惶心理)가 고개를 들어 왔다. 그 같은 국제정세의 변화 기류(氣流) 속에서 오는 8-9월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후속(後續)하여 9-10월 사이에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가하는 ‘4개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한나라당은 자칫하면 ‘수구보수(守舊保守)’로 몰려 중도 성향과 청소년층 표심(票心)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의 ‘신 대북정책’의 작성자인 정형근 ‘평화통일특위’ 위원장이 그 같은 위기론의 첨병(尖兵)이었다는 실은 그의 어록(語錄)이 증언해 준다. 오랜 기간 한나라당 내 보수•우익 세력의 버팀목으로 알려져 왔던 그가 사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2005년부터 한나라당의 좌선회(左旋廻)를 집요하게 주도해 온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의 전술적 좌선회가 대선 기간 중 한나라당이 ‘왕따’를 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번의 ‘신 대북정책’은 이 같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다음은 김성욱(金成昱) 프리랜스 기자가 발췌한 정 의원의 최근 어록이다.
▼“지금 노무현 정권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상대로 당국자 간 회담 재개를 요구하며 비료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조건부 대북 비료지원 방침은 잘못된 것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던 예년 수준의 비료와 식량을 즉각 북한에 지원해야 한다”(2005.5월 자신의 홈페이지)/▼(노무현 정권의 대북 전력 공급 제안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저지시킬 수 있다면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2005.7.13 KBS ‘박에스더입니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필요한데 미국에서 전 대통령의 순회대사라든가 특수한 미션을 주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만 북한이 대화를 할 텐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2006.7.6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북미 간에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이 내년 상반기 정도는 이루어지고 종전협정은 아마 금년 내로 이루어지지 않겠느냐. 평화협정이라든지 이런 것은 후반기에 이루어질 것인데 그런 것과 병행해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 (2007.3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올해의 대선은 평화와 통일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한의 친북•좌파 세력은 2000년 대선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감성동원 및 평화공세를 반복할 것이다. 이상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2007.3.9 한나라당 필승대회)
요컨대, 정 의원이 작성한 ‘신 대북정책’은 대선용으로 마련한 ‘남북정상회담’ 대책용인 것이다. 그러나, ‘신 대북정책’을 공개한 뒤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그 같은 한나라당의 정세 판단에 차질(蹉跌)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우익은 물론 주요 언론의 거센 반발은 한나라당 경선 레이스의 두 선두 주자(走者)인 이명박(李明博)•박근혜(朴根惠) 두 후보로 하여금 ‘신 대북정책’이 표밭에서 오히려 역작용(逆作用)을 일으킬 가능성을 의식한 나머지 이에 대한 지지를 주저하게 만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제의 ‘신 대북정책’은 그 위상(位相)이 불분명해 지고 있다. 7월4일의 시점에서 ‘사실상 확정’된 정책이라고 소개되었던 이 정책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시점이 빨라도 9월 중으로 늦추어졌다. 김형오(金炯午) 원내대표는 “7-8월 중에 폭넓은 당내 토론을 거쳐 9월 정기국회 개회 전에 의원총회를 통하여 이를 당의 공식 정책으로 확정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었다. 그러나, 이 정책이 7월4일 발표되었던 ‘평화통일특위’의 ‘안’ 내용대로 확정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박 두 후보가 이 ‘안’ 내용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7월4일 공개했던 ‘신 대북정책’(안)은 일단 백지화(白紙化)하고 새로운 ‘체제’와 ‘구성’ 및 ‘내용’을 전면적으로 손질하여 새로이 작성해야 한다. 재작성되는 대북정책의 ‘체제’는 일단 최근 박근혜 경선후보가 천명한 ‘3단계 대북정책’을 그 틀로 고려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박 후보의 ‘3단계 대북정책’은 ①“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는 평화정착 단계,” ②“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경제통합 단계,” 및 ③“자유, 인권, 복지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통일 단계”의 3단계 접근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 같은 ‘3단계 대북정책’의 틀을 사용하기로 한다면 7월4일 공개된 ‘신 대북정책’의 ‘실천방안’들과 이를 결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다. 이들 ‘실천방안’ 가운데서 비현실적인 방안들은 과감하게 털어버리고 현실성이 있는 방안들을 단계 별로 재구성하면 되는 것이다.
이 같이 재구성되는 ‘3단계 대북정책’에서는 각 단계 별로, 또는 ‘실천방안’ 별로 우리가 북에 제공하려 하는 혜택(惠澤)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이 같은 혜택이 제공되기 이전에 북한이 이행해야 할 ‘조건’들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확실한 ‘성과급(成果給)’ 개념과 ‘기성고(旣成高)’ 방식에 의하여 대북 지원이 이루어지게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이에 불응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손해(損害)와 불이익(不利益)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탄력성 있는 상호주의’가 관철되도록 하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그것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의 불응으로 그것이 실천에 옮겨질 수 없게 될 때는 북한에게 상응하는 대가의 지불을 강요함으로써 그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필요한 변화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양면(兩面)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당근’과 ‘채찍’의 두 날을 공유(共有)해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대북정책이라야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여 남북의 7천만 동포들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면서 그러한 통일이 현실화될 때까지, 북핵 문제의 해결을 포함하여, 남북관계의 평화적 관리를 주도할 수 있게 되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상의 분석•평가와 조언(助言)에 대하여 한나라당의, 특히 지금 경선에 나서고 있는 후보들의, 진지(眞摯)한 검토가 있기를 부탁해 마지 않는다. [끝]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그것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의 불응으로 그것이 실천에 옮겨질 수 없게 될 때는 북한에게 상응하는 대가의 지불을 강요함으로써 그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필요한 변화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양면(兩面)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당근’과 ‘채찍’의 두 날을 공유(共有)해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대북정책이라야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여 남북의 7천만 동포들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면서 그러한 통일이 현실화될 때까지, 북핵 문제의 해결을 포함하여, 남북관계의 평화적 관리를 주도할 수 있게 되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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