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절대로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
8월 말로부터 10월 초로 늦추어진 <남북정상회담> 의제 문제와 관련하여 ‘서해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 문제를 놓고 노무현(盧武鉉) 정권 안에서 조성되고 있는 난기류(亂氣流)는 의문의 여지없이 한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동안 물 밑에서 남북 간에 진행된 의제 문제에 관한 흥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NLL 문제가 북측에 의해 제기되었고 남측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북측의 요구를 어떠한 형태로든지 수용했음의 틀림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하여 북한이 요구한 내용이 무엇이고 노무현 정권이 어떠한 내용으로 그 같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그리고 청와대를 대신하여 이 문제를 도맡아 대변(代辯)하고 있는 이재정(李在禎) 통일부장관의 어록(語錄)을 살펴보면 문제의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NLL 문제는 반드시 논의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하여 이미 남북의 두 정권 간에는 합의 내지 양해가 이루어져 있다는 데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8일 남북 쌍방의 8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 발표가 있은 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느닷없는 NLL 관련 발언으로 정부 안팎에서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주도해 왔다. “서해교전은 반성할 과제”라느니 “NLL은 영토주권의 개념이 아니라”느니 하는 주장이 그것들이었다. 이 같은 이 장관의 주장은 정치권 안팎에서 지금 엄청난 물의(物議)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묵과(黙過)할 수 없는 이 장관의 어록이 따로 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서해 상호 불가침 경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계속 협의한다’고 합의했고 이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개인적 의견”이라는 국회 평화통일 특위에서의 8월16일자 발언이다.
이 같은 이 장관의 발언은 우선 무엇보다도 중대한 사실의 왜곡이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가 증언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1992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지금 우리가 <남북기본합의서>라고 약칭하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ㆍ협력에 관한 합의서> 내용을 놓고 남북간에 협상이 진행되었을 때 문제의 ‘해상 경계선’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는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의 ‘남북 불가침’ 부분과 이 합의서의 <‘남북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내용에 관한 협상은 국방부 대표로 남측 대표단에 참가한 박용옥(朴庸玉) 장군의 몫이었다. 그러나, 우리측 대표단의 전반적 협상전략은 실무적으로 필자가 통제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필자가 정확하게 증언할 수 있다.
우선, 지난 8월16일 국회 평화통일특위에서 있었던 이 장관의 문제 발언은 사실의 중대한 왜곡이다. 왜냐 하면 <남북기본합의서>는 물론 <부속합의서>의 어느 곳에도 “서해 상호 불가침 경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계속 협의한다”는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이 문제에 관한 언급 대목은 제2장제11조다.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 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는 것이다. <부속합의서>에는 이 문제에 관한 언급이 2개 조항에 나뉘어 있다. 제3장제9조(“남과 북의 지상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 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와 제10조(“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이다.
합의서의 이 같은 문면들은 여기에 담겨진 합의가 ‘서해 상호 불가침 경계선’이 아니라 ‘동ㆍ서해를 망라하는 해상 불가침 경계선’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상 불가침 경계선’에 관하여 두 합의서에 담겨진 합의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로는 이에 관하여 “계속 협의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합의의 의미는 삼척동자(三尺童子)에게도 분명하다. 그것은 문제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동ㆍ서해에서의 ‘해상 불가침 구역’은 ‘종래의 구역’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히 서해 상의 ‘북방 한계선’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다. 그러나, 그때의 합의는 서해 상의 ‘북방 한계선’을 직접 거명(擧名)함이 없이 서해에서는 ‘북방 한계선’을 경계선으로, 그리고 동해 상에서는 지상 군사분계선의 해상 연장선을 경계선으로 하여 종래 유지되어 온 ‘불가침 구역’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 합의는 서해 상의 ‘북방 한계선’을 수용하지 않는 북측의 입장을 고려하여 ‘북방 한계선’이라는 명칭을 직접 언급함이 없이 ‘북방 한계선’을 경계선으로 하여 반세기에 걸쳐 쌍방에 의하여 관리되어 온 ‘불가침 구역’을 추인(追認)한 것이었다.
이때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측은 서해에서의 NLL이 이미 1953년 유엔군에 의하여 선포된 이래 비록 북측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수용되지는 않았지만 그 뒤 40년 가까이 실질적인 경계선으로 기능해 왔고 북한도 이를 경계선의 개념으로 수용한 사실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기도 해서 국제법상으로도 사실상 경계선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었다. 남측은 이에 따라 1953년의 정전협정에서 언급이 누락된 동ㆍ서해 상에서의 ‘불가침의 경계선’은 남북간에 ‘협의의 계속’을 통해 보다 포괄적인 평화협정이 타결되는 과정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결국 이때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은 이 같은 남측의 입장을 수용하여 그 같은 포괄적 타결의 일환으로 전반적인 ‘해상경계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NLL 문제는 현상을 유지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었다.
이때 남북간에 이루어진 ‘계속 협의’ 합의는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가 계속 준수ㆍ이행될 때라야 유효한 것이지 문제의 2개의 합의서의 이행이 북한측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거부됨으로써 두 합의서가 모두 사문서(死文書)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유독 문제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 문제에 관한 합의만을 가지고 ‘이행’을 운운한다는 것은 북한이 그 같은 억지를 부릴 수는 있을지언정 대한민국의 통일부장관이 할 소리는 분명히 아니다. 더구나, 그 ‘합의’의 내용을 제 멋대로 왜곡하면서 그 같이 왜곡된 내용을 가지고 ‘합의 존중’을 운위한다는 것은 그가 미친 사람이 아니고는 성한 정신으로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재정 씨가 대한민국의 통일부장관이라면,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문제의 NLL 문제를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에 의거하여 다루고자 한다면, 그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먼저 북한측에게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북한측의 동의를 획득하여 지금 죽어 있는 두 합의서를 되살려 놓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이들 합의서에 의하여 이미 구성되어 가동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일방적 거부로 기능이 마비되어 있는 5개 ‘공동위원회’, 특히 그 가운데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재가동시킴으로써 이 위원회에서 문제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의 올바른 수순이다.
여기서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NLL 문제는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상태의 전반적 완화와 신뢰 회복 문제 및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지 이 같은 근본적 문제의 해결이 없는 상태에서 NLL 문제만을 먼저 따로 해결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적ㆍ군사적으로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침 경계선‘ 문제만을 따로 떼어 내서 해결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장관은, 이 문제를 인식한 것인지, 16일 국회 평화통일 특위에서 '군사회담을 통해 함정 간 상호 교신 등 무력 충돌. 우발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 장관의 이 같은 말도 따지고 보면 몽유병자(夢遊病者)의 잠꼬대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작금의 ‘군사회담’이라는 것은 남북간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시키는 문제와 관련하여 시도 때도 없이 북한의 변덕에 따라 열리다 마다 하는 ‘억지 춘향(春香)’ 식 회담에 불과한 것으로 군사ㆍ안보 문제는 미국을 상대로 해서만 이야기하겠다는 북한측은 남북간의 이 같은 사이비(似而非) ‘군사회담’에서 남한과 단독으로 군사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성공회 신부 출신으로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시비에 휘말려 있는 이재정 장관을 하수인으로 앞세운 노무현 정권은 오로지 12월 대선(大選)에서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교체를 저지하는 데 이용할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 독재자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일념으로 NLL 문제에 관한 북한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위험한 불장난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노 정권의 기도는 반드시 저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은 NLL 문제는 통일부장관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이 문제는 영토주권의 문제이기에 앞서서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주무부처가 되어 다룰 사안이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과 방침은 당연히 주무부처가 중심이 되어 결정하고 통일부장관은 이 같이 결정된 정부 차원의 입장과 방침을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관철하는 것이 소임이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NLL 문제에 관한 이재정 장관의 언동(言動)에 대해 이견(異見)을 제시하고 있다. 국방부장관은 NLL 문제를 남북 간의 군사회담과 장관급회담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정권은 국방부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의 의견을 묵살ㆍ외면하고 이재정 장관으로 하여금 위험한 불장난을 계속하도록 하고 있다.
홍익표 정책보좌관과 김기웅 평화체제 팀장 등 통일부 관료들이 NLL 문제에 관하여 그들이 보좌하고 있는 이재정 장관을 거들고 나서고 있다. 그들의 펴는 논리는 “NLL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조차 북측에 일방적으로 큰 양보를 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그들의 주장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왜냐 하면 우선 ‘NLL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앞에서 지적된 것처럼, 통일부에 적을 두고 있는 그들의 몫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국방부 등 안보 관련 부처의 몫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금 어떠한 ‘대안’을 마련해도 그것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일조(一助)가 될지는 몰라도 서해 상에서의 남북간의 해상 경계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데는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노 정권이 이 문제에 관하여 양보하고 타협한다면 그것은 대문을 열어달라는 북한에게 쪽문을 열어주는 것에 불과해 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NLL 문제는 지금 노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남북간에 논의하려면 먼저 이 문제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모색되어야 한다. 노 정권은 우선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그리고 법무부가 중심이 되어서 범 정부 차원에서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한편 그 같이 도출된 결론을 국회에 보고하여 국회의 동의를 먼저 구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노 정권이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NLL 문제를 가지고 자의(恣意)로 북측과 타협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분명한 입장을 미리 밝혀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이 오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하여 정권을 담당하게 될 경우 NLL에 관한 노 정권의 그 같은 대북 양보는 결코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
NLL은 절대로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
- 이동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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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25, 1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