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납할 수 없는 노무현의 말장난

대통령이 NLL은 영토 선(線)이 아니라니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정당 대표들에게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그 선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으로 처음에는 우리 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며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 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헌법상 북한 땅도 영토인데 영토 안에 줄 긋고 지킨다면 헷갈린다”고도 했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말장난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 얘기의 핵심은 결국 NLL 남쪽 바다를 대한민국 영토라고 고집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뿌리는 역시 노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의 논리는 북측의 주장과 같은 것이다. 정전협정에서 서해 섬들의 관할권을 나눈 기본 원칙은 ‘전쟁 이전 상황으로의 복귀’였다. 그 원칙대로라면 지금 NLL 북쪽도 남측 영해다. 그러나 유엔군은 북측 서해안이 해상봉쇄되는 상황을 면하게 해주기 위해 38도선 남쪽의 섬들까지 북에 넘겼다. 그렇게 양보해서 그은 선이 NLL이다. 당시 바다를 나누는 선은 NLL이 유일했고, 그 후 북측은 20년간 단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1963년 군사정전위에선 이를 해상분계선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북측이 NLL 도발을 시작한 1970년 이후에도 북측이 이를 사실상 해상분계선으로 인정한 사례는 적지 않다.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렇게 54년간 굳어져 온 역사를 무시하고 북측과 같은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노 대통령 논리 대로라면 독도는 어떻게 되는가. 독도도 일본이 보기에는 대한민국이 일방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섬이다. 노 대통령은 독도에 대해서도 NLL 처럼 “유·불리를 떠나 양측이 합의한 것이 아니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책임 있는 지도자들은 사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할 것인가. 대통령이 한 발자국만 나가도 무너지는 논리로 국가적 사안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오는 11월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열리면 북측 대표는 “노 대통령도 NLL이 분계선이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측은 답할 게 없게 됐다. 앞으로 남북 간에 해상분계선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는 지난 54년간 국민이 지켜온 지금의 NLL이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이란 기본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 원칙을 먼저 무너뜨렸다.

1999년과 2002년 NLL을 지키다 5명의 해군 장병이 전사하고 수십 명이 피를 흘렸다. 노 대통령은 포탄에 몸이 두 동강 나고 총탄에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그들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금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그들의 희생을 헛된 죽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동안 대통령이 이들의 죽음을 외면해 온 것은 참을 수 있어도 그 희생의 의미까지 이렇게 짓밟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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