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九가 고취하는 애국심”은 어떤 애국심인가?

韓銀은 대한민국의 은행인가, 아니면 해방공간에서 명멸(明滅)했던 '건국준비위원회'의 은행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인가.
“金九가 고취하는 애국심”은 어떤 애국심인가?

한국은행이 곧 발행하게 될 10만원권 화폐 도안인물로 백범(白凡) 김구(金九)를 선정하고 그 이유를 “김구는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고 통일의 길을 모색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백범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반으로 나라를 강점하여 식민지로 만들어 버린 제국 일본에 대한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한 점의 의심도 없다.

그러나 그가 “애국심을 고취하는 인물”이냐는 데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은이 발권하려 하는 10만원권은 <대한민국>의 화폐지 요즘 ‘친북•좌익’ 세력과 그 동조세력들이 휘두르고 다니는 소위 ‘한반도기’가 상징하는 ‘통일조국’이라는 이름의 ‘정체불명의 나라’의 화폐가 아니다. 따라서 한은이 말하는 ‘애국심’은 아마도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을 터이다.

그러나, 백범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끝까지 반대했고 건국과정 참여하지 않았을뿐더러 1948년 건국 이후에도 <대한민국>에 참여를 거부한 인물이다. 그런데 이 같이 <대한민국>에 철저하게 반대한 인물의 사진을 <대한민국>의 가장 고액권 화폐인 10만원권의 도안으로 채택한다면 그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서 도대체 어떤 ‘애국심’을 ‘고취’하겠다는 것인가? 한은이 내놓고 있다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 점에 대하여 한은의 납득할 만 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한은이 제시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백범이 “통일의 길을 모색한 지도자”라는 것이다. 이 역시 어폐(語弊)가 있다. 왜냐 하면 ‘통일’도 ‘통일’ 나름이기 때문이다. ‘통일’에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통일”도 있고 “수용해서는 안 될 통일”도 있다. 1945년부터 1948년까지의 해방공간에서 백범이 주장했던 ‘통일’은 북한 공산주의자들과의 ‘합작 통일’이었으며 이 같은 ‘통일’은 사실은 북한 공산주의자들도 거부한 것이었다. 그가 ‘모색’한 ‘통일’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올바른’ 통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건국 주역들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추구하던 ‘공산화 통일’은 물론이고 백범이 추진하던 소위 ‘합작 통일’은 ‘올바른 통일’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에 ‘통일’을 일단 유보하고 38선 이남의 지역에서 <대한민국>을 건국한다는 결정을 내렸었다. 하나의 ‘역사적 선택’이었다. 이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사실은 그 뒤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일어난 일들이 입증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남북의 극단적으로 이질적인 두 체제 간에 사활(死活)을 다투는 경쟁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의 ‘자유민주체제’와 ‘시장경제’의 길을 선택한 <대한민국>은 세계가 선망하는 ‘성공한 체제’가 되었고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공산 세습독재’의 길을 간 북한은 지금 전 세계 200여개 국가 가운데 바닥을 기는 ‘실패한 체제’가 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앞으로 한반도에서 전개될 ‘통일’도 ‘승리한 체제’인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통일’이라야지 ‘패배하여 파산한 체제’인 북한이 주도하는 것은 물론 그러한 남북한을 뒤섞어 비빔밥을 만드는 내용의 ‘통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해 주는 것이다. 1945년부터 1948년까지의 ‘해방공간’에서 백범이 추구했던 통일은 그때도 비현실적인 것이었지만 앞으로도 비현실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한다면 백범이 그처럼 ‘올바르지 못한 통일’에 집착했던 것을 가지고 “통일의 길을 모색한 공적(功績)”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한은이 위촉한 <화폐도안 자문위원회>에서는 표결을 통해 6:4의 표차로 10만원권의 도안인물 제1후보로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를 천거했다고 한다. 한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물리치고 백범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보다도 중요한 문제상황은 이야말로 한은의 역사 의식과 국가 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문제에 관한 한 한은은 <대한민국>의 은행이기를 포기하고 ‘해방공간’에서 명멸(明滅)했던 <건국준비위원회>나 <인민공화국>의 은행이라고 스스로를 착각(錯覺)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결국 이번 10만원권 도안 인물 선정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한은의 배후에 한은을 조종하는 검은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씻어버릴 수 없게 만든다.

백범을 화폐의 도안 인물로 선택하는 것을 고려하는 문제는 ‘통일’이 이루어진 이후로 미루는 것이 옳다. ‘통일’이 이루어진 뒤 백범이 말하던 ‘통일’이 ‘옳은 통일’이었는지 아니면 ‘그릇된 통일’이었는지를 판단한 뒤 그가 말하던 ‘통일’이 과연 ‘옳은 통일’이었다는 평가가 성립되면 그때 가서 그를 화폐의 도안 인물로 쓸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이제 정권교체 여부가 걸려 있는 제17대 대통령선거가 40여일 뒤로 임박한 상황에서 현 정권은 최종적으로 백범을 10만원권 도안 인물로 결정하는 것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현 정권이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내년 2월에 출범하는 다음 정권은 현 정권의 이 결정을 취소하고 백지상태에서 국론을 모아서 다시 결정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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