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朴槿惠의 차례다. 무엇을 더 망설이나?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정권교체를 위한 ‘3자 會盟’을 제안한다면 이회창 씨가 과연 이를 거절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에는 朴槿惠의 차례다. 무엇을 더 망설이는가?

드디어 먹장 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기 시작하나 보다. 9일 아침 조간신문들은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선언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다른 보도는 이명박(李明博) 후보의 이른바 ‘6인 실세 회의’가 해체되었다는 소식도 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에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도 보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박근혜 씨의 차례다. 무엇을 더 망설이는가? 박근혜 씨는 당연히 즉각 이명박 후보를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의 상황은 더 이상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에 진정성이 있다” 또는 “없다”를 놓고 시비를 계속할 상황이 아님이 분명하다. 박근혜 씨는 이제는 이 후보를 만나서 이번에는 그 자신이 전면(前面)으로 나서서 거당일치의 대선 승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자신이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를 밝힐 차례가 되었다.

금년 대선의 시대적 과제가 ‘정권교체’와 이를 통한 ‘좌파정권’의 퇴출이라면 그에게는 회피할 수 없는 숙명적 역할이 있다는 것을 박근혜 씨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100년 전쟁’의 와중에서 등장한 구국(救國)의 영웅 잔 다르크의 역할이 그것이다. 박근혜 씨는 이미 2004년의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그 뒤에 있었던 여러 차례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그리고 작년의 5·31 지방선거에서 그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에서 잔 다르크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음을 실증한 바 있다. 이제 박근혜 씨에게는 잔 다르크의 오를레앙 성 탈환 전쟁이 임박하고 있다. 40일 앞으로 박두한 제17대 대통령선거가 그것이다. 회피할 수 없는 전쟁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다짐해 두어야 할 일이 있다. 영·불 100년 전쟁 때 잔 다르크는 그가 생명을 바쳐 구원해 준 샤를르 황태자의 배신(背信)으로 오를레앙 성을 마지막으로 그의 역할을 비극적으로 접어야 했었다. 그러나 이 나라의 현대판 잔 다르크로서의 박근혜 씨의 역할이 오를레앙 성에서 접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후보가 사를르 황태자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는 박근혜 씨에게 오를레앙 성을 넘어서 파리 입성(入城)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바로 이에 관한 믿음이 두 사람 사이에 구축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더 이상 시간을 늦추지 말고 직접 만나서 해야 할 과제다.

두 사람 사이에 이 같은 믿음이 구축된다면 이를 토대로 두 사람이 함께 할 일이 또 있다. 두 사람이 함께 ‘탈당’과 ‘무소속’으로의 독자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李會昌) 씨를 만나서 그의 출마 철회를 설득해야 한다. 때 마침 8일 있었던 재향군인회에서의 초청연설을 통하여 이명박 후보는 그가 ‘보수·우파’의 입장에서 대통령 직에 도전하고 있고 그의 목표가 ‘정권교체’이며 그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북핵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뿐 아니라 확고한 안보정책을 추구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천명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로써 이회창 씨가 ‘무소속’ 독자 출마의 명분으로 사용했던 두 가지 사유(事由)는 해소되는 것은 아닌가? 이제 만약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함께 이회창 씨에게 그가 독자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사유들이 모두 해소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의 독자 출마를 철회하여 정권교체를 위한 ‘3자 회맹(會盟)’을 제안한다면 이회창 씨가 과연 이를 거절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이같은 ‘3자 회맹’이 실현되기만 한다면 이번 대선은 더 이상 볼 필요도 없이 그것으로 끝장이 나는 것은 아니겠는가?

나라의 소생(蘇生)을 위해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우리는 이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씨가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마지막 수순을 밟아 주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지적해야 할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그것은 박근혜 씨 쪽에서도 이 후보 측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에 상응하는 근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일은 모르겠다. 최소한 유승민(劉承旼) 의원은 더 이상의 자극적인 말을 삼가고 이재오 최고위원과 짝을 맞추어 주는 거취 표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재오 최고위원 쪽에게 ‘진정성’이 요구된다면 마찬가지로 유승민 의원 쪽에도 ‘진정성’은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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