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심장 톨레도의 달밤

밤에 좁은 골목을 누비다가 허름한 카페에 들어가 진한 코피 한 잔을 마시면서 古都를 내려비추는 둥근 달을 감상하면 尙美會 여행 경비가 비싸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의 톨레도는 한국의 경주이다. '이베리아 반도(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로마'라고도 불린다. 나는 톨레도를 세 번 찾아갔다. 스페인은 게르만족, 이슬람, 유태인, 가톨릭 등 여러 문화, 종교, 인종, 역사가 혼재된 것이 장점이다. 이 나라의 관광 수입이 프랑스,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세계 1등인 이유도 문화적 다양성에서 나오는 생동감이 사람들을 매혹시키기 때문이다. 톨레도는 그런 점에서 가장 스페인적인 古都이다.

톨레도는 언덕 위의 도시이다. 3면이 타호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도시로 들어가기 전 맞은편 언덕에서 도시쪽을 건너다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든다. 수많은 사진과 그림에 등장하는 풍경이다. 특히 두 건물이 눈에 뜨인다. 하얀 궁전과 칙칙한 톨레도 성당이다. 궁전 건물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겸했던 카를로스 1세가 궁전으로 썼다가 나중엔 육군사관학교 건물이 되었다. 1936년 스페인 내전이 나자 이 건물은 프랑코 군대의 요새로 변했다. 좌파들이 이끌던 공화파는 톨레도를 포위하고 이 건물을 향해서 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군인들은 가족들을 사관학교 지하로 데리고 와서 함께 숙식하면서 포격을 견뎌내었다. 궁전 수비대장이 멀리서 보는 가운데 포로가 된 그의 아들이 공화파에 의해 사살되었으나 대장은 항복을 거부했다. 프랑코는 구원군을 보내 톨레도의 포위망을 풀었다. 프랑코는 톨레도를 구하려다가 마드리드의 조기 점령에 실패하여 전쟁을 빨리 종결짓지 못했다.

톨레도는 이슬람의 중동이 가톨릭의 스페인과 접붙여진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인구는 6만 명인 도시가 언덕에 발달해 있으니 온통 꼬불꼬불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골목길이다. 이 길을 걷고 있으면 중세의 다마스커스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침한 정문 뒤에는 잘 꾸며진 안 정원이 있는 전형적인 이슬람식 주택이 많다. 밤에 좁은 골목을 누비다가 허름한 카페에 들어가 진한 코피 한 잔을 마시면서 古都를 내려비추는 둥근 달을 감상하면 尙美會 여행 경비가 비싸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톨레도는 마드리드보다도 더 오래 스페인의 수도였다. 스페인을 다스리던 게르만족의 일파 서고트族 왕국이 톨레도를 수도로 삼은 것은 6세기였다. 8세기 초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슬람 세력이 순식간에 스페인을 점령한 뒤에도 톨레도는 이들의 수도였다. 스페인을 점령한 이슬람 세력은 선진문명을 유럽에 소개하는 전파자였다. 이들은 유태인과 카톨릭 세력을 탄압하지 않았다. 이슬람, 유태교, 기독교 문명이 톨레도에서 공존하면서 꽃을 피웠다. 그 흔적이 건물들과 거리, 그리고 벽에 남아 있다. 1085년에 기독교 세력이 톨레도를 탈환한 뒤에도 카스틸 왕국의 수도로 번영했다. 스페인 전성시대를 연 펠리페 2세가 16세기 말에 수도를 가까운 마드리드로 옮겼다.

1986년에 유네스코는 톨레도 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톨레도만큼 오래 된 것이 밀집되어 있는 古都도 별로 없을 것이다. 톨레도는 사진을 잘 받는 도시인데 여행에서 돌아와 찍어온 톨레도 사진을 보면 20세기 문명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톨레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거의 의무적으로 들리는 곳은 네 군데이다. 세계 5대 성당 안에 든다는 톨레도 성당, 궁전, 성 마틴 다리, 그리고 엘 그레코의 걸작 그림(오르가즈 백작의 장례)이 보존된 산토 토메 교회이다.

크레테 출신인 화가 엘 그레코(그리스 인이란 뜻)는 톨레도에서 평생을 보내면서 스페인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그림들을 남겼다. 나는 톨레도에 갈 때마다 칼을 사온다. 스위스 군용칼은 규격적이지만 톨레도의 칼은 여러 형태이다. 톨레도의 칼은 중세 유럽에서 가장 유명했다. 상점에서는 로보캅 같은 기사 갑옷도 판다. 물로 요사이 만든 것인데 1000만원 정도를 투자하면 집까지 배달해준다. 톨레도를 감싸고 흐르는 타호강은 스페인을 관통하고 포르투갈을 거쳐 리스본에서 대서양으로 들어간다. 길이가 1038킬로미터이고 하구의 폭이 넓어 길이 17킬로미터의 바스코다가마 다리가 걸려 있다.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이다. 聖마틴 다리에 서서 내려다 보는 타호강과 톨레도의 절벽 경치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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