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는 정직해야

보수주의자는 경험과 전통과 점진적 개혁을 중시한다. 검증되지 않는 이론을 배척한다. 환상적 公約을 경멸한다. 안 속는다.
李明博, 李會昌 후보가 보수 챔피언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요사이 보수 논쟁이 뜨겁다. 보수주의가 부활하는 느낌이다. 보수주의라는 말은 원래 영국에서 생겼다. 에드먼드 버크가 '프랑스 혁명사'를 써 프랑스의 流血 혁명을 비판하면서 점진적인 개혁과 전통의 존중을 핵심 가치로 하는 보수주의라는 말이 생겼다. 영국의 보수주의는 미국 건국에 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의 혁명주의는 러시아의 공산혁명으로 연결되었다.

보수주의는 나라마다 그 의미가 다르나 전통을 존중하고 실용적 접근법으로 점진적인 개혁을 해가며 건설과 생산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보수주의자는 경험을 중시한다. 검증되지 않는 이론을 의심한다. 地上에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식의 환상적인 공약을 부정한다. 요컨대 잘 속지 않는 사람들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전통을 존중하는데, 여기서 전통이란 말은 역사, 문화, 예술, 관습, 예절 같은 것들이다. 그들은 또 정직, 애국심을 덕목으로 내세우고 私有재산을 신성한 존재로 본다. 애국적이면서도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범할 수 없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국가주의와 구별된다. 국가주의는 배타적이지만 애국심은 개방적이다. 보수주의자는 애국자이다. 애국자는 조국에 대한 사랑을, 국가주의자는 외국에 대한 증오심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보수주의자는 흔히 인기가 없다고 한다. 포퓰리즘을 경멸하고 공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이회창씨 중 누가 한국 보수의 챔피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진짜 보수가 아닌지 이번 선거기간에 드러날 것이다.

보수주의자의 정치이념이 자유민주주의이다. 한국은 개화 시절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했다. 대한민국 건국도 자연스럽게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설정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까지는 어느 대통령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았다. 즉 한국은 보수를 모태로 하여 태어난 나라이다.

보수는 한국 현대사의 주인이고 좌파는 客이다. 주인이 제 자리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경쟁 구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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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相敦 교수의 강연록: 보수와 진보(미래한국)
현재 한국의 보수운동은 노무현정권 퇴진, 김정일정권 척결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다. 어려운 문제는 노무현 정권 이후다.


미래의창 - 보수와 진보


지난 10월 28일 <자유지식인아카데미>주최 미래지도자과정에서 <보수와 진보>란 주제로 중앙대 이상돈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보수는 무엇을 의미하며, 보수란 무엇인가 또한 한국사회에서 보수의 나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논했다.


21세기 보수, 헤게모니 회복

한국사회는 극심한 이념 대립을 겪고 있다. 우파를 흔히 ‘보수’(conservatives)라고 부르고 좌파는 ‘진보’(liberals)라고 부른다. 최근에 ‘진보’는 기피하는 단어가 되었고, ‘보수’는 애국을 상징하는 것처럼 쓰이고 있다.

보수주의의 사상적 원조는 18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를 뽑는다. 1776년 미국 독립을 옹호했던 버크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보고 경악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에 관한 고찰’이란 책을 1790년에 발표했다. 버크는 20세기에 들어서도 많은 지지자를 확보했다. 윈스턴 처칠, 프리드리히 하이예크, 칼 포퍼 등이 버크를 지지했다.

보수주의의 또 다른 흐름은 자유주의(libertarianism)이다. 자유주의는 진보주의(liberalism)와 어원을 같이 하고 있지만 이제는 대립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자유주의는 인간의 생명, 자유, 재산은 신성한 것이며, 다수의 독재로도 이것을 박탈할 수 없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정부구조와 법은 다수의 독재(dictatorship of majority)를 예방할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알렉시스 토그빌과 존 스튜어트 밀에서 시작된 이런 생각은 하이예크, 폰 미제스, 밀턴 프리드만 같은 경제학자를 거쳐 레이건과 대처의 정책으로 꽃을 피웠다.

진보주의 뿌리도 존·스튜어트 밀

진보주의라고 부르는 좌파의 근대적 뿌리도 존·스튜어트 밀이다. 밀은 흔히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정부가 경제사회 생활에 개입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 흐름은 영국에서는 자유당의 흐름이 되었고, 케인스와 존 듀이에 의해 발전되었다. 진보주의는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의 시작과 루스벨트의 뉴딜에 의해 전성기를 맞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걸브레이스, 군나르 미르달, 존 롤스 등에 의해 이런 흐름이 발전되었다.

진보좌파의 또 다른 흐름은 공산주의다. 자본주의가 노정한 빈부격차 등 사회경제 문제에 대해 칼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위한 혁명을 주장했다.

공산주의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성공으로 20세기를 붉게 물들였으며, 서구 국가에 깊숙이 뿌리를 박았다. 미국은 공산주의를 결코 용인하지 않았다. 치안법, 방첩법 등을 통해 공산당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지도자들을 비롯, 조직원들을 검거해서 공산당원들은 지하로 잠적해 버렸다. 한국의 6·25 전쟁을 통해 美 정부와 美 국민은 국제공산주의가 자유세계에 대한 큰 위협임을 알게 된다.

애국세력으로 재등장한 보수주의

우리 나라에서 ‘보수’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80년대 친북좌파세력은 대학과 급진적 노동계에 세력을 넓혀 갔으며 자신들은 민주화세력이라고 불렀다. 김대중정권 때 전교조의 합법화와 함께 좌파라 자칭하는 교수들이 등장했으며,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기존의 보수층을 수구세력, 기득권 세력 등으로 불렀다.

불과 10년 만에 한국사회의 주도권은 진보좌파로 넘어갔다. 도덕과 윤리에 흠집이 난 보수세력은 변방으로 물러났으며, 한국사회에서 ‘보수’는 더럽고 부패한 것으로 매도되어 어느 누구도 자기가 ‘보수’라고 하면서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진보좌파와 양비론(兩非論)을 펴는 중도세력만 존재하게 되었다.

하지만 노무현정권이 한미동맹을 파괴하고 인권을 빙자해 북한의 김정일정권을 지원하는 등 좌익 성격을 분명히 하자 보수는 ‘애국세력’으로 다시 등장했다. 새로이 등장한 보수세력은 과거의 권위주의적 정권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한국의 보수운동은 노무현정권 퇴진, 김정일정권 척결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다. 보수 운동의 타깃이 분명하지만 어려운 문제는 노무현정권 이후다. 보수세력이 노무현정권을 대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어떤 이념과 정책을 펼칠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대한민국 정체성 수호가 중요한 원칙

한국사회에서 보수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다. 자유민주주의는 보수주의의 정치적 원칙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근본규범이다. 폭력과 계급투쟁을 주창하는 공산주의, 개인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부정하는 아나키즘 등은 보수주의에 대한 적(敵)이며 보수주의가 서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한다. 보수주의가 ‘열린사회’를 지향해도 ‘열린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전체주의적 악(惡)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을 수호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고 본다. 보수주의는 공산주의가 소련과 동유럽에서 소멸되었다 하더라도 한반도에서는 김정일정권이라는 엄연한 위험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반공(反共)’을 폄하하는 세력을 단호하게 배척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중을 현혹하는 균등주의적 유토피아(egalitarian utopia)를 배척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 ‘서민이 잘 사는 세상’ 등 막연한 유토피아를 내세우는 사회주의는 인간의 자유를 말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20세기의 거악(巨惡)인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는 유토피아를 내걸고 인간성을 말살했다.

보수주의는 대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본다. 따라서 ‘참여’라는 이름을 내건 포퓰리즘 정치는 보수의 적(敵)이다. 유토피아를 내거는 소수집단들이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것을 보수가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 ‘평화’ ‘다양성’ 등등을 내세우는 시민운동은 정작 인간의 자유와 창의성을 파괴하고 사회의 기본가치와 질서, 즉 정체성을 와해시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보수는 대의민주주의가 항상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 때문에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같은 사법기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관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수의는 가정,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가 갖고 있는 전통적 가치의 존중과 중요성을 깊이 인식, 가정과 국가의 해체를 가져 올 수 있는 급격한 변화를 반대한다.

인간사회는 생명을 갖고 있는 유기체 같은 것으로 급격한 혁신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가, 지역사회, 가정 그리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수호하는 군, 경찰, 소방대 같은 기관과 기관에 봉사하는 사람과 가족을 존중한다. 자유는 그것을 지킬 수 있는 각오와 자세를 갖고 있는 사회만이 향유할 수 있음을 인식, 필요한 경우에는 군사력과 경찰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을 존중하며, 그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반대한다. 따라서 정부가 작아야 하며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인 경제활동의 자유가 보장될 때 후생이 극대화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사회복지와 분배정책에 반대한다.

또한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회의 정체성 파괴를 경계하며, 동성애자를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동성애를 정상적 인간관계의 형태로 봐야 한다는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지만 낙태의 자유를 주장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주의의 위선을 배척한다. 낙태로 없어지는 무고한 생명에 비해 사형선고를 받은 자들은 남의 생명을 해한 자이기 때문이다. 교육제도에 있어서도 자율과 경쟁에 근거한 교육제도가 효율적이라고 말하며, 교육 평준화에 반대한다.

보수가 실종 될 위기에 처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反北-反金-反盧 운동은 있지만 보수주의가 존재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운 형편이다. 한나라당의 1997년과 2002년 대선공약을 보면 對北정책과 그린벨트 및 수도 이전 문제를 빼고는 김대중, 노무현 후보측과 다를 것이 없었다. 지금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을 두고 정확한 입장이 없으니 보수정당으로 부를 수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反北-反金-反盧 활동을 벌이는 정통 안보세력은 당면 문제의 시급함으로 경제사회 정책 전반에 대한 보수적 비전을 제시할 여유를 갖지 못하다.

한편 학자와 시민운동가를 중심으로 한 단체들은 선진화, 공동체 자유주의 등 애매한 중도철학을 내세우면서 친북세력과 반북세력을 동시에 비난하고 있다. 한편 진보좌파세력은 전교조, 민주노총, 방송 등 미디어, 거대시민단체 등에 확고한 거점을 확보해 놓고 있다. 정권을 5년 10년 잃어 버려도 흔들리지 않을 체력을 이미 구축한 것이다.

한국은 보수주의가 실종되어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당과 중도 보수당 집권 40년 동안 나라가 위기에 놓였었다. 뒤늦게 보수당이 문제를 인식하고 당내 우파인 대처를 당대표로 내세워서 1979년 총선에 승리했기 때문에 영국이 되살아났다. 그런 대처도 문화적 다양주의(multiculturism)에 대해서는 안이하게 생각해 영국은 이슬람 과격주의의 온상이 돼버렸다(이런 이유로 문화적 다양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레이건 대통령이 돋보이는 것).

오늘날 한국의 보수세력은 이런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 1974 서울대 법대 졸업
- 1983 미국 Tulane University School of Law (S.J.D.)
- 1986/01 - 한국환경법학회 이사
- 1993/03 - (현) 중앙대 법대 교수
- 1993/12 - 1994/02 Fulbright Senior Scholar,
Georgetown University Law Center
- 1995 - 조선일보 논설위원 (비상임)
- 1996/08 - 1996/12 미국 Loyola Law School (LA) 방문교수
- 2001 - 2003 중앙대 법대 학장

사진·정리/김정화 기자 juli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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