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流는 고마움을 안다

一流국가에는 애국자의 동상이 많고 후진국에는 독재자의 동상이 많다.
*조갑제의 현대사 강좌 '一流국가의 공통점'에서 발췌.



제가 평생 가장 감동했을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저는 1988년 9월 17일 아침에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느꼈던 감동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서울 올림픽을 만들어 낸 힘도 일종의 종교적 심성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 거죠. 서울 올림픽 게임의 定時 개최율은 역사상 최고입니다. 그만큼 경기를 완벽하게 운영했다는 뜻이죠. 서울 올림픽은 3000억 이상의 흑자를 봤습니다.
서울 올림픽 때 만든 시설이 꽤 괜찮지 않습니까? 올림픽 공원 근방에 사시는 분들은 설명을 안 해도 아실 것 같아요. 서울 올림픽 조각 공원은 동양에서 최고의 공원중 하나입니다. 거기에 세계적인 조각품들이 많습니다. 한 90억 원으로 만들었어요. 화가 한 분이 박세직(朴世直) 조직위원장한테 좋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서울 올림픽이라는 게 멋진 브랜드이니까 세계의 유명한 조각가들을 초청해서 그 조각가들한테 ‘우리가 재료는 지원해줄 테니, 당신 이름이 남는 작품을 여기서 만들어놓고 가라’고 하자는 거예요. 조각가들이 돈 받고 만든 게 아닙니다.

돈도 많고 살기도 좋은 경남 창원에 가 보니 이 창원공단을 만드는 주역이었던 당시 경제수석비서관 오원철(吳源哲)이란 이름을 아는 이들이 별로 없어요. 一流국가의 또 하나 조건이 감사할 줄 안다는 거예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잘 되겠습니까? 一流국가일수록 고마움을 표현하는 건축물이 많지 않습니까? 一流국가와 후진 국가의 차이가 뭐냐면, 一流국가에는 애국자들의 동상이 많고 후진국가에는 독재자의 동상이 많다는 거죠. 제일 동상이 많은 데가 미국, 불란서, 영국, 독일 이런 나라들 아닙니까? 미국 보스턴에 가면 하버드 대학 맞은 편 길가에 청동으로 기념물을 하나 만들어 놓았어요. 읽어보니까 뭐라고 써놓았냐 하면, 독립전쟁을 할 때 영국군이 상륙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이 독립군한테 이를 알리기 위해서 이 길 앞으로 지나갔다는 거예요.

일본의 니가타(新潟)에 가면 유자와 온천이라고 있는데 여기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쓴 소설 ‘설국(雪國)’의 고향입니다. 거기에 雪國 기념관이 있어요. 거기에 가 보니까 판떼기가 하나 진열되었어요. 웬 판떼기가 박물관 안에 들어있나 해서 설명을 읽어보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 고마코(駒子)라는 기생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인데, 영화를 찍을 때 여주인공역을 맡은 배우가 연기의 실감을 얻기 위하여 고마코의 모델이 된 실제 기생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추워서, 일본말로 고타츠라고 있죠, 그 온수통을 놓고 같이 발을 녹였는데, 그 때 온수통을 받치던 나무 판떼기가 이거다, 이렇게 써 놓았어요.

한국에서 창원사람들은 오원철이가 누군지 모르고, 트루먼 덕분에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고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젊은이들한테 설명을 해도 뭐가 뭔지 모른 채 멍하니 듣고만 있습니다.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에게 고마워하지 않으니 아직도 一流국가가 못 되고 있는 거죠. 一流국가가 되려면 우리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쳤던 사람, 땀 흘렸던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서 달달 외우고,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하고, 책으로 알려야 해야 합니다.
이러면 또 고액권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액권 도안에 김구(金九) 얼굴을 넣겠다는 사람은 있어도, 이승만(李承晩)을 넣겠다는 사람은 적죠. 그런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마음가짐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一流국가가 될 수 없죠. 一流국가는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一流로 올라갈수록 덕(德)이 있어야 되고, 고마움을 알아야 되고, 교양이 있어야 합니다.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의 대표선수가 지금 청와대에 들어가 있죠.

一流국가는 감사만 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필요할 때는 무서운 응징도 하는 나라입니다. 공동체의 적(敵)은 반드시 斷罪됩니다. 조국과 조상에게 배은망덕한 자는 대통령이 되면 안 되고 감옥에 가야 합니다. 공동체에 도전하는 자를 용서하면 반란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니까 그것은 자살하겠다는 거죠. 일본 사람이 빨리 죽고 싶으면 이런 자리에 와서 천황(天皇) 욕하면 됩니다. 특히 公人이 천황을 욕하면 혼이 납니다. 지방의 시장이 천황에게도 전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가 총을 맞았습니다. ‘일본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천황이라는 존재가 없으면 안 된다, 거기에 흠집을 내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는다’고 두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극우라고 하는 거예요. 김두한이가 한국의 마지막 極右입니다.
한나라당의 고위 간부 한 사람이 저하고 며칠 전에 통화를 하는데 제가 ‘왜 그런 아주 애매모호한 대북(對北)정책을 씁니까’ 하니까 그 사람이 ‘우리는 극좌(極左)와 극우(極右)를 탈피해야 됩니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 극우, 극우 하는데 그 극우가 5% 같으면 피해야 하지만 그 극우가 40%다. 극우 맛을 볼 날이 올 것이다’. 극우란 용어를 그런 식으로 쓰는 사람은 그 머리에 좌파(左派)가 들어 있습니다. 이미 좌경적 세뇌를 받았다는 뜻입니다.

자꾸 한겨레신문, KBS 등에서 극우, 극우 하니까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듣다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나오는 말이 극우가 된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어요. 「No revolution, No democracy. No war, No nation state. 혁명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없고, 전쟁이 없으면 국민국가가 없다」
국민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드시 전쟁이 일어나고, 민주주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혁명이 일어난다. 혁명과 전쟁을 통해서 一流국가가 만들어지고 민주주의가 성숙된다. 이것이 역사다. 전쟁, 혁명 없이도 一流국가를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는데, 세계 역사를 들여다 보면 전쟁·혁명이 많은 데서 一流국가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도 지난 60년 동안 이것들을 다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一流국가를 내다볼 수 있게 된 것 아닙니까? 4·19혁명, 1987년의 6월 혁명, 근대화 혁명, 5·16 군사혁명 등등입니다.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다 겪었으니까 우리도 一流국가가 될 수 있는 통과 의례를 마친 셈입니다. 혁명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없습니다. 왜냐? 혁명이란 것은 守舊的 가치관과 의식과 제도를 바꾸는 것인데, 기성질서를 바꾸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한국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몇 번의 혁명이 있었어요. 地主계급을 없애는 농지개혁이라는 혁명이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작품이죠. 이 위대한 지도자를 국민들이 나중에 ‘나라에 부담이 됩니다. 나이도 연로하시고 하니까, 비켜 주세요, 젊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해서 밀어내버리는 4·19혁명도 있었어요. 그래서 40대의 젊은 기수 박정희(朴正熙)가 18년 동안 열심히 일하다가 장기집권에 취해 있으니까, 역사가 김재규(金載圭)를 시켜서 62세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49세의 패기만만한 전두환(全斗煥)이라는 사람을 새로 지도자로 등장시키는 정변이 일어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혁명이 진행중입니다. 국민혁명, 의식혁명, 가치관의 혁명이 지금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른 혁명과는 달리 의식의 혁명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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