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2004년 봄 탄핵을 면하고 직무에 복귀하자 말자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면서 '보수, 보수 하지만 별놈의 보수를 갖다놓아도 개혁을 하지 못한다'는 요지로 악담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근대화 혁명의 주체세력이 한국의 보수층이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保守일 수밖에 없는데도 自我상실적 폭언을 한 것이다.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된 李明博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념을 넘어선 실용'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이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호하지만, '낡은 사회주의 이념'이라고 특정하지 않아 문맥상 '반공자유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리키는 것 같다. 李明博의 '이념을 넘어선 실용노선'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안보와 법치의 輕視, 건국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不在, 親北청산에 대한 의지의 결여, 헌법정신에 대한 無知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오로지 경제제일주의이다. 그의 '이념을 떠난 실용노선'은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는 관점에 기초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한국에서 이념은 가장 큰 전략이다. 이념전쟁이 계속중인 한국에서 지도자는 敵과 동지를 구분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런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 이념은 필수적이다. 이념무장이 되어 있지 않거나 좌경이념으로 오염되어 있으면 남북관계와 동맹관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國論을 분열시킨다. 敵을 동지로, 동지를 敵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념은 너무나 간단하다.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국가이념이 모두 헌법속에 들어가 있다. 한국의 보수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자는 이들이다. 보수층의 이념은 대한민국의 국가이념이고, 이는 헌법정신이고, 세 개의 핵심적 가치를 지닌다.
첫째는 대한민국만이 민족사적 정통성과 국가적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확신이다. 따라서 북한정권은 反국가단체이고 이단세력이다.
둘째는 방법론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다.
세번째는 평화적 자유통일을 해야 한다는 국가목표이다.
이런 이념체계에 대한 종합적이고 실천적인 이해가 없는 지도자는 말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다. 큰 싸움도 할 줄 모른다. 이념을 멀리하면 신념과 전략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념은 가치이고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李明博 대통령의 거의 치명적 실수는, 상호보완적인 이념과 실용을 대치관계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머리와 팔다리는 연결되어 있어야 작동하지 일부러 떼어놓으면 죽어버린다.
한반도에서 이념전쟁은 현재는 말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념무장은 어휘무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확한 말, 심금을 울리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념무장-어휘무장이 약하기 때문이다.
理念은 글자 그대로 '이론화된 신념'이다. 이념은 따라서 인생관이고 역사관이며 전략이고 일관성이다. 이념적 가치관의 지도를 받지 않는 실용은 반드시 '장돌뱅이의 타산'으로 전락한다. '실용의 뒷받침을 받지 않는 이념'은 도덕군자의 말장난으로 메말라버린다.
李明博 대통령은 이념이란 말을 기피하려 한다. 이념과 관련된 안보, 법치, 親北청산, 현대사 논쟁, 전교조, 민노총, 北核 같은 문제들을 멀리 하려 한다. 한반도에서 이념대결을 피하려드는 정치인은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선 안된다. 아직도 전쟁중인 한반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평화至上주의에 오염되어 전쟁의 본질인 이념대결을 회피하려 한다면 군대는 허수아비가 된다.
李承晩, 朴正熙, 레이건, 대처, 트루먼은 이념형 지도자였다. 이념형 지도자는 안보와 法治를 튼튼히 하므로 경제도 발전시킨다. 경제제일주의는 경제의 근본인 안보와 法治를 소홀히 하므로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죽인다. 이념이 얼마나 큰 정치적, 정신적인 힘이 되는가를 自覺한 정치가들은 크게 되었다. 이들은 또 예외 없이 유연한 실용주의자들이었다. 이념형 인간이 진정한 실용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념형 인간일수록 이념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이념의 인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實事求是의 정신이고, 自主, 자유하는 마음이다.
李明博 대통령은 취임사도 沒이념적으로 했지만 나는 결혼식 주례사도 이념적으로 한다. 그 결과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인간의 정의로운 마음에 호소하는 이념형 연설과 인간의 이해타산에 파고드는 연설의 결과는 사뭇 다르다. 하나는 인간의 양심과 혼을 격동시키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이기적 동물로 만든다.
이념형 지도자는 이념을 수단으로 본다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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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13, 2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