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念은 글자 그대로 '이론화된 신념'이다. 신념은 개인적 소신이지만 이념은 이론화되어 있으므로 통용성이 넓어 집단적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ideology(이념)를 '사상의 조직된 집합체'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하다. 이념은 한 사회와 구성원들에 대해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理想型(이상형)을 제시한다. 이것이 개인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사상인 철학과 다른 점이다.
李明博 대통령은 이념이란 말에 거의 본능적 거부감을 표시한다. 이념은 경직된 것이고 낡은 것이라는 선입감을 누가 불어넣은 모양이다. 이는 대단히 편향되고 천박한 이념觀이다. 한국인이 가져야 할 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이고 그 이념을 담은 헌법정신이다.
이념을 좌파의 전유물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이념은 칼 마르크스나 사회주의자가 만든 말이 아니다.
물론 이념이란 말은 유럽의 文物을 일본이 도입할 때 번역한 단어이다. 이데올로기(ideology)라는 말을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안톤 데스튀트 드 트레시(Antoine Destutt de Tracy)이다. 1754년에 출생하여 1836년에 죽은 그는 귀족출신이고 군인이기도 했으며 정치인, 철학자였다. 그는 영국의 민주주의 이론가 존 로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1817~1818년에 '이데올로기의 핵심들'이란 책을 썼다. 여기서 이데올로기란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사상의 과학'이라고 定義했다.
이 책은 유럽과 미국에 큰 영향을 주었다. 미국 독립이념의 기초자라고 볼 수 있는 토마스 제퍼슨은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할 때 편집을 했다. 칼 마르크스는 트레시를 '부르주아 이론가'라고 불렀다. 트레시는 君主制를 부정하고 미국식 공화주의를 지지했다. 그는 철학에선 이성, 경제에선 자유주의를 신봉했다. 그의 이데올로기는 사회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요사이 자유민주주의적 신념에 가깝다. 그런 생각을 가진 이였으므로 오히려 이념의 중요성을 더 깊게 인식했을 것이다.
윌라드 A. 뮬린이란 학자는 이념은 네 가지 특징을 가진다고 했다.
1. 이념은 인식체계에 대한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즉 인생관, 세계관, 역사관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2. 이념은 가치평가를 유도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평가, 즉 正義感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3. 이념은 행동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실천의 방향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다.
4. 이념은 이론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위의 네 개 특징으로 분석해보면 전형적인 이념임을 알 수 있다. 즉, 자유민주주의는 구성원들의 인식체계,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실천방향에 영향을 주는 일관성이 있는 이론이다. 李明博 대통령이 작은 정부와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런 행동이다. 이념을 공유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된 행동을 한다.
李明博 대통령은 지극히 이념적 인간일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담은 대한민국 헌법체계안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와 참모들은 자신들이 이념적인 인간이 아니고 그렇게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념에 대한 無知와 오해 때문이다.
대한민국 建國, 공산침략에 대해서 우리가 맞서 싸운 일, 민주화, 산업화, 개방정책, 서울올림픽 등등 한국 현대사의 모든 업적들이 이념적(자유민주주의적) 집단행동의 결과였다. 이념의 지도를 받은 행동들이었으므로 집단성과 일관성과 효율성이 있었고 성공했다.
그럼에도 李明博 대통령은 이념은 낡은 것이고 뛰어넘어야 할 것이며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오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한 자기부정과 자기卑下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이념은 가장 큰 전략이다. 무엇이 國益이고 누가 대한민국의 敵이고 同志인지를 알게 해주니까. 黃長燁 선생이 말한대로 '이념은 공동체의 利害관계에 대한 自覺'이다. 무엇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해독이 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이념이므로 이념이 正立되지 않은 대통령은 반드시 공동체에 해를 끼친다. 이념무장이 되지 않은 인간은 반드시 彼我식별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李 대통령이 싫어하는 단어 理念에 대한 올바른 이해
- 조갑제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9-06-24, 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