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금융제재가 김정일에 치명적인가?

마카오 BDA 은행의 사례를 중심으로.
*아래 글은 북한에서 금융부문에서 종사하다가 한국으로 탈출하였던 金光進씨가 쓴 석사논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보론: BDA와 미국의 對北금융제재

2005년 9월 12일 미국이 BDA에 있는 북한 자금을 동결하면서 시작된 금융제재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오면서 많은 의혹과 관심을 증폭시켰다. 사건 발단 이후 북한은 핵실험까지 해가면서 BDA 동결자금 해제와 6자회담 참가를 연결시켰으며 2년이 지난 후에야 이는 겨우 봉합되게 되었다. 여기서는 BDA가 왜 북한에 그렇게 중요한 생명선이었는가, BDA문제해결이 왜 지연되었으며 선진금융의 중심에 있는 미국과 한국도 무엇을 예견하지 못하였는지를 다루려고 한다.

1. BDA 사건일지

<표> BDA 사건일지

- 2005.9.12 미재무부 BDA를 ‘돈세탁우려대상’으로 지정, 제재검토발표
- 9.19 6자회담 공동성명 발표
- 북 BDA해제와 6자회담참가 연계
- 2006.7.4 북한 미사일발사시험 강행, 7.15 러시아, 중국도 찬성한 안보 리결의 1695호 채택
- 10.9 북한 핵실험단행, 10.15 안보리결의 1718호 채택
- 2007.1 북미베를린 회동, 초기조치합의 후 30일내 동결자금 해제약속
- 6자회담 2.13합의
- 2.14 미국 BDA 조사중지, 동결계좌해제여부 마카오당국에 일임
- 2.15 미재무부 BDA를 “돈세탁은행”으로 지정
- 2.19 BDA 북 동결자금 전액 해제방침 발표
- 4.14 2.13합의 초기조치이행 60일시한 초과
- 4.29 다음주 내 송금가능성 시사, 러시아, 이태리, 동남아거론
- 6.14 마카오 BDA 2,500만 달러 중 2,000만 달러 송금완료 발표
- 6.25 북 외무성 BDA동결자금 북한계좌로 송금확인
* 송금은 정상적인 통로로 하지 못하고 뉴욕 중앙은행과 러시아 중앙은행 을 통해 이루어짐

2. 미국의 조치내용과 금융제재 근거

미국이 금융제재에 나서게 된 것은 북한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은행(Banco Delta Asia, Macau.,)을 통해 위조달러를 유통시키고 마약 등 불법거래 대금을 세탁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이 혐의로 BDA를 ‘돈세탁우려(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대상’으로 지정하면서 2,500만 달러 상당의 북한자금이 BDA에 동결된 것이다. 미 재무부가 애국법 제311조에 따라 ‘돈세탁우려대상’으로 지정한 BDA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동하면 미국 각 금융관련기관 5천 개가 BDA와 직, 간접거래를 못하게 된다. BDA에 대해 2005년 9월 12일 제재검토를 발표한 미 재무부는 9월 20일자 관보를 통해 BDA의 혐의와 제재 안을 실어 입법예고했으며 10월 20일까지 한 달간의 청문 기한을 두었다. 미국의 조치는 공식제재의 발효가 아닌 제재조치 검토만을 발표한 것으로서 그 실효성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모두 지켜보는 상황이 되었다.
2005년 9월 미국 관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30년 간 4천 500만 달러 이상의 북한산 100달러 위폐인 슈퍼노트를 압수했다고 한다. 또한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마카오 도박장에서 위조달러를 제시하는 것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다는 사실도 북한의 불법위폐유통의 근거로 되고 있다. 지난시기 북한정부 관리들이 위조달러화를 소지하고 있다가 체포된 여러 건의 사건들도 북한에서는 정부의 허가 없이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없다는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위폐제조와 유통을 지적한 최근의 보고서는 미국무부가 2006년 3월 1일 발표한 연례 '마약통제전략보고서'이며 이를 통해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마약 거래 수익금을 돈세탁하고 위조지폐와 담배 등 불법 활동을 벌여온 '실질적인 증거들이 존재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외에도 최근 북 위폐 및 담배밀수와 연관된 자금이 예치되어 있는 계좌가 홍콩에서 발견되어 미국 정부가 267만 달러 이상을 압류할 계획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미 FBI․CIA․법무부․재무부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이 2005년 8월까지 비밀수사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59명을 위폐 및 위조담배밀매혐의로 체포한 소식이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美 위폐밀매 용의자 ‘제조국은 북한’,” 『중앙일보』,2006년 8월 9일.
. 조사반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에 걸쳐 ‘Smoking Dragon’과 ‘Royal Charm'이라는 암호명으로 이 작전을 수행했으며 용의자들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위조지폐, 4,000만 달러가량의 위조담배는 물론 미사일 부품 등을 밀반입하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사건의 핵심 용의자는 중국계 미국인 차오 퉁 우(Chao Tung Wu)이며 북한이 달러화 위폐 제조국가라는 것을 그가 밝혔다고 한다.

3. 마카오는 북한의 last but one 생명선

미국의 조치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북한은 국제금융의 마지막 지탱 점을 잃게 되었으며 미국은 예상치 않은 성공에 탄성을 질렀다.
그러면 BDA와 마카오가 북한에 왜 그렇게 중요한 생명선으로 되며 엄청난 파장을 몰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 북한의 대외금융창구가 마카오라는 좁은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작은 은행인 BDA에 모든 걸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전술하였지만 북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대외결제창구를 마카오의 좁은 지역으로 집중시켰다. 조사과정에 50여개의 계좌가 확인되었으며 그중 반 정도는 북한 금융기관의 것이다. 북한의 대외금융이 마카오로 좁혀지게 된 배경은 무역은행과의 수 십년간의 밀접한 관계, 김정일통치자금의 안정적 관리와 그의 직접적인 지시, BDA를 비롯한 은행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당국의 느슨한 감독,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 북한의 default와 은행들의 신용하락으로 인한 국제금융기관들이 북한을 기피한데 있다. 마카오지역 외에도 북한의 자금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지역은 홍콩, 싱가포르, 중국 본토, 말레이시아, 프랑스 등 매우 협소하며 싱가포르나 프랑스 같은 지역은 자금여력이 좋고 신용관계가 좋은 대외보험총국이나 창광신용은행 등 북한의 일부 기관들만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동남아시아나 중국지역에 국한 되어있다.
둘째, 김정일 통치자금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외화는 김정일통치자금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있다. 누구도 외화를 승인된 범위 외에 쓸 수 없으며 무역은행에서 지출되는 외화는 1달러라도 총리의 결제를 받아야만 지출될 수 있다. ‘궁정경제’에서 벌어들이는 대부분의 외화는 김정일 통치자금으로 납부되며 이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선물정치, 측근관리, 군수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속적인 외화난으로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마카오의 금융창구 차단이 김정일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아직까지 북한을 지탱시키고 있는 당, 군수 등 외화벌이를 중심으로 한 ‘궁정경제’에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북한경제에 치명적인 이유는 북한경제와 권력을 아직까지 지탱해주고 있는 핵심부문인 ‘궁정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내각경제 즉 북한의 인민경제가 이미 기술적으로 파산했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북한에서 그래도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것으로 재생산에 투자하여 그럭저럭 생산을 유지하고 있는 부문이 특수경제 단위들이다. 김정일이 2006년 초 중국을 방문하여 후진타오에게 미국의 경제제제가 계속되면 북한의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하면서까지 도움을 청한 사실을 놓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넷째, 조선무역은행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북한의 국가 공식경제와 정책에도 타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내각의 역할을 강화하고 내각중심제로 경제지휘와 구조를 재정비하여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대외결제창구의 차단은 북한당국의 현 정책에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BDA로 인한 파급효과가 더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작은 은행인 BDA에 대한 경고조치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의 유명 국제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동참하면서 북한에 더욱 큰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는 물론 스위스, 싱가포르, 베트남, 몽골 등 20여개의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단절하거나 신규거래를 금지하였다. 한국에서도 외환은행이 BDA와의 금융거래 계약을 해지한데 이어 수협과 신한은행도 동참하였으며 다른 은행들은 BDA외에 미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은행이 없는지 모니터링 강화에 나서는 등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였다. 중국 국영은행(BOC)은 마카오지점의 북한 자산을 동결하였다. 이는 북한의 돈줄을 완전히 묶어놓았으며 북한으로서는 이 문제가 BDA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로 파급되는 것이 더 큰 악몽인 것이다.

4. BDA 송금지연 원인 및 시사점

BDA북자금은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채택된 후 미국이 조사를 중지하고 동결계좌 해제여부를 마카오당국에 일임한 후에도 몇 달이 지난 6월 말에야 해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였으며 6자회담이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면 왜 계좌송금이 늦어졌는가.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이 BDA자금과 계좌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송금신청서를 계좌별로 하지 않고 전체 금액에 대하여 1장에 신청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게 행동하였다. 이는 그들이 국제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보다는 BDA에 개설된 계좌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카오에 상주하고 있던 많은 회사나 개인들이 계좌를 산발적으로 열어 놓았으며 개중에는 일부 간부들의 비밀계좌, 가명, 차명계좌, 개인들의 비밀계좌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죽었다고 공포한 김정일서기실 부부장 길재경, 박자병 조광무역 총지배인, 최고위 간부들의 계좌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 계좌들의 자금파악이나 죽었다는 사람들의 송금지시를 제출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둘째,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다.
미국은 북 자금을 해제하면서 동시에 BDA를 ‘불법세탁은행’으로 지정하였다. 이는 중국이나 마카오 당국에 결코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일각에는 BDA문제가 미국의 유대자본과 중국의 화교자본의 충돌의 산물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자국과 마카오의 자본, 금융시장을 보호할 것을 바랬던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행(Bank of China)에 있는 무역은행계좌로 송금할 것을 원하는 북한의 요구를 은행 측의 거절을 이유로 끝까지 거부했던 것이다. 또한 중국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서 몹시 못마땅했던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북중 간의 관계는 과거의 순치의 관계, 혈맹관계에서 현재는 보통국가, 정상국가간의 관계로 변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민족이기주의와 대국주의를 고집하고 있다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과 중국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오해가 충돌한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미국의 품에 안기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셋째, 미국도 제도적 장치에 의한 난점을 예견하지 못했다.
마카오 당국에 일임하여 풀 수 있는 단순한 송금 문제로 생각하였지 유엔결의, 국제금융시스템, 자국의 제도적 장치에 의한 장벽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BDA자금이 풀린다고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가 해제되는 것이 아니며 북한이 자동적으로 국제금융시스템에 편입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국제적인, 미국 자국내의 제도적 장치에 의해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 결국 자금은 정상적인 송금통로가 아닌 뉴욕중앙은행과 러시아중앙은행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었다.
앞으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와 북한의 국제금융시스템 편입은 많은 문제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우선 북핵문제의 해결여부이다.
지금은 순조로워 보이지만 어디서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BDA자금은 송금으로 해결되었지만 제도적 장치에 의한 제재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는 언제든지 다시 효력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이고 정치적인 여건에 따라 사태진전이 달라질 것이다.
다음은 이미 굳어지고 결정된 시스템에 의한 기술적 발목잡기가 문제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로 유엔결의가 발의된 상태이며 그 외에 미국의 테러지원국, 적성국교역법 해제가 남아있다. 또한 국제사회와 금융의 북한에 대한 불신, 기피가 여전하다.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일 것이다.
다음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 줄다리기가 문제이다.
이번에 경험한바와 같이 미국이 자금동결을 해제해도 중국이 움직이지 않아 송금이 지연되었다. 앞으로 북한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각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다.
다음은 북한이다.
핵을 모두 포기할 것인지, 국제사회, 금융시스템에 정상국가로 편입할 것을 원하는 것인지, 또는 핵을 통해 이해득실 계산에서 충분한 보상이나 대가를 받지 못할 경우 어떤 돌발적인 사태를 만들어 낼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의 의지와 태도여부에 따라 국제사회의 반응이나 대응도 결정될 것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