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士 세지마가 全斗煥 장군에게

소설 '不毛地帶'의 모델이 全 장군에게 써준 글: <나갈 때는 이름을 내지 말고, 물러날 때는 罪를 피하지 말라>
일본 소설 '不毛地帶(불모지대)'의 주인공 모델이자 國士로 추앙받으면서 公的 부문에서 많은 일을 한 세지마 류조(瀨島龍三)는 태평양 전쟁중 일본 참모본부의 중견장교였다. 패전 때는 만주의 關東軍에 근무중이었는데 소련군의 포로가 되어 11년간 억류되었다가 돌아왔다. 종합상사 이토추 商社 회장을 지낸 후엔 歷代 총리의 상담역이 되었다. 특히 全斗煥, 盧泰愚 대통령 시기에 韓日간 막후에서 密使 역할을 자주 하였다.

그가 남긴 回想錄의 제목은 '幾山河'이다. 이 책에서 그는 시베리아 억류생활이란 극한체험을 통하여 인간의 본질을 보았다고 썼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고독과 空腹이었다. 밤중에 배가 고파 일어나 물을 마시고 배를 채운 적도 많았다. 이런 극한상태에서 인간은 粉飾(분식)이 불가능하여 거의 벌거벗은 존재가 되고 만다. 우리 일본인중엔 완력으로 남의 빵을 빼앗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자신의 빵을 쪼개어 病者에게 나눠주는 이도 있었다. 나는 "도대체 인간은 그 본질이 무엇인가"하고 생각에 잠겼다. 되풀이하여 읽은 빅토르 유고의 '레 미제라불'에 "인간은 두 개의 중심에 서서 포섭된 楕圓(타원)이다"는 말에 공감하였다. 즉, 정신과 육체, 감정과 이성, 善行과 惡行의 양면을 공유하는 '살아 있는 존재'가 인간인 것이다. 인간의 약함, 추함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평소에 신앙심과 책임감으로 자신을 단련시켜놓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도덕은, 他人을 위하여, 또는 이 세상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계급의 上下, 학력의 高下와 관계가 없는 至高의 현실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軍人사회에서 자랐으므로 軍人의 계급이 바로 인간의 가치라고 생각하였는데 현실과 遭遇(조우)해보니 눈을 새롭게 뜨게 되었다. 군대의 계급, 기업의 직급 등은 조직 운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고 인간의 가치와는 전혀 별개이다.

따라서 계급, 직급의 上位者일수록 자신을 엄정하게 규율하고, 인간적 수련을 계속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을 갖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조직의 상층부에 있는 자는 겉만 보아선 안되고, 뒤도 잘 보면서, 조직 전체를 묵묵히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을 잊어선 안 된다. 인간의 수련엔 한이 없다. 사람은 棺을 덮을 때까지 그렇게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세지마는 1980년 6월 한국에 와서 당시의 실력자 全斗煥 장군을 신라 호텔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全 장군이 좋은 말씀을 해달라고 하여 즉석에서 이런 글을 써주었다고 한다.

<나갈 때는 이름을 내려 하지 말고, 물러날 때는 罪를 피하지 말라>

1988년 11월 全斗煥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가기 전에 "나의 재임중에 있었던 모든 과오는 누가, 어느 기관이 저질렀던간에 최종결정권자이고 감독권자인 나의 책임이다"는 연설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써주었던 그 문장을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도덕은, 他人을 위하여, 또는 이 세상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세지마의 말과 같은 말이 성경에 있다. 사도 바울이 쓴 갈라디아書에 나오는 이 귀절이다.

<성경말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같이 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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