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1년 스페인령 남아메리카 해역에서 밀무역을 하던 영국 상선 레베카호가 스페인 해안경비대에 적발됐다. 배에 올라온 스페인 장교는 선장 로버트 젠킨스의 귀를 베어내면서, “ 너희 왕에게 가서 내가 ‘그가 이 따위 짓을 하면 그의 귀도 베어내겠다’고 하더라고 전해라”라고 이죽거렸다.
1738년, 젠킨스는 떨어져나간 자기의 귀를 담은 단지를 들고 하원 의사당에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사연을 눈물 콧물 섞어가면서 말하면서 “나는 내 영혼은 신에게, 이익은 국가에 바치고 있다”고 외쳤다.
의원들은 격분했다. 수상 로버트 월폴은 사태를 평화적으로 수습해 보려 애썼지만, 후일 수상이 되는 윌리엄 피트 등이 개전(開戰)을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영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이것이 ‘젠킨스의 귀 전쟁’ 이다.
1847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반(反)유대 폭동이 일어났다. 폭동의 와중에 다비드 파시피코라는 유대계 포르투갈인의 집이 불에 탔다. 그리스 경찰은 수수방관했다.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태어난 파시피코는 영국 시민권도 갖고 있었다. 그는 그리스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기 위해 영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외무장관이던 파머스턴은 의회에서 “영국 시민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도 바울이 법정에서 로마 시민권을 주장했던 것처럼 ‘나는 영국 시민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역설했다.
“영국인은 어느 나라에 살든 영국의 엄중한 시선과 튼튼한 팔이 부정과 불의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자신을 가져야 합니다.”
조그만 섬나라 영국을 ‘대영제국(大英帝國)’으로 만든 힘은 바로 이것이다. 밀무역선장 젠킨스 같은 대단할 것 없는 인간을 위해 국가가 전쟁도 불사하고, 이역만리에 떨어져 사는 자국 시민을 ‘엄중한 시선과 튼튼한 팔’로 보호했던 결연한 의지가 영국을 제국으로 만든 것이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북한의 어뢰, 혹은 기뢰 공격으로 인한 것임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도발로 인한 것임이 밝혀졌을 때, 대한민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영국은 밀무역선 선장의 귀 하나 때문에 전쟁도 불사했다. 초계함과 46명의 병사들의 목숨을 잃은 대한민국은 과연 북한과 전쟁도 불사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현대 국민국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란 얘기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로서의 존재 가치를 시험받는 시험대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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