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격으로 부역자를 살려준 李秉衡

『이전의 너는 이미 죽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너가 탄생한 것이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
6.25동란 중 수도사단 대대장으로 싸웠던 이병형(李秉衡·육군중장 예편·전쟁기념사업회장 역임) 장군의 명저(名著) 「대대장」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北進中 강원도 창촌을 바라보는 어떤 산골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30세 가량의 한 사나이를 땅에 꿇어 앉혀놓고 집단린치를 가하고 있었다. 인민군 치하에서 부락민들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는 반죽음 상태였다. 나는 그 사나이의 처리를 맡겨 달라고 한 뒤 부하들에게 연행하도록 지시했다. 부락이 보이지 않는 위치까지 그를 끌고 온 다음 나는 무작정 데리고 갈 수도 없어 이쯤해서 결정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마을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느냐고 물었다. 인민군의 강요에 의해서 했다고 변명했다. 이미 죽음을 각오했는지 얼굴은 창백했으나 비교적 또박또박 대답했다.

나는 권총을 들이대고 말했다. 『죽고 사는 것을 팔자소관이라 하더라도 너의 판단착오는 전적으로 너의 책임이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공포에 질렸다. 나는 그의 머리 위를 겨냥한 채로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고요한 계곡은 총성으로 뒤덮였고 그가 살던 부락을 의식하면서 사격을 했다. 그는 총에 맞은 줄 알았는지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혹시 쇼크로 정말 죽은 게 아닌가 해서 일으켜 세웠다. 나는 조용히 그에게 『이전의 너는 이미 죽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너가 탄생한 것이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는 말없이 헤어졌다〉

고 李秉衡 장군은 盧泰愚 대통령 시절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으로 발탁되어 龍山의 전쟁기념관을 지었다. 그의 안목이 담겨 있는 이 건물이 한국 군사文化의 요람이 되고 있다. 그는 교양인이었고, 紳士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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