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統領의 國語實力 ― 李明博 대통령의 8.15 慶祝辭에 부쳐!!

대통령의‘慶祝辭’까지도 엉터리인 것은 한글전용을 고집하는 정부의 잘못된 語文정책 때문

<時論> 大統領의 國語實力

― 李明博 대통령의 8.15慶祝辭에 부쳐!!

 

李 大 根 성균관대 명예교수

 

大統領의 慶祝辭

 

지난 8월 15일 제65회 光復節 경축식장에서 행해진 이명박 대통령의 ‘慶祝辭’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선 그것이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할 慶祝辭로서의 문틀을 크게 벗어났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내용에 있어서도 ‘光復節’(?)에 대한 역사의식의 缺如는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慶祝하자는 것인지 뭔지를 분간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점, 더욱이 文章 구성이 文法에 맞지 않거나 用語 선택이 잘못된 경우, 특히 어려운 語彙(어휘)까지 죄다 한글로 表記함으로써 의미 파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내용상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간추려보자. 우선 慶祝辭 는 큰 제목 격으로 “함께 가는 국민, 더 큰 대한민국”이란 문구를 내걸었다. ‘함께 가는 국민’이라! 누가 누구와 함께 간단 말인가? 그리고 어디로 함께 간단 말인가? 아리송하기 그지없다. 보통 ‘함께 한다’는 표현은 많이 쓰지만, ‘함께 간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다. 이런 경우는 대개 ‘함께 간다’고 하지 않고. ‘같이 간다(同行)’고 하지 않는가?

 

또한 ‘더 큰 대한민국’만 해도 그렇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덩치가 컸다 작았다 하는 것인가? 설령 컸다 작았다 한다고 치더라도 대한민국이 그동안 더 컸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앞으로 더 클 것이란 얘기인지 이것으로는 구별할 수가 없다. 아마도 한국의 國力이 그동안 크게 伸張되었음을 내세우고자 한 것 같지만, 무슨 상품 광고도 아니고 듣는 사람에게는 거북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다.

 

慶祝辭의 제목을 이렇게 무슨 숨은 뜻 찾기의 퍼즐문제 내듯이 멋을 부리고 또 일부러 어렵게 할 것이 아니라, 많은 국민이 접하고서 65회 ‘8󈸟’의 그 날을 다시 한번 想起하고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평범한 文案이었으면 한다.

 

공정한 사회, 녹색경제 …

 

李明博 대통령이 이번 慶祝辭에서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主題語는 다음 세 가지 라 할 수 있다. ‘공정한 사회’, ‘녹색경제’ 그리고 ‘통일-통일세’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뒤의 統一稅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앞의 두 가지 즉 ‘공정한 사회’와 ‘녹색경제’ 만은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말하자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해석의 문제 이전에, 도대체 그런 文句 자체가 성립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먼저 ‘공정한 사회’에서의 ‘공정’이란 단어가 漢字語라고 하면 그것은 公正, 公定, 工程, 空挺, 公廷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그 어느 공정을 이 ‘공정한 사회’에 대입하더라도 의미가 잘 통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대통령은 첫 번째의 ‘公正’의 뜻으로 하여 ‘公正한 社會’로 해석하여 경축사의 主題語로 삼은 모양이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 ‘公正한’의 뜻은 어떤 私心/私慾 없이 일을 公準에 맞게 잘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公正한 去來’ 또는 情實이 개입되지 않는 ‘公正한 人事’ 등 어떤 行爲를 수식하는 경우에 쓰는 것이지, 社會나 國家 등 어떤 기구나 조직의 성격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평등한 사회, 살기 좋은 사회라는 표현은 되지만, 공정한 사회나 불공정한 국가 란 표현은 성립될 수 없다.

심지어 경축사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넘어서 ‘공정한 지구촌’이란 표현까지 나온다. 오는 11월 G20 서울총회에서 韓國은 각국 대표에게 이 ‘공정한 지구촌’을 만들자고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21세기 한국의 국제적 책임이자 사명이라는 주석과 함께….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소리다.

 

다음 ‘녹색경제’란 말도 성립할 수 없다. 최근 들어 ‘持續 가능한 성장’이니, ‘環境 親和的 성장’이니, ‘綠色成長'이니 하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여기서 녹색성장이란 말을 援用하여 아마도 綠色經濟란 말을 만들어낸 모양이지만, 그건 큰 오해다. 이들 녹색성장 등의 표현은 어떤 경제가 무리하게 성장에만 치우치다 보면 자연환경을 파괴하게 되고, 나중에는 성장 자체가 지속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으니,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성장(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개념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經濟成長(economic growth)의 성격을 설명하는 것이지, 어떤 國民經濟 그것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한국경제는 綠色經濟이고, 미국경제는 黃色經濟란 식의 표현이 가능하겠는가?

심지어 경축사에서는 앞으로 ’녹색경제‘ 시대가 오면 제2, 제3의 삼성, 현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 쯤 되면 대통령의 녹색경제 개념이 과연 어떤 것인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平和統一方案과 統一稅

 

셋째의 統一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다. 統一이 임박한 듯이 시급한 대책 마련을 위해 뜬금없이 제기한 ‘統一稅’의 경우, 그것이 과연 慶祝辭에 담을 성질의 것인지도 우선 의문이지만, 그 보다도 가일층 중요한 사항이라면 경축사에 담겨진 대통령의 평화통일을 위한 方案이라 할 수 있다. 경축사에서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서는 3단계 과정이 요구된다고 보고, 그 첫 단계로는 남/북간 상호 對決이 아닌 共存, 정체가 아닌 발전을 지향하여 韓半島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는 ‘平和共同體’의 구축이 요구되고, 둘째로는 남/북간의 포괄적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간의 경제통합을 준비하는 ‘經濟共同體’의 형성, 그리고 셋째로는 상호 制度의 障壁을 허물고 韓民族 모두의 존엄과 자유, 삶의 基本權을 보장하는 ‘民族共同體’ 형성이란 3단계로 나아갈 때, 韓民族의 平和統一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통일방안을 천명하고 있다.

 

寡聞의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慶祝辭에 나오는 이런 3단계 통일방안 설명이 이를테면 한국정부 측의 공식적인 統一方案을 이런 기회에 국민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자 함인지, 아니면 정부가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통일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일종의 계획/구상을 밝힌 것인지 우선 그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평소 통일문제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 慶祝辭 상의 통일문제 논의가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의 그것과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그런 점에서도 궁금증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고나 할까.

 

한글專用主義와 韓國語의 붕괴

 

이밖에도 지적하고 싶은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생략키로 한다. 사소한 것까지 죄다 지적할 수는 없는 일이거니와, 또 慶祝辭란 대통령의 對國民 談話일진데 그것을 너무 헐뜯는 것은 국민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이다.

다만 이런 기회에 분명히 밝혀두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慶祝辭’까지도 어떻게 하여 이처럼 國語의 文法이나 慣行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문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왜 그를 수밖에 없는가 하는 그 원인을 한번 캐보는 일이라 하겠다.

 

한국인의 國語 실력이 지금 엉망으로 된 것은 바로 정부의 語文정책의 잘못에 있다. 韓國語는 원래 固有語와 漢字語의 두 가지로 되어 있고, 그것을 표기하는 文字역시 한글과 漢字 두 가지다. 언제부터인가, 정확히는 1980년대 民主化(?) 물결과 더불어, 한국어의 70%를 차지하는 漢字語는 그대로 둔 채 단지 漢字만 추방하는 크나큰 愚를 범하였다. 그 결과 表意文字인 漢字語를 表音文字인 한글로 적게 되자, 그것은 곧 나라의 語文생활에 일대 혼란을 불러오고 또 국민의 國語실력을 한 없이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일례로 OECD 제국의 大卒 이상 고급 人力을 대상으로 한 ‘文解力’(literacy) 조사 결과에 의하면, 韓國은 조사 대상 100명 중 2명 정도가 겨우 고급 文書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OECD 제국 가운데 最低수준이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國語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가를 나타내는 단적인 指標라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代案은 단 하나, 한자교육의 부활을 통한 韓國語 본래의 原形을 되살리는 길 외에 딴 방도가 없다고 함을 강조해둘 뿐이다. (이상)

 

* 이 글은 국한문혼용론자인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것을 전재한 것입니다. (강철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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