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비핵화회담과 北의 함정

北이 요구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美의 對北 핵위협 제거를 우선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문화일보 포럼> 남북한 비핵화회담과 北의 함정 [2011.4.18일자]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베이징 6자회담의 앞날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16일 회담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비핵화에 대한 남북대화가 우선돼야 하며 북한이 이에 대한 진정성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이 들고 나온 ‘남북 수석대표회담’→미·북 접촉→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을 한·미 양국 정부가 수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사태 진전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진정성 있는 핵 문제 해결 의지와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라는 두 가지 대북(對北) 요구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이명박 정부가 계속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건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인식의 오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반도 비핵화의 북한식 표현은 ‘조선반도 비핵화’다. 이는 곧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의미한다는 사실이 이미 1991년 남북 간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합의 과정과 1992년에서 1993년에 걸쳐 진행됐던 남북 비핵화 공동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북한이 요구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단순히 북한의 핵포기가 아니라 그에 앞서서 북한의 핵 개발을 불가피하게 만든 미국의 대북 핵 위협 제거를 우선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남북 간의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서 북한이 또다시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할 때 이 정부는 과연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루기 위한 남북대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는 정부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부가 북핵 문제 논의에 앞서서 북한식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의 차원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가지고 시비하기 위한 논의의 장(場)을 깔아주기 위해 애써 왔다는 말이 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이들 사건의 원인 제공자가 남측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원인 해소의 차원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고 나올 경우 이에 대해서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또한 문제다.

바로 여기에 북한이 막후에서 연출한 이른바 3단계 해법의 함정이 있다. 북한의 노림수는 이 같은 사이비 회담의 운영을 통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만큼 시간을 버는 것과 함께, 그같은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북한의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의 주장과 요구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회담의 교착 상태를 역으로 이용해 일정한 대남 공작 차원의 목적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즉, 한국 사회 내의 종북(從北) 및 그 연계 세력으로 하여금 이 정부의 비타협성을 시비하게 함으로써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조장, 선동해 특히 내년에 있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등 양대 선거에서 보수·우익 정권의 재창출을 견제하고 친북·좌파 세력의 권토중래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의 경구는 공연한 옛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을 알고 북한에 대처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상황이 말해 주는 것은 ‘진정성 있는 북핵 포기 의사 표명’과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6자회담과 남북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이 정부의 그 동안의 입장이 옳았다는 것이다. 옳은 입장은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옳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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