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의 시민혁명과 북한

식량 사정을 비롯하여 북한의 최근 경제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여러 가지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Korea Policy” 2011.3/4월호 ‘권두언’
중동/아프리카의 시민혁명과 북한

4월11일자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독재자 일람표”(The Despot Index)라는 제목 아래 오늘날 지구상의 대표적 독재자 10명의 프로필을 소개했다. 이 ‘불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독재자들의 면면은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41년), 북한의 김정일(16년),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솅코(23년),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10년), 미얀마의 탄 슈웨(19년), 수단의 오마르 알 바쉬르(21년), 투르크메니스탄의 굴방굴리 베르디무하메도우(4년),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롬 카리모프(21년),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31년) 등이다. [()안의 수자는 이들의 집권기간]

이들 10명의 명단에는 당연히 들어 있어야 할 2명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튀니지의 벤 알리와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그들이다. 튀니지의 벤 알리와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작년 12월 튀니지에서 발화한 재스민 혁명이라는 이름의 시민혁명에 휩쓸려 금년 초 각기 23년과 30년간 철밥통처럼 유지해 오던 절대권력의 권좌로부터 실각의 고배를 들었고 그 결과 이번 뉴스위크의 ‘독재자 일람표’에 끼는 불명예를 면하는 '독재자 OB'가 되었다.

뉴스위크가 거명한 10명의 ‘현역 독재자’ 가운데서도 어쩌면 머지않아 OB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후보들이 또 있다. 우선 지금 미국과 나토(NATO)의 막강한 해•공군 화력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반정부군을 상대로 힘겨운 혈투를 벌이고 있는 리비아의 가다피가 그 대표적 후보이고 그 밖에도 나날이 더욱 거세지는 무장 시위대를 상대로 아비규환의 내전을 치르고 있는 시리아의 알 아사드와 예멘의 알 압달라 살리(19년)의 정치적 운명도 내일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흔들고 있는 시민혁명의 직접적 기폭제는 경제문제였다. 외신은 이번 시민혁명 발화의 뇌관(雷管)으로 작년 12월17일 튀니지의 한 지방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하지 못해 과일 행상을 하던 한 20대 청년이 노점상을 단속하던 경찰관에게 상품을 압수당한데 대한 항의로 분신자살을 한 사건을 지목하고 있다. 가뜩이나 실업난과 부정부패 및 빈부격차, 그리고 그 같은 경제난을 구조화시킨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튀니지 국민들에게 이 청년의 분신자살은 화약고에 성냥불을 그어 댄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여러 나라에는 이미 성냥불만 그어 대면 언제든지 발화할 수 있는 화약고가 널려 있었다. 가장 비등점이 낮았던 아킬레스 근(筋)은 청년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만연된 청년실업이었다. 외신에 의하면, 최근의 의학의 발달로 출산율이 올라가고 사망률이 낮아지면서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청년층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15세부터 24세까지의 청년인구가 이집트는 29%, 리비아와 바레인은 각각 28%로 세계 평균인 17%에 비해 월등 많다. 이 같은 청년인구의 팽창이 사회적 갈등 증폭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의 인구 전문 연구소 ‘포퓰레이션 액션’(Population Action)은 최근 “1970년에서 1999년까지 발생한 전 세계 분쟁의 80%가 30세 이하 인구 비율이 60% 이상인 국가에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같은 청년인구의 증가를 사회적 갈등 폭발의 뇌관으로 연결한 촉매는 청년실업이었다. 이번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휩쓰는 시민혁명의 경우도 문제의 청년실업자의 존재가 바로 화약고였다. 이 지역의 평균 청년 실업율은 30%로 세계 평균 14%의 2배 이상이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청년실업을 포함하여 이번의 시민혁명의 불길이 휩쓸었던 5개국의 국가별 실업율은 튀니지 14.1%, 이집트 8.4%, 리비아 30%, 시리아 8.3%, 예멘 35%였다. 뉴스위크가 바로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이 지역을 휩쓰는 시민혁명의 쓰나미를 ‘유스퀘이크’(youthquake)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 같이 높은 실업율의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서의 가연성(可燃性)을 높여 준 것은 이 지역에 만연된 독재정권들의 장기집권과 이에 수반된 정경유착, 그리고 필연적인 권력층의 부정부패와 부익부•빈익빈의 빈부격차였다. 이번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 지역을 강타한 시민혁명의 쓰나미 과정에서 들어난 튀니지와 이집트 및 리비아의 독재자들이 장기집권을 통하여 축적한 부정축재의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외신은 이집트에서 이번 시민혁명을 통해 30년 권좌로부터 쫓겨난 무바라크 일가의 부정축재 규모가 70억 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국가들과 사우디 아라비아를 필두로 쿠웨이트, 카타르, 요르단, 오만 등 중동 지역의 왕정 국가들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는 차이점이 있다. 이들 왕정 국가들은 그 동안 가장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바레인에서 시민혁명이 승리하여 왕정이 무너진다면 그 여파(餘波)로 다른 왕정 국가들의 왕정 체제의 존속마저 위태해 지리라는 판단 아래 집단적으로 바레인 사태에 대처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연방(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아라비아 만(灣) 협력협의회’(GCC)의 ‘연합보안군’을 투입하여 바레인 사태의 무력 진압에 공동으로 나서고 있으며 그 선발대로 1천여 명의 사우디 아라비아 군이 ‘연합보안군’ 선발대로 이미 바레인에 진입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리비아에서 국제적인 퇴진(退陣) 압력에 저항하는 가다피 정부군과 막강한 미국과 나토(NATO)의 해•공군력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반정부군 사이에 사실상의 국제전쟁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고, 중동의 비왕정(非王政) 국가인 시리아와 예멘에서 시위 상황이 계속 격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그 밖의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과 중동 지역 국가들에서의 시민혁명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 보합(保合)의 형세를 보여주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는 군(軍)이 독재정권에 등을 돌리고 시민혁명의 편에 섬에 따라 벤 알리와 무바라크가 이끌던 독재정권의 퇴진이 이루어지고 이에 이어서 1987년 한국에서 진행되었던 것과 유사한 민주화(民主化)의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자라를 보고 놀란 격이 된 대부분의 왕정 국가들에서는 산유국(産油國)으로 축적한 국부(國富)를 이용한 경제적 당근과 병행하여 시민들의 민주화 의욕에 영합하기 위한 제한적인 정치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이 지역에서는 일단 정치개혁의 연착륙(軟着陸) 가능성이 점쳐지게 되었다. 그러나, 가령 이 지역에서 그 동안 타올랐던 시민혁명의 불길이 이렇게 연착륙으로 일단 봉합(縫合)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이 지역의 정치적, 사회적 긴장이 근원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비약적인 산업화의 성공으로 경제적 뒷받침이 가능했던 80년대 한국의 경우와 달리, 오로지 석유생산의 결과로 형성된 재부(財富)가 권력층의 독차지가 되었던 이들 나라에서 지금 겨우 뚜껑이 열리고 있는 민주화의 실험이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이 없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그 인근 지역에는 이번에 시민혁명의 봉화(烽火)가 올라간 나라들과 비슷하거나 못지않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인종적, 종교적 갈등과 모순 요인이 누적된 나라들이 광범하게 분포하고 있어서 그 가운데 어느 나라에서 언제 또 다시 유사한 민중봉기의 봉화가 올라가서 인접한 나라들로 그 불길을 옮기게 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아프리카의 44개 독립국가 가운데 20개국에서 사실상의 독재정권들이 10년 이상의 장기집권을 지속하고 있고 6개국에서는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이 장기집권을 계속하고 있다. 그 가운데 최장기집권 정권으로는 각기 31년 지속되고 있는 적도기니와 앙골라의 경우도 있다. 짐바브웨에서는 악명 높은 무가베 정권이 24년째 집권을 이어 오고 있다. 중동 지역 12개국은 6개 왕정 국가를 제외한 6개국 중 시리아와 예멘에서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이 지속되다가 최근 격렬한 시민혁명에 휘말려 있는 중이다. 그 밖에 중앙아시아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크스탄, 타지키스탄에서 20년의 장기집권들이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 독재정권들의 장기집권은 최근 전 지구 차원에서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통신혁명의 여파로 그 기반이 송두리 채 뒤흔들리고 있다. 라디오와 TV 등 전통적 정보•통신 매체의 발달과 보급 확대뿐 아니라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및 i폰과 i패드의 보급과 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사회적통신망)의 등장이 열어 제킨 ‘판도라의 상자’ 안에서 ‘민주화’라는 이름의 마왕(魔王)이 뛰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시리아와 예멘, 그리고 바레인 등을 강타한 시민들의 시위가 조직되고 확산되는 데는 트위터 및 페이스북 등 SNS의 역할이 지대했던 것으로 전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시위 군중들 사이에서는 SNS를 이용한 시위 매뉴얼 공유(共有)가 일상화되었다. 시위 상황의 전파뿐 아니라 심지어 경찰의 검거를 회피하는 방법, 바리케이드 구축하는 방법 및 고무총탄을 회피하는 방법 등에 관한 정보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하여 광범위하게 전파, 확산된 것이다.

영국의 일간신문 가디언(The Guardian)은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무대로 하는 시위가 페이스북을 통하여 조직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무바라크 정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접속 차단을 시도했지만 이때는 이미 26 페이지 분량의 시위 일정과 시위 지침이 이메일을 통하여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한 뒤였다고 보도했다. 심각한 주택난에 시달리는 바레인의 서민들은 2006년에 서비스가 시작된 인터넷 웹사이트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통해 광대한 지역에 걸쳐 40여 동의 건물들로 구성된 알 칼리파 국왕 일가의 궁전을 보고 그 화려•장대함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불태운 시민혁명의 불길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갖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같은 시민혁명의 불길이 북한 땅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지금 49년간 군림(君臨)했던 아버지 김일성(金日成)의 대를 이어서 17년 동안 권좌를 지켜 온 아들 김정일(金正日)이 다시 손자 김정은(金正恩)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3대째의 권력세습(權力世襲)이 진행 중에 있는 가운데 김씨왕조(金氏王朝)의 폭정과 경제난에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더욱 가중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의 권력체제는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 계급독재와 세습 전제왕조(專制王朝)가 결합된 북한 특유의 ‘수령독재 체제’다. 지금 이 북한 판 ‘수령독재 체제’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휩쓴 민중봉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필요•충분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북한 체제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아프리카와 중동 식 시민혁명의 불길이 북한으로 옮겨 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조선노동당’ 일당독재의 철저한 사상 통제와 중첩된 감시 체제 하에서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히 단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미 15만여 명이 수용되어 있는 6곳의 정치범수용소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공포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쉽사리 반정부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회의론의 주된 논거이다. 더구나, 지난달의 대규모 지진에 이은 일본의 대형 원전 사고 발생 소식을 발행 후 3일이 지나고서야 주민들이 알게 할 정도로 완벽한 북한의 정보 통제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서 외부 세계의 민주화 운동에 호응하는 움직임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게 되어 있다는 것이 회의론의 또 다른 논거이다.

실제로, 북한은 국영 매체를 통하여 북한은 “최근 일부 국가에서의 색깔혁명으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라고 강변하는 선전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도 정부 당국자와 일부 친북 성향의 인사들은 북한 체제의 특성을 이유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휩쓴 시민혁명의 불길이 가까운 시일 안에 북한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그와는 판이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선, 북한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시민혁명이 발발한 후 이에 관한 소식이 북한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북한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대한 단속이다. 북한은 최근 이집트의 오라스콤의 투자를 통해 43만 대의 휴대전화의 보급을 끝낸 상태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의 튀니지와 이집트 등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시민혁명 진행 상황은 1차적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북한 사회에 알려지고 확산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 되자 북한 당국은 외국인들에 대한 휴대폰 대여를 중단하는 것을 포함하여 북한 주민들의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을 단속하고 있다. 심지어는 식당들의 칸막이를 제거하는 등 주민들이 은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마저 제거하는 극단적 조치까지 단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1월 김정일의 '비사회주의 요소 근절' 지시에 따라 보위부(남한의 국정원), 보안서(경찰), 검찰, 당 기관의 합동 조직인 '118상무'라는 이름의 새로운 주민생활 감시 조직이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주민들에 대한 ‘사상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폭동진압 특수기동대’를 편성하고 평양의 김정일 관저와 지방의 김정일 별장들에는 탱크 부대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조치는, 특히 금년도 김정일 생일 연휴(2.16-17) 직후 신의주에서 수백 명의 시장 상인들이 일으킨 시위를 포함하여, 최근 북한의 지방도시에서 간혈적으로 일어나고있는 주민들의 시위 사태에 대한 대책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등 북한뉴스 전담 보도기관들은 2009년11월30일 북한의 화폐개혁 직후 함경북도 무산군 무산시장에서 장사꾼들이 시장세 납부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이 있었고 금년 1월17일에는 황해도 장령에서 굶주림을 못이긴 노동당 군수공업부 직속 핵무기개발 총괄기구인 131지도국의 우라늄 광석 채굴부대인 47여단 병사들이 식량을 달라면서 작업을 거부하는 시위가 있었으며 김정일 생일 명절 직전인 2월14일에는 평북 정주, 용천, 선천 등지에서 평양에서의 축하행사 때문에 전기 공급이 중단된 데 분노한 주민들이 야음을 이용하여 수십 명씩 떼지어 다니면 “불(전기)과 쌀을 달라”고 외치고 다니는 시위를 벌였고 2월18일에는 신의주에서 시장 단속을 하는 보안원들과 상인들이 충돌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했으며 2월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전 보안서장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아버지가 굶어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북한군의 한 대대장이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등의 전례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식량 사정을 비롯하여 북한의 최근 경제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여러 가지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같은 일련의 사실들은 북한 정권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의 민중봉기 소식이 북한 사회로 유입될 겨우 곧 휘발유 통에 불을 붙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이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음이 틀림없다.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전해지는 소식에 의하면, 북한의 경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서 가장 심각한 부문은 식량 부문이다.

최근의 식량난은 그 동안 전반적인 식량배급이 중지된 가운데 그나마 그럭저럭 유지되어 오던 초급 간부들에 대한 배급마저 금년 4월부터 중단이 예고되었고 심지어 특별 관리 대상인 군에 대한 식량보급마저 타격을 입어 시장에 의존하는 일반 주민보다 더 굶주린 군 부대원들이 민가를 습격, 약탈하는 집단강도 행각을 벌이며 도로를 막고 행인들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하는가 하면 집단 탈영은 물론 훈련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상대로 ‘군량미’ 헌납운동을 벌이고 심지어 집에서 150kg의 옥수수를 가져오는 병사들에게는 1개월의 휴가를 주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정권은 전례 없이 모든 서방국가를 상대로 식량원조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구걸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외부 세계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려는 북한 당국의 노력에는 많은 허점이 생기고 있다. 특히 남한에서 최근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풍선을 이용한 대북 전단 투입 작전은 북한 당국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 이들이 투입하는 전단은 북한의 오지(奧地)에까지 아프리카와 중동 사태와 함께 한반도 남과 북의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다각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이들 전단은 평양의 주석궁에도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여 북한 당국의 주민들이 전단들을 입수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데 전력을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단에 담긴 외부 세계의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고 심지어 최근에는 소위 ‘스텔스 USB’의 대량 유입으로 이미 널리 보급되고 있는 12인치 TV를 통한 드라마 등 남한 TV 프로그람 시청과 함께 트로트 등 남한 유행의 가요 부르기가 유행이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에는 지난 2월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의 손위 형인 김정철의 호사스러운 싱가포르 나들이 소식을 남쪽으로부터의 대북 전단과 인터넷을 통하여 알게 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격분하는 여론이 조성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북한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김정일 일가의 화려한 저택과 180여 개를 헤아리는 ‘특각’이라는 이름의 호화스러운 별장들의 ‘구글 어스’ 사진들이 인터넷을 타고 있어서 북한 주민들이 이에 접하게 될 때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지도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에서 축적되고 있는 이 같은 갈등 요인들이 과연 가까운 시일 안에 시민혁명이라는 이름의 민중봉기의 형태로 폭발되어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로 작용하게 될 것인지는 역시 미지수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이번에 시민혁명이 화산처럼 폭발한 북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과 북한 사이에는 무엇보다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만리장성(萬里長城)이 일단 변화의 흐름을 가로막아서 끊어주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1980년대 미국의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 당시의 폴란드 출신 교황 바오로 6세와의 전략적 제휴 아래 폴란드를 상대로 집요하게 추진했던 자유화 공세가 결국 외부 세계의 정보 유입을 통해 폴란드의 탈(脫) 공산화를 실현시켰고 이를 효시로 하여 동 유럽 공산권의 와해(瓦解)를 가져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想起)한다면, 더구나 과거에 없었던 사이버 매체와 SNS가 국경을 허물어 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라는 철옹성(鐵甕城)을 고수하고 있는 전근대적인 세습 ‘수령독재 체제’도 결국은 정보•통신 혁명의 제물(祭物)이 되어 인류 역사의 피안(彼岸)으로 사라지는 것이 머지않은 장래의 일이라고 기대해서 잘못 될 것 같지 않기도 하다. 만약 그 같은 시민혁명의 불길이 끝내 북한 땅을 비켜가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착취와 압박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인민들의 혁명투쟁이 일어나는 법”이라는 북한 스스로의 혁명논리가 북한 땅에서 부정되는 아이러니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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