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사업의 破局에 대한 想念

금강산 관광 사업의 破局에 대한 想念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72시간 이내 철수” 요구에 따라 우리 국민 14명과 조선족 2명 등 그 동안 금강산 지구 내에 잔류해 있던 남측 인원이 23일 전원 철수했다. 이 같은 북측의 조치는 그 동안 남측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금강산 지역에 건설해 놓은 관광 및 이산가족 면회 시설들을 일방적으로 강제 점거하는 불법•무법적인 강도적 폭거다. 북측은 이미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재산권에 대한 실제적 법적 처분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측은 이제 그들이 불법적으로 점거한 이들 시설을 일방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의 남북관계 하에서 북한을 상대로 정상적인 경제협력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무모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그보다도 분노를 자아내는 일은, 다른 남북경협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금강산 관광의 경우에는 이 사업을 시작하던 시점에서 이 같은 결과가 충분히 예견되었고 경고되었음에도 불구하도 ‘햇볕정책’이라는 대북 유화정책에 눈먼 당시의 좌경 친북 정권이 특정 기업의 무책임한 상업주의 행보와 결탁하여 강행함으로써 오늘날의 예고되고 경고되었던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당초 해상 루트를 이용하여 시작된 현대의 첫 금강산 관광선박이 동해안의 고성항을 출항한 것은 1998년11월28일이었다. 이보다 2주일 전인 11월14일 당시 자유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필자는 제198회 정기국회 본회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 발언에서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 사업의 필연적인 파국을 경고했었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한 필자의 대정부 질문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본의원은 현대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북사업이 많은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표적 사업인 금강산 관광 사업은 크게 보아 세 가지의 위험이 있습니다.

 

첫째로 이 사업은 사업 자체로 채산성이 없기 때문에 부실사업화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이 사업이 부실화된다면 그로 인한 부담은 결국 정부,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입니다.

 

둘째로 북한의 대남도발이 근절되지 않는 상황 하에서 이 사업을 강행·추진할 경우 현 정부의 대북정책 3대원칙 제1항의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납" 조항이 사문화 될 위험이 있습니다.

 

셋째로 북한은 이 사업의 이행을 무기로 삼아 우리를 협박함으로써 작금의 미·북 협상과정에서 미국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정부를 농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현대가 추진하는 대북사업은 황혼기의 노기업가의 집념에 찬 감상적 귀소본능(歸巢本能)과 현대 특유의 상업주의 근성에 의하여 거의 맹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현대그룹의 이 맹목적 대북사업에 편승하여 소위 ‘햇볕정책’의 성패를 여기에 거는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데 있습니다.

 

현대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과잉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른바 "원유공급 합의" 운운 주장이 거기에 해당됩니다. 북한은 지금 원유의 부족으로 발전시설과 산업시설 가동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북한지역의 원유매장은 매장량이 문제가 되기에 앞서 매장여부에 대한 정설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는 그러한 북한을 상대로 그 것도 정 명예회장이 일방적으로 김정일에게 요구하고 김정일이 건성으로 대답한 것을 가지고 일부 우리 국민들의 기대심리에 불을 댕기는 무책임한 불장난을 벌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의원은 정부가 현대의 상업주의에 편승하여 ‘햇볕정책’에 불을 붙여 보겠다는 허망하고도 위험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통일부장관의 의견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필자의 경고 발언에 대해 정부측은 현대의 금강산 관광 사업이 “정경분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추진되는 민간기업의 대북 교류•협력 사업”이라고 강변하면서 이 사업을 가리켜 “햇볕정책의 결실”이라고 오히려 치켜세우는 엉뚱한 입장을 취했었음을 당시의 국회 본회의 속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13년이 경과한 지금 문제의 금강산 관광 사업은 그 당시 필자가 경고했던 세 가지의 ‘위험’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을 뿐더러 그로 인하여 발생한 엄청난 비용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떠 안겨지고 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결국 직면하게 된 이 같은 파국은 우리측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남북간의 경제협력 전반에 파급될 개연성이 크고 조만간 개성공단의 앞으로의 운명도 이에서 예외가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1998년11월14일 국회본회의에서의 대정부 질문 발언에서 필자는 당시의 한반도 안보현실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도외시하고 국법질서를 자의로 무너뜨리면서 강행 추진하고 있는 현대 그룹의 대북 사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신날하게 비판하고 경고했었다.

 

 

며칠 전 본의원은 북한으로부터 귀환한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텔레비전 기자회견을 시청한 바 있습니다. 이 때 본의원은 정 회장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침없이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또한 김정일의 사람 됨됨에 대해서는 부자분이 앞을 다투어 "예절과 경우가 바른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본의원에게 이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왜냐 하면 이 같은 정 명예회장 부자분의 발언 내용은 오늘날 한반도의 안보현실, 그리고 남북관계의 현주소와는 너무나 괴리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정 명예회장 부자분이 북한지역에서 김정일을 대면했을 때 소위 "로마의 법"에 따라 그를 어떻게 호칭하던지 또 그에 관하여 어떠한 인상을 느꼈던지 그것은 시비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돌아 와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는 경우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지금도 국가안보가 여전히 최고 국정지표입니다. 북한 공산정권은 여전히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60만 대군으로 북한에 대치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국민총생산의 3%, 정부예산의 20%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채 민주주의 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국가보안법의 '고무·찬양죄'를 존치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엄연한 안보현실인 것입니다. 이번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는 우리의 군 장병들이 북한을 어떻게 호칭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큰 쟁점이 되어야 했습니다. 국방부 감사를 통해 본의원은 우리의 군 장병들이 북한이 국가안보의 '주적'으로 남아 있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정신무장을 하기 위하여 지금 새 정부 하에서도 북한을 '북괴'라고 호칭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 부자분의 이번 방북 후 발언들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이 나라 굴지의 재계 지도자들이, 정부의 축복 하에, 북한의 "예절과 경우가 바른 장군님"에게 소를 몰아다 주고, 거금을 가져다주고, 기름을 구걸하고, 되는 것 안 되는 것 가리지 않고 함께 사업을 하려고 애를 쓰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과연 우리의 군 장병들이 문제의 '예절과 경우가 바른 장군님'을 '북괴'라고 부르며 '적개심'을 불태울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우리의 안보에는 중대한 허점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까? 이 질문에 대하여 통일부장관이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정일에 대한 '장군님' 호칭이나 김정일관에 관한 정 명예회장 부자분의 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당연히 실정법 저촉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앞에서 언급한 최장집 교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의 법적용상의 형평성과 보편성에 관하여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국가안보 영역에서도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가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됩니다. 통일부장관께서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국가정체성과 국가이념에 관한 혼란상을 보면서 필자는 특히 13년 전에 있었던 필자의 국회 발언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의 시점에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그 하나는 이번 금강산 관광 사업의 파국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절대로 국민 세금으로 감당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그 같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한 해당 기업과 당시 이에 대한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던 정부의 공직자들이 이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앞으로는 절대로 이 같이 무모하고 무책임한 대북 사업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예감으로는, 시기의 조만(早晩)은 있겠지만, 개성공단 사업의 앞날에도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그 같은 경우에 대해 미리 만전의 대비를 강구해야 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해당 기업 자신들과 이 사업에 대한 책임지는 위치에 있던 정부의 공직자들이 이를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 옳지 결코 국민 세금이 그 같은 손실을 보전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미리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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