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집필기준을 둘러싼 좌▪우 決戰 2라운드에 대비해야 한다
중학교 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에 관한 집필지침을 둘러싼 학계의 좌▪우 양대 진영 간의 논란이 일단 일단락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그 동안 학계에서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세 가지 문제에 관한 표현을 매듭지었다. ① “유엔이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했다,” ② “4.19 혁명 이후 현재에 이르기 까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발전과정을...” 및 ③ “자유민주주의가 장기 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등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의 이 같은 마무리에는 파문이 뒤따르고 있다. 이번 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개정 작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던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고려시대사)가 이 같은 교과부의 마무리에 반발하여 국사편찬위원회 산하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개발위원회’ 위원장과 ‘역사 교육과정 개발 추진위원회’ 위원 자리를 사퇴한 것이다. 이 교수의 사퇴 이유는 “유엔이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 운운의 구절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을 교과부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교과부가 마무리한 것으로 앞으로 국사 교과서의 집필기준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갈아 앉는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이번에 결정된 집필지침은 ‘중학교’ 교과서에 적용되는 것이고 ‘고등학교’ 교과서 용 집필기준은 앞으로 연내에 별도로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용 국사 교과서 집필지침 작성 과정이 또 하나의 결전장(決戰場)이 될 것이 틀림 없다. ‘중학교’ 국사 교과서의 내용 서술이 개략적인 반면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내용은 역사적 사건과 상황의 전개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서술되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좌▪우 양대 세력 간에 사관(史觀)의 차이가 현격한 현대사 부분의 서술에 관하여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새로이 확정하는 과정에서 ‘중학교’ 교과서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논쟁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아마도, 이 나라의 좌경▪종북 세력은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집필지침 작성 때 이번에 논란을 빚었던 세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중학교’ 교과서 때보다 훨씬 더 조직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그들의 주장을 반영시키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익주 교수가 이번 중학교 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가운데 대한민국의 국가정통성에 관한 구절인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구절에서 “한반도의 유일”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라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데 반발하여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개발위원회’ 위원장 직을 사퇴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뿌리에 대한 그의 이해가 얼마나 잘못 되어 있는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가 시비한 요지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전역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고 휴전선 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의 별개의 정부가 존재하는 데 ‘한반도의 유일’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이 교수의 견해는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의 빌미가 된 1948년12월12일자 유엔총회 결의 제195-III호 2항의 해당 구절을 대단히 잘못 해석하여 이해한 데서 초래된 무식(無識)의 소치(所致)이다.
문제의 유엔총회 결의의 해당 구절(2항)의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General Assembly declares that there has been established a lawful government (the Republic of Korea) having effective control and jurisdiction over that part of Korea where the Temporary Commission was able to observe and consult and in which the great majority of the people of all Korea reside that this Government is based on elections which were a valid expression of the free will of the electorate of that part of Korea and which were observed by the Temporary Commission and that this is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
이 구절을 정확하게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임시위원단이 감시하고 또 협의할 수 있었고 전체 한국민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한반도의 지역에 대해 유효한 지배권과 관할권을 보유하는 하나의 합법적 정부(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고, 이 정부는 임시위원단의 감시 하에 한반도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의지가 정당하게 표현된 선거를 통해 수립되었으며 따라서 이 정부는 한반도에 존재하는 유일한 그러한 정부라고 선언한다.”
이 구절의 어느 구석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전역을 대표한다”는 표현은 없다. 이 총회 결의는 다만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 존재하는 유일 합법정부”라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당시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정치현실에 대한 유엔총회의 정확인 인식과 이해에서 찾아진다. 당시 한반도에서는 1947년11월14일자 유엔총회 결의 제112-II호에 의거하여 1948년5월10일 남한지역에서 유엔임시한국위원단의 감시 하에 실시된 자유 총선거를 통하여 탄생한 대한민국 정부가 8월15일 수립을 선포했고 이에 이어서 9월9일에는 북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의 별개의 정부의 수립이 선포되었었다. 이미 2개의 ‘정부’가 따로 등장한 뒤였다.
유엔총회는 총회 결의 제195-III호를 채택한 1948년12월12일의 시점에서 한반도에 2개의 ‘정부’가 출현한 사실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엔총회는 결의 제195-III호를 통해 한반도에 출현한 2개의 ‘정부’에 대한 총회의 입장을 담아냈다. 즉,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 존재하는 유일한 합법정부”인 반면, 비록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합법이 아닌 불법정부”로 단정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총회 결의가 갖는 의미는 한반도의 남북에 각기 등장한 2개의 ‘정부’를 차별화하여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유일 합법성’을 부여하고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합법정부’로서의 인정을 거부한 것이었다. 총회 결의 제195-III는 더 나아가 마지막 9항에서 “모든 회원국들과 비회원국들”에게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수립할 때는 본 결의문 2항의 사실들을 감안하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대한민국을 한반도에 존재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로 상대할 것을 권고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을 서술할 때 “유엔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했다”는 대목을 반드시 명시함으로써 국가정통성의 차원에서 북한정권이라는 ‘불법정권’과 차별화되는 대한민국의 법적 지위가 갖는 ‘유일 합법성’을 청소년 학생들이 명백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비단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긍지를 갖도록 하는 차원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앞으로 전개될 통일 상황을 주도할 법적 정당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긴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민주주의’에 관한 집필기준 가운데 “자유민주주의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었다”는 대목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살아난 것은 지극히 타당하지만 ‘자유민주주의’에 ‘시련’을 가한 요인으로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만을 유독 적시한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왜냐 하면 1948년 건국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제약을 가한 가장 큰 요인은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김일성(金日成)으로부터 시작하여 세습독재가 3대째 이어지려 하고 있는 북한의 공산체제는 한편으로 남북간의 체제경쟁에서는 완패(完敗)를 모면하지 못 하면서도 비단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화(戰禍)를 도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갖가지 합법▪비합법적 책동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끊임없이 위협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방해해 온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독재가 등장하고 또 독재가 장기집권으로 이어져서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시련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대한민국의 독재체제 등장도 엄밀하게 말한다면 북한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부산물이라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교과서 집필지침의 이 부분은 “무력, 폭력과 사상전의 방법으로 지속되는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독재화와 장기집권으로 인하여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라는 표현으로 수정하는 것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기준에 근거하여 건국 이래의 북한의 무력▪폭력 도발 실태를 청소년들에게 알릴 뿐 아니라 6.25 전쟁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서술하는 것이 가능해 지며 또한 남북한을 차별화하는 기술이 가능해 질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헌법에 등장한 것이 시기적으로 1961년 군사정변 이후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때 군사정부가 이 같은 표현을 새로이 헌법에 등장시킨 것은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에 걸쳐 대한민국 사회 내부에 침투하여 이념적 갈등을 선동, 조장하는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가 더욱 격화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선전, 선동의 차원에서 북한이 표방하는 이른바 ‘인민민주주의’라던가 ‘민중민주주의’ 같은 위장 이데올로기와 차별화시켜 수호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역사적 사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을 서술함에 있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집필지침은 당연히 ‘자유민주주의’와 동의어(同義語)로 이해하고 그 토대 위에서 서술이 이루어지도록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결론적으로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중 현대사 서술의 토대가 될 집필기준을 둘러싼 좌▪우 두 세력 간의 결전(決戰)은 앞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관한 집필기준 심의 과정에서 더욱 격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학교’ 교과서의 집필기준은 단지 ‘국사’에 국한하여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어’▪‘사회’▪‘도덕’ 과목 교과서에 대한 집필기준 심의 과정에서도 큰 격전(激戰)이 예상된다. 교과부가 과연 앞으로 있을 ‘고등학교’ 교과서 집필기준 심의 때 보다 엄정한 입장으로 소임을 다 하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교과서 집필기준을 둘러싸고 지금 전개되고 있는 좌▪우 갈등은 그 향배에 따라 대한민국의 앞으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물론, 특히 학부모들이 공유하고 이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긴요하다. [끝]
교과서 집필기준을 둘러싼 좌·우 決戰 2라운드에 대비해야 한다
- 李東馥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11-11-18, 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