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槿惠에게는 “100% 대한민국” 이전에 “100% 새누리당”이 필요하다
20일 뚜껑이 열린 새누리당 18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결과는 결국 사필귀정(事必歸正)이었다. 새누리당의 선택은 결국 박근혜(朴槿惠)였다. 박근혜는 국민참여 선거인단 득표수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수치로 역대 주요 정당의 대선 경선 득표율 가운데 가장 높은 83.9%의 압도적 지지를 획득했다. 이에 반하여, 박근혜와 경쟁했던 4명의 다른 후보들이 획득한 지지율은 김문수(8.7%), 김태호(3.2%), 임태희(2.6%), 안상수(1.6%)로 모두 합산한 수치가 16.1%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경선 결과는 최소한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해 주었다. 첫째로, 적어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대다수는 오는 12월19일의 본선(本選)에 나설 당의 간판 주자(走者)로서 박근혜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이들의 생각으로는, 박근혜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후보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번 대선에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러한 결과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결과는 특히 금년 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예비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상대적 지지도를 분석해 온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박근혜 후보를 탄생시킨 새누리당의 18대 대선 후보 경선 결과에 담겨져 있는 또 하나의 정치적 함의(含意)를 간과(看過)해서는 안 된다. 이번 경선 결과에는 주목을 요하는 또 하나의 수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새누리당의 이번 경선 국민참여 선거인단 투표의 투표율이 2007년의 70.8%에 훨씬 못 미치는 41.2%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수치는, 이번 대선의 경우, 적어도 후보 경선이 실시된 시점에서의 새누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2007년에 비해 그만큼 저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누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그만큼 엷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그 같은 의미에서 이번 새누리당 경선의 투표율과 앞으로 ‘완전 국민경선제’(Open Primary)로 실시되는 민주통합당의 대권 후보 경선의 투표율은 상호 매우 중요한 비교의 척도(尺度)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민주통합당의 투표율이 새누리당의 그것보다 월등하게 높을 때는 그것은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지지 성향이 새누리당 지지 유권자들보다 훨씬 적극적임을 말해 주는 지표(指標)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능성은 이제 새누리당의 후보 지명을 획득한 박근혜에게 가장 시급하게 꺼야 할 “발등의 불”이 생겼음을 말해 주는 것일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후보 지명대회까지 남은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에 박근혜가 반드시 이룩해 내야 할 과제가 생겼다. 그 자신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기반의 폭을 가급적 넓히고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성향을 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전환시켜야 할 과제가 대두된 것이다.
박근혜 후보 자신이 그 같은 필요성을 실감(實感)하고 있음이 틀림없는 것 같다. 그가 지명수락 연설에서 ‘국민 대통합’이라는 카드를 특별히 들고 나온 것이 그 같은 사실을 입증한다. 지명대회 이후의 박근혜 후보의 행보 또한 그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는 지명대회 다음날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길에 그의 선친(先親)인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물론 고 이승만(李承晩) 초대 대통령과 그의 선친의 정적(政敵)이었던 고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를 예방하는 한편 경남 김해 봉하 마을의 고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그 미망인 권양숙 여사와도 만나서 환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언론은 이를 가리켜 “‘비박(非朴)’을 넘어 ‘반박(反朴)’까지 껴안는 ‘광폭(廣幅)’ 행보”라고 명명(命名)하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이 같은 ‘광폭행보’는 어딘가 순서가 뒤바뀐 느낌을 준다.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저질렀던 치명적인 정치적 과오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1,150만 표를 득표하여 이 나라 직선제 대통령선거 사상 최대인 무려 530만 표의 표차(票差)로 경쟁자인 민주당의 정동영(鄭東泳) 후보를 물리쳤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이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運身)의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손(減損) 경영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급전직하(急轉直下),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낮은 정치적 미아(迷兒)의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정치적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한 마디로 ‘집토끼’를 제껴두고 ‘들토끼’를 쫓는 데만 급급했던 정치적 판단의 착오에 있었다.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취했어야 할 정치적 행보는 당연히 그를 지지했던 1,150만 명의 유권자들을 그에 대한 정치적 지지세력으로 규합, 결집시켜 그들과 함께 그를 지지하는 정치적 진지(陣地)를 확실하게 구축하는 것이었다. 지지세력의 확장을 위하여 중간지대로 뻗어 나가는 것은 그 다음의 과제였다. 그러나, 대통령 이명박이 취한 선택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의 정치적 둥지인 한나라당(당시)이 ‘친이(親李)’•‘친박(親朴)’의 갈등 속에서 사실상 난파선(難破船)이 되는 것을 방치한 가운데 느닷없이 기회주의자들과 정치적 투기꾼 및 위장 세력들이 난무(亂舞)하는 난장판인 중간지대로 뛰어나가 이른바 ‘중도통합(中道統合)’이라는 부러진 창(槍)으로 풍차(風車)를 공격하는 동키호테식 헛발질을 연기(演技)하는데 골몰하는 결정적인 정치적 과오를 저질렀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한나라당은 방향 감각을 상실한 거북이가 되어서 ‘종북(從北)’ 세력에 의하여 장악된 야권의 종속변수(從屬變數)의 처지로 전락하여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고 이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는 민심으로부터 크게 유리되어 국정운영 지지도가 바닥을 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지명전에서 승자(勝者)가 된 뒤의 박근혜 후보의 정치적 행보가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중도통합론(中道統合論)’을 연상(聯想)시키는 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의 ‘광폭 행보’의 수순(手順)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금 후보 박근혜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미 확보된 ‘집토끼’를 가장 확실하고 확고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 후보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경선의 ‘국민참여 선거인단 투표’에 실제로 참가한 41.2%의 선거인들이야 말로 ‘집토끼’들이다. 박 후보의 고민은 이번 경선을 통하여 확인된 ‘집토끼’가 규모 면에서 전에 비해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 후보가 지금의 시점에서 제일 먼저 확실하게 해야 할 일의 하나는 이들 41.2%의 ‘집토끼’들을 굳게 결속시켜 이들로 하여금 선거운동의 본진(本陣)을 든든하게 구축하게 한 뒤 이 본진을 기점(基点)으로 하여 ‘국민 대통합’의 기치 아래 ‘광폭 행보’라는 이름의 ‘들토끼’ 사냥에 나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박 후보가 말하는 “100%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경유해야 할 중간 지점이 있다. “100% 새누리당”이 그것이다. “100% 새누리당”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다짐이 필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적어도 2012년 대선 가도에서는 새누리당 안에서 다시 ‘친박’•'반박(反朴)‘의 논란이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100% 새누리당”을 확보하는 묘방(妙方)을 제시해야 한다. 그 묘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박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그것은, 조속한 시일 안에, 박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그와 경쟁했던 김문수(金文洙), 김태호(金泰鎬), 안상수(安相洙), 임태희(任太熙) 등 4명의 후보 및 경선 도중 퇴장한 이재오(李在五),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 6명과의 회동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서 그들을 성심으로 설득하여 그들로 하여금 앞으로 구성될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직을 맡도록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결속하면 새누리당은 이번 경선에 참가한 41.2%의 ‘집토끼’들을 확실하게 결집시켜 선거운동의 견고한 본진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 지고 박 후보는 이 본진을 기점으로 하여 ‘광폭’의 ‘국민 대통합’ 행보를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지지세력의 폭을 넓혀 나갈 수 있게 될 것이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다져지는 이 같은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지지 유권자들의 결속 및 저변 확대는 앞으로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하여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경우 새 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될 것임에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기에 앞서서 박 후보가 고려할 사안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에서는 인사(人事)에서 다시는 ‘강부자’•‘고소영’ 시비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킨 유권자들의 대다수가 그 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부로부터 등을 돌린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이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집착하고 있는 ‘강부자’•‘고소영’ 위주의 폐쇄적 인사에 있었다는 사실을 박 후보가 확실하게 인식하고 이 문제에 관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선제적으로 해소시켜 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박 후보가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그것은 대통령선거대책기구가 출범하는 시점에서 이와는 별도로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신뢰성이 있는 각계 인사들로 향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경우 일정 직급 이상의 고위급 인사에 대해 전형(銓衡)과 검증(檢證)을 전담하게 될 기구를 미리 구성하여 발족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하여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인사정책에 관하여 지금 이명박 정부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불신감을 해소하고 그 개방성과 투명성에 대하여 신뢰감을 가지게 할 수 있기만 한다면 이번 경선 투표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는 유권자들의 새누리당에 대한 소극적 지지 성향을 적극적 지지 성향으로 전환시키는 전기(轉機)가 거기서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시점에서 그 같은 ‘인사전형기구’ 구성원의 인선에 애로가 있다면 우선 그 같은 인사기구의 구성, 운영을 주요 대선 공약의 하나로 제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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