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어가 붙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명칭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행정부처의 이름들이 바뀌는 한국의 정치문화 정권이 바뀌어도 행정부처가 거의 바뀌지 않는 미국의 정치문화와 지극히 대치된다. 정치적 선진국일수록 과거의 전통을 존중하는 정통성을 바탕으로 현실유지와 미래개척을 새 정부가 도모하지만, 정치적 후진국일수록 일개 정권이 과거를 부정하는 듯한 교만과 횡포를 많이 부리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5년짜리 정권이 국가의 행정구조를 절반 가까이 바꾸는 한국의 정치문화 자체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으로 이어져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집권자의 횡포에 가깝다. 5년마다 교정되는 행정부처의 이름은 각개 국민들의 보는 시각에 따라 별로 탐탁하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김영삼 정권 때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행정부처의 이름들이 크게 바뀌기 시작해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에도 행정부처의 이름들을 대거 바뀌었는데, 조갑제 대표는 2008년 11월 1일 아래와 같이 이명박 정부의 행정부처 작명에 대해 비판을 했던 적이 있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이름을 짓는 것을 보면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李明博 정부의 수준은 낙제점이다. 행정부처 개편을 하면서 부처 이름을 바꾼 것들은 李明博 정부의 國語실력이 형편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조갑제 대표는 “李明博 정부의 작명실력은 30점도 안된다. 열린우리당이란 作命을 접하자말자 '이런 對국민사기적 黨名으로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고 예언했던 필자는 우리가 매일 접하면서 어리둥절해지는 엉터리 부처名을 가진 정부가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黨員이 아닌 국민까지 '우리당'이라고 억지로 읽게 하여 당원의식을 무의식적으로 확산시키려고 했지만, 국민들이 '열우당'이라고 불런던 ‘열린우리당’이라는 악명처럼,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 여성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은 애매한 명칭이라는 비판이었다. 이념과 개념이 흐려서인지 이명박 정부의 부처명은 뒤죽박죽인 듯한 인상을 줬다.
이명박 정부의 행정조직 개편 당시에 부처명이 나쁘다고 이렇게 비판한 조갑제 대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 특임장관실 폐지, 경제부총리 신설 등으로 행정조직이 개편되는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부처이름 작명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 않았다. 2013년 1월 15일 조갑제 대표는 “오늘 오후 金容俊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은 <통상 교섭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지식 경제부로 이관하여 지식 경제부를 산업통상자원부로 변경합니다>라는 것”이라며 “외교부로부터 통상교섭 업무를 떼낸 것도 잘한 일이다. 외교부는 국가 이익 전반을 관리하는 기관이지 통상에만 외교력을 편중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체로 행정부처의 역할과 부처명이 부합되는 박근혜 정부의 작명으로 평가된다. 과학부 앞에 ‘미래창조’라는 불필요한 형용어가 붙은 것은 개인적으로 못마땅한 작명이지만, 교육부가 단출하게 이름 지어진 것은 맘에 든다. 조선닷컴이 '미래부'로 부른 미래창조과학부는 일개 정권용 행정부처명 같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로 교육과학기술부의 명칭은 교육부로 바뀌고, 해양수산부 신설로 해양경찰청은 해양수산부로 소속되고, 국토해양부는 국토교통부로 변경했고, 농림수산식품부는 농림축산부로로 이름이 바뀌고, 경제부총리제를 신설하고, 지식경제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되고,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양하고, 지식경제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되고, 중소기업청의 기능이 강화되고,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안전행정부(안행부)로 개편되고, 식품의약품안정청은 식품의약안전처로 개편되고, 특임장관실은 폐지됐다. 인수위는 “이와 같은 정부 조직 개편은 박근혜 정부가 향후 5년간 창조경제와 창조과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하고 모든 국민과 함께 행복한 국민행복 시대 달성하기 위한 추진 동력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에 방점을 찍은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정부조직 개편안이다. 언론들의 설레발을 보면서,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가 다른 부처들 위에 있는 '옥상옥'이 될까 우려된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이견이 있다. <새 정부조직 17부3처17청… 경제부총리 부활>이라는 연합뉴스의 기사가 조선닷컴에 떴을 때에 가장 먼저 달린 네티즌(bae****)의 댓글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름이 오만하고 이상하다. 이벤트성 이름도 아니고 그냥 과학기술부로 하지”라는 것이었다. 행정부처명 앞에 ‘미래창조’라는 형용사를 뺀 ‘과학부’나 ‘과학기술부’가 더 낫다는 필자의 개인적 느낌과 일치하는 이 네티즌의 댓글이었다. 조선닷컴은 “'박근혜표 정부 조직 개편안'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총괄했던 그는 '미래창조과학'이란 명칭도 제안했다고 한다”며 16일 김종인 위원장의 “당초 구상했던 것과 가깝게 미래창조과학부의 틀이 맞춰진 것 같다. 전혀 새로운 개념의 융합형 부처가 탄생할 것”이라는 견해도 전했다. 언론들도 이 ‘미래창조과학부’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과제를 이끌 중심부처가 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안정행정부로 바뀐 이유도 국민안전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방점이 찍혀있다고 하는데, 정부 부처명에 형용사는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김종인 위원장은 과학부 앞에 붙은 형용어인 ‘미래’와 ‘창조’의 의미에 대해 “21세기의 화두는 ‘지식정보화’다. 우리는 말로만 떠들었지 이에 대한 개념 정립이 안 돼 있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새로운 인재와 융합형 기술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나온 게 미래창조과학부다. 또한 ICT(정보통신기술)가 플랫폼 역할을 할 수밖에 없고 ICT 전담 부서가 그 산하에 설치되는 것이다”이라며 “가장 큰 과제는 융합형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ICT 분야에서 가수 싸이 같은 사람을 키우려면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융합적인 부처가 필요하다. 5년 안에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지만 기본 틀은 짜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롤모델이 가수 싸이라는 인상을 준다. 거창한 이름(미래창조과학부)이 지향하는 인재가 가수 싸이라는 사실에 외화내빈의 기운이 느껴지고, 좀 인기영합적이고, 소위 '싼티'가 난다.
김종인 위원장은 “대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ICT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구조는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기업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하에서 성장했다. 대기업은 스스로 국제적 브랜드를 만들 정도가 됐기 때문에 그냥 놔둬도 굴러간다. 이제는 뒤처진 쪽을 지원하고 또 새로운 인물이 나오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미래창조과학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핵심적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대기업 규제라는 인상을 준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한쪽에 치우친 사람이 와선 안 된다. 이번에는 대학, 정보·통신기술, 산업, R&D(연구·개발) 예산 운용을 고루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김종인 위원장은 “과거 부총리를 지낸 여러 사람이 향수에 젖어 부총리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거기에 대해 회의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요란하게 떠들어도 실질적인 국가 운영의 키는 예산 편성권이 있는 경제부총리가 갖게 될 것”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가 부총리 위에서 예산 편성권을 휘둘러야 한다는 인상을 풍겼다.
<미래部는 김종인 제안… "정보통신 '싸이' 키우자">라는 조선닷컴의 기사에 한 네티즌(mgen****)은 “'미래창조과학'이 무슨 과학의 이름인가? 괴상한 이름으로 괜히 이상하게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과힉기술부' 같은 기존의 이름으로도 Vision과 과감한 정책으로 부정 없이 공정하게 운영을 잘 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반응했고, 다른 네티즌(simo****)은 “정보통신의 '싸이'를 키우자고? '싸이'가 누가 키워줘서 떴냐? '사이코'나 키우지 않도록 조심해라”고 반응했고, 또 다른 네티즌(seajung****)은 “과학기술 발전의 성공은 상징적인 조치보다 현실적으로 과학기술자 우대입니다.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현제 국책연구소 연구원부터라도 마음 놓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무원 연금에 준하는 과학연금 도입 연구수당 인상 등 과감한 우대정책이 비결입니다”라고 반응했다. 그리고 한 네티즌(bkc***)은 “이름이야 뭐가 되었든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싹티울 조직이 필요하다. 사실 70년대초 전자공학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전자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실용전자제품은 세계를 석권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응했다.
행정부처의 이름짓기(naming)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의어반복(tautology) 피하기다. 혁신(renovation)이 근본체질인 ‘과학’은 이름 자체가 이미 ‘창조’를 담고 있다. 과학기술에 새로운 창조가 없다면, 이미 과거의 죽은 것이기 때문에 과학은 저절로 미래지향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부처개편 뉴스에 즉각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름이 오만하고 이상하다. 이벤트성 이름도 아니고 그냥 과학기술부로 하지”라는 댓글을 단 조선닷컴의 네티즌(bae****)은 형용어 없는 행정부처의 이름이 낫다는 작명 감각을 가졌다. 행정안전부(행안부)를 안전행정부(안행부)로 바꾸는 것도 지나치게 부처명을 쉽게 고치는 과오가 아닌가? 가능한 한 형용어가 없는 부처명이 좋을 것이다. 정권을 잡으면, 청와대를 없애고, 수도를 옮기고, 행정부처 명칭을 바꾸고, 심지어 헌법까지 함부로 고치겠다는 오만은 좀 사라졌으면 한다. 이승만과 박정희과 전두환이 깔아놓은 자유민주주의의 틀에 무슨 큰 ‘구조적 쇄신’이 필요한가? 좋은 전통은 어설픈 쇄신보다 낫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
'미래창조과학부'는 너무 오만한 作名
- 조영환(올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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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17, 12: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