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금융인으로 살아오면서 '습관적 독서'를 즐겨온 鄭玄秀(정현수) 전 외환리스금융 부사장이 엮어서 낸 '名言名句選'(명언명구선)은 쓸모가 많다. 토트 출판사에서 나온 720 페이지짜리 책인데(정가 2만9000원), 인간의 지혜가 농축된 글들이다. 鄭 선생(올해 78세)은 평소 책을 읽을 때마다 좋은 문장이 있으면 일일이 메모해두었다가 책으로 내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정현수 선생과 해외 여행을 여러 차례 했는데, 그때마다 들려준 名言(명언)과 우스개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고 반가웠다. 名言보다 중요한 건 名言을 알아보고 골라 낼 수 있는 안목이다. 이 책은 정현수 선생의 수준을 보여준다. 정호승 시인은 讀後記(독후기)에서 '내 인생의 가장 귀한 선물을 받은 것 같다'라고 했다.
나는 직업적으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한다. 적절하게 인용하는 名言 하나가 독자와 청중들을 깨우고, 글과 말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을 여러 번 실감하였다. 이 책은 직업적 문필가에겐 참고서이고, 일반 독자에겐 '즐거운 놀이터'이다. 名言뿐 아니라 우스개, 속담도 소개되어 있다. 결혼식 주례를 맡은 사람, 건배사로 고민하는 사람이 좋아할 책이다.
처음 이 책을 펴고 4시간을 내리 읽어내려가면서 뽑아둔 名言중의 名言들을 소개한다. 인도의 聖人(성인) 마하트마 간디가 꼽았다는 '사회적 죄악 일곱 가지'는 이러하다.
1. 원칙 없는 정치
2. 일하지 않고 누리는 富(부)
3. 양심 없는 쾌락
4. 人格 없는 知識(지식)
5. 도덕 없는 商행위
6. 희생 없는 신앙
7. 인간성 없는 학문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만연하는 七去之惡(칠거지악)을 하나도 빠짐 없이 지적한 간디의 통찰력과 知性(지성)에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복수하는 최선의 방법은 너의 敵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한은 원한에 의해 풀어지지 않으며, 원한은 원한을 버릴 때 비로소 풀어진다>(法句經)
정현수 선생이 펴낸 책이 흥미로운 것은 人生 경험이 풍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폭 넓은 名言의 선택 덕분이다. 공산주의자부터 자유주의자까지, 염세주의자부터 성경까지, 富者(부자)로부터 과학자까지 名言의 소스가 다양하다. 공산주의 비판의 논리를 세운 하이에크는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세상이 지옥으로 변한다>고 경고한다.
<神이 존재한다면 그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라는 무신론자의 말도 실려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역사의 神'을 만들어 수많은 인류를 미혹하고 괴롭혔다.
독서에 대한 名言도 많다.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이다>(키케로)
<세상의 모든 것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기 위하여 존재한다>(말라르메)
<영리한 사람은 학문을 멸시하고, 단순한 사람은 학문을 숭배하고, 현명한 사람은 학문을 이용한다>(프란시스 베이컨)
<책 읽는 습관을 붙인다는 것은 인생의 거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일이다>(서머셋 모옴)
<남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하여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소크라테스)
<이 세상은 책이다. 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한 페이지만을 계속 보는 사람과 같다>(성 아우구스티누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언도 많다.
<대화에서의 침묵은 위대한 話術(화술)이다. 자기 입을 다물 때를 아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윌리엄 헤즐릿)
<잘 생각지도 않고 하는 말은 겨누지 않고 총을 쏘는 것과 같다>(우크센 세르나)
鄭玄秀 선생은 가끔 자신의 어록도 소개한다.
<한 사람이 갖게 되는 思考(사고)의 범위는 그 사람의 어휘력에 비례한다>
사랑에 대한 語錄이 단연 가장 많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다>(생 텍쥐페리)
<사랑이란 마음의 폭군이다. 이성을 어둡게 하고 분별을 어둡게 하고 충고에 귀먹게 한다>
(J 포드)
<연애는 전쟁과 같은 것이다. 시작하기는 쉬우나 그만두기는 어렵다>(멘겐)
<남자는 언제나 여자의 첫사랑이 되고싶어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리석은 허영심에 불과하다. 언제나 여성들이 바라는 것은 그 남자의 마지막 사랑이 되고싶은 것이다>(오스카 와일드)
<불행한 결혼의 대부분은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연민의 기분에서 결혼할 마음이 생겨서 한 결혼이다>(몽테 롤랑)
<좋은 결혼은 눈먼 아내와 귀먹은 남편이 만나는 것이다>(몽테뉴)
<아내는 젊은이에게는 戀人(연인)이고, 중년 남자에게는 半여자이며, 늙은이에게는 간호사이다>(프란시스 베이컨)
人間觀(인간관)에 대한 명언도 많다.
<버릴 사람은 야단도 치지 말고, 눈여겨 본 사람은 매정하게 다루어라>(李秉喆)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그는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른다>(無名氏)
예술에 대한 것.
<예술은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자기 안의 위대한 본성을 일깨워준다>(앙드레 말로)
<우연하게 이뤄진 것은 예술이 아니다>(세네카)
<문학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거울>(토니 모리슨)
인생에 대한 것.
<삶이 비극인 이유는 우리가 너무 일찍 늙고 너무 늦게 철이 든다는 데 있다>(벤자민 프랭클린)
<하나님도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이 죽은 후에 내린다>(S. 존슨)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마하트마 간디)
<죽음! 이 세상에서 유일한 평등>(필립 베일리)
이 책에서 가장 재미 있는 부분은 우스개와 속담을 모은 章이다.
<유머가 없는 사람은 스프링이 없는 마차와 같다. 길 위의 모든 조약돌에 걸려 삐걱거린다>(헨리워드 비치)
<땅에서부터 재면 내가 자네보다 작지만 하늘에서부터 재면 내가 더 크다>(나폴레옹)
<여보 사망해>(잘못 보낸 문자 메시지)
<대통령을 그만둔 이후 뭔가 달라진 게 있습니까? '있고 말고. 골프 시합에서 나를 이기는 사람이 많아졌어!'(아이젠하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
<딸아이는 귀하게 키우고 아들아이는 천하게 키워라>
<아들을 잘못 두면 한 집이 망하고, 딸을 잘못 두면 두 집이 망한다>
<못생긴 며느리 제삿날에 病 난다>
<말이 고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
<잃어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富者이다>
<내 배 부르니 평안감사도 조카 같다>
<두부 먹다 이 빠진다>
<돈으로 틀어막아서 안 되는 일은 재채기뿐이다>
<주머니가 무거워지면 마음은 가벼워진다>
<애들은 자고 나면 예쁜 짓을 하고 늙은이는 자고 나면 미운 짓을 한다>
<두 말 하면 잔소리, 세 말 하면 개소리>
<웃음은 지갑 속에 든 수표이다>
<동생 줄 것은 없어도 도둑 줄 것은 있다>
주례사나 연설을 할 때 참고가 되는 책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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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09, 2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