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과 해경을 비판할 때 참고해야 할 사실

승객은 물론이고 선장, 선원, 해경, 구조대 모두 '빠르게 배가 넘어간다'는 공간적, 시간적 절대 조건의 지배를 받았다. 이런 한계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선장과 해경의 행동을 일면적으로 분석, 비판, 조사하는 것은 사실과 동떨어진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월호 침몰 상황과 구조활동을 이해하고 따지는 데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배가 급히 기운 다음에 복원력을 상실, 매우 빠른 속도로 뒤집히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타이타닉 침몰과 다르다. 타이타닉 호는 빙산에 뱃전이 긁힌 뒤 서서히 침수, 가라앉았기에 구명정을 내리고 사람들이 옮겨 탈 여유가 있었다. 세월호는 순식간에 30도 이상 기울더니 점점 경사 각도가 심해져 1시간 반 만에 완전히 전복되었다. 船內(선내)에서는 상하 좌우(上下 左右)의 이동이 어려워지다가 곧 불가능하게 된다. 왼쪽으로 30도, 45도, 60도, 90도, 120도, 180도로 뒤집어지는 과정 속에서 승객과 선원 및 구조대원들의 행동은 결정적으로 제약되었다.

승객은 물론이고 선장, 선원, 해경, 구조대 모두 '빠르게 배가 넘어간다'는 공간적, 시간적 절대 조건의 지배를 받았다. 이런 한계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선장과 해경의 행동을 일면적으로 분석, 비판, 조사하는 것은 사실과 동떨어진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언론은 선장과 해경을 비판할 때 이런 시간적, 공간적 조건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해경이 절벽처럼 넘어가는 船體(선체)를 타고 올라가 선실에 갇힌 승객들을 왜 구조하지 않았느냐고 집중 비난을 퍼붓는다. 평지에서, 유장한 시간적 여유 속에서 구조활동이 있었던 게 아니다. 바닥이 벽이 되고 나중엔 천장이 되는, 자기 몸도 가누기 힘든, 급전하는 시공적 조건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을 전제한 비판이어야 이 사건으로부터 훌륭한 교훈과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조준기 조타수는 면담 온 강정민 변호사에게 "(승객이 갇힌) 船室(선실)로 가려면 복도와 계단을 지나 내려가야 하는데 너무 경사가 심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 등반 전문가는 "배가 60도 이상 기울고, 더구나 잡을 게 없다면 암벽 등반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세월호와 진도 VTS(Vessel Traffic System)의 交信(교신)에서도 1등 항해사는 기울기를 걱정한다. 그는, 9시10분 “너무 기울어져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2분 뒤 진도 VTS가 “지금 승선원들은 라이프 래프트(Life Raft) 및 구조보트에 타고 있냐”고 묻자 “아직 못 타고 있다. 지금 배가 기울어 움직일 수가 없다”고 답했다. 9시14분에는 “지금 배가 많이 기울어 승객들의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3분 뒤에는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左右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며, 선원도 라이프 재킷(구명조끼)을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사실 입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한 상태이고, 선원들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18분엔 이런 대화가 오갔다.

*진도VTS: "세월호 현재 물이 얼마나 차 있습니까?"
*세월호: "그것도 확인이 안되고 있습니다. 지금 데크(갑판)에 컨테이너 몇 개가 빠져 나간 거는 船首(선수)에서 확인이 되는데 이동이 안 되어서 브릿지(선교. 조타실)에서 좌우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여서 벽을 잡고 겨우 버티고 있는 상태입니다.”

9시23분 진도 VTS가 “경비정 도착 15분 전이다. 방송 해 승객들에게 구명 동의를 착용토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했다. 진도 VTS가 “방송이 안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 바란다”고 하자 세월호는 “본선이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느냐”고 물었다. 진도 VTS는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 빨리”라고 지시했다. 세월호는 오전 9시37분 마지막 교신에서 “침수 상태 확인 불가하고, 상선들은 50m 접근해 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 시도하고 있으나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배가 한 60도 정도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다"고 했다.
세월호 1항사는 교신의 대부분을 배가 기울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하소연으로 채웠다.

*절벽으로 변한 배

증언과 동영상을 분석해보면, 세월호 船體는, 9시쯤 왼쪽으로 45도, 9시17분엔 약50도, 9시38분에 약60도나 기울었고, 10시13분엔 약80도, 15분엔 약90도, 25분엔 180도로 완전히 뒤집혔다. 기우는 데 가속도가 붙었다는 얘기다.
생존자 김성묵씨는 지난 4월17일 CBS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 스마트폰으로 각도를 쟀는데 45도였다고 했다. 이어서 위험하니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이 계속 나왔다.
"처음에는 (방송을 듣고) 거진 다 가만히 있었고 나도 가만히 있다가 아니다 싶어 (오른쪽) 4층 난간 쪽으로 나왔다. 홀에 있던 아이들이 잡을 데도 없고 벌써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 바닥을 붙잡고 올라와야 되는데 거기가 미끄러져서 잡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소화기 호스를 이용해서 끌어당기는데 몇 명 못 구했는데 90도 가량 기울어지다 보니까 아이들 힘이 부족해서인지 잡고 있지 못했다."
왼쪽으로 배가 60도 이상 기울면 선실에 있던 이들은 절벽 밑에 놓인 꼴이 된다. 이 절벽은 조금 전까지는 선실 바닥이었는데 맨들맨들하다. 기어오르려 해도 잡을 게 없다. 위(오른쪽 난간)에서 던진 호스를 잡더라도 몸을 의지할 데가 없다.데롱데롱 매달려 있다가 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진다. 곧 바닷물이 들어왔다. 용감한 시민들이 소방 호스를 던져서 끌어올리기도 했으나 몇 사람 살리지 못했다. 한 시민은 "아래에 있는 학생들은 꼭 우물에 빠진 것 같았다"면서 "고무호스를 던지는 나에게 '아저씨,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아무리 선체가 기울어도 선장은 사고현장에 남았어야 했다. 선장 신분도 밝히지 않고 구조선을 탄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다. 배 안의 상황을 잘 아는 그가 현장에 남아서 해경과 협조하였더라면 더 많은 승객을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휘체제가 무너진 세월호를 상대로 해경과 어업지도선은 나름대로 노력을 하였다. 정보가 제한되고 시간적으로 촉박한 조건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해경을 상대로 수사를 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하더라도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 선동적 언론이나 감성적 여론을 따라가는 수사는 사실과 법리를 떠난 결과를 빚을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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