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22일은 韓日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두 나라의 關係史(관계사)에서 그래도 지난 50년이 가장 우호적이었고, 생산적이었다는 점에는 異論이 없을 것이다. 두 나라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이란 공동의 친구, 북한정권이란 공동의 敵을 가진 관계라는 점에서 과거의 불행하였던 관계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식민지와 지배국 사이로 맺어졌던 韓日관계가 대등한 주권국가 사이로 새 장을 연 1965년 6월 22일 서울 시내는 1만여 명의 학생들과 야당인사들이 참여한 ‘굴욕외교 규탄 시위’로 최루탄·곤봉·삐라가 난무하는 수라장으로 변했다.
 다음날 밤 8시 청와대에서 朴正熙 대통령은 라디오 및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금속성 목소리로 특별담화를 읽어 내려갔다. 이 담화문은 朴 대통령의 對日觀을 잘 보여준다. 그는 패배주의적인 對日觀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강한 어투로 표현했다.
 “나는 우리 국민 일부 중에 한일교섭의 결과가 굴욕적이니 저자세니 심지어 매국적이라고까지 극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그들의 주장이 정부를 편달하고 정부가 하는 교섭의 입장을 강화하는 데 도움도 될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이것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진심으로 우리가 또 다시 일본의 침략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경제적으로 예속이 될까 걱정을 한 데서 나온 것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찌하여 그들은 그처럼 자신이 없고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을 집어먹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비굴한 생각, 이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일본 사람하고 맞서면 언제든지 우리가 먹힌다’는 이 열등의식부터 우리는 깨끗이 버려야 합니다. 우리의 근대화 작업을 좀먹는 암적인 요소는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패배주의와 열등의식 및 퇴영적인 소극주의,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이 기회에 일본 국민들에게도 한마디 밝혀둘 일이 있습니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죄과들이 오늘의 일본 국민이나 오늘의 세대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역시 믿을 수 없는 국민이다’ 하는 對日(대일) 불신 감정이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또 다시 싹트기 시작한다면 이번에 체결된 모든 협정은 아무런 의의를 지니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이 기회에 거듭 밝혀두는 바입니다.”
 도쿄에서 조인식을 마친 다음날 귀국한 李東元 외무장관은 역사적 문서를 들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朴 대통령은 두 손을 서류에 얹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독백처럼 말하더란 것이다.
 “대체 이 서류 몇 개를 가져오는 데 몇 년이 걸린 건가….”
 연하구 외무부 아주국장이 “자유당 시절부터 햇수로 15년입니다”라고 했다.
 “15년이라, 그것 참, 그렇지만 앞으로 150년이건 1500년이건 잘 돼야 할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