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동맹외교에서 배우는 보수-중도 동맹론

보수는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챔피언 자리에서 끌려 내려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弱者가 살아남아 끝내 이겨내기 위해서는 용기와 함께 슬기가 필요하다.
김춘추와 이승만의 자주적 동맹외교 체질을 이어받아야 할 한국의 보수세력은 朴槿惠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앞당겨진 "60일 선거"에 즈음하여 힘이 약해진 상태인데도 뭉치지 못하였다. 약해진 보수는 중도와 동맹하여야 좌파 집권을 저지할 수 있다는 객관적 조건을 무시, 실력에 부치는 너무 높은 목표를 정하였다. 이른바 "보수 단일화 必勝論"이다. 이들의 논거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40%이고 야당이 문재인, 안철수로 분열되어 있으므로 보수 단일화는 보수 후보 당선의 보증수표라는 것이었다.

 

趙甲濟(조갑제닷컴 대표)


한국 보수세력의 역사적 源流는 최초의 민족통일국가를 만든 신라, 그리고 최초의 국민국가를 세운 李承晩 세력이다. 신라와 대한민국의 공통점은 金春秋의 羅唐동맹 외교와 李承晩의 韓美동맹 외교가 통일과 건국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는 점이다. 동맹의 의미는 남의 힘을 빌어 國益을 도모하는 것이다. 동맹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냉철한 전략과 함께 확고한 주체성이다. 김춘추와 이승만이 바로 그런 조건을 갖춘 대인물이었다.

신라는 三國 가운데 발전이 늦고 작은 나라였는데, 外敵에 둘러싸여 가장 많은 전쟁을 치렀다. 살아남기 위하여는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신라는 5세기 초까지는 고구려의 보호를 받다가 힘이 생기니 백제와 羅濟동맹을 맺어 고구려의 南進정책에 대항하였다. 6세기 초 진흥왕 때 이르자 國力에 자신을 갖고 羅濟동맹을 파기, 백제를 치고 한강 유역을 차지하였다. 7세기에 접어들어 백제와 고구려가 신라를 협공하는 판세가 형성되자 신라는 중국을 통일한 隋에 접근하였다가 결국 唐과 동맹하는 데 성공하였다.

신라는 '당당한 사대주의'의 나라였다. 힘이 센 唐과 손잡고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唐이 신라마저 먹으려 하니 세계 최대 제국을 상대로 7년간의 결전을 벌여 이들을 한반도에서 축출, 민족통일 국가를 완성하였다. 당과 싸울 때는 수백 년간의 宿敵인 일본과 화해, 후방을 든든하게 만드는 유연성을 발휘하였다.

신라의 자주정신을 상징하는 인물 金庾信은 이렇게 말하였다.

'개는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개의 다리를 밟으면 물어야 합니다.'

큰 나라를 상대로 고구려처럼 무모하지도, 조선조처럼 비굴하지도 않았던 신라였다. 이 신라는 힘이 약해져서 망하게 되었을 때도 지혜로운 선택을 하였다. 그리하여 아름답게 망한 나라가 되었다.

신라의 마지막 왕 敬順王(경순왕)은 後百濟의 甄萱(견훤)이 경주로 쳐들어와 신라의 경애왕을 죽인 뒤 왕으로 세운 사람이다. 경순왕 9년(서기 935년) 왕은 나라를 고려 王建(왕건)에게 바치려고 회의에 붙였다. 경순왕이 말했다.

'이와 같이 외롭고 위태로운 형세로는 보전할 수 없다. 이미 강하지 못하고 또 약하지도 못하여 무고한 백성만 간과 뇌를 땅에 바르는 것이니, 나는 차마 할 수 없다.'

原文(원문)의 '肝腦塗地(간뇌도지)'는 죄없는 백성들이 전쟁에 휘말려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처절하게 묘사한 것이다. 나라를 지킬 만큼 강하지도 못하고 나라가 폭삭 망해버릴 정도로 약하지도 못하니 王族(왕족)들이 구차한 목숨을 근근이 이어가면서 백성들만 고생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경순왕은 후계자인 마의태자의 반대를 무시하고 고려 王建에게 항복할 뜻을 전했다. 그해 11월에 王은 백관을 거느리고 경주를 떠나 송도(개성)의 태조에게 귀순한다. 마차, 牛車(우차), 말이 30여리에 잇달아 도로가 막히고 구경꾼이 담장과 같았다. 경순왕은 王建으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경주를 食邑(식읍)으로 받았고 백부의 딸을 왕건에게 시집보냈다. 여기서 난 아이는 고려 현종의 아버지가 된다.

신라의 귀족들도 고려에서 重用(중용)되었다. 邊太燮(변태섭) 교수는 '韓國史通論(한국사통론)'에서 고려 성종 시절 국가체제가 확립되었을 때의 지배세력은 '지방호족 출신으로 중앙관료가 된 계열과 신라 6頭品(두품) 계통의 유학자들이었다'고 썼다. 成宗(성종) 때 국가체제를 정비하는 데 主役(주역)이었던 유학자 崔承老(최승로)는 신라 6두품 출신 귀족이었다. 신라를 민족사의 정통으로 세운 三國史記의 著者 金富軾도 신라 귀족의 후손이었다.

김춘추와 이승만의 자주적 동맹외교 체질을 이어받아야 할 한국의 보수세력은 朴槿惠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앞당겨진 '60일 선거'에 즈음하여 힘이 약해진 상태인데도 뭉치지 못하였다. 약해진 보수는 중도와 동맹하여야 좌파 집권을 저지할 수 있다는 객관적 조건을 무시, 실력에 부치는 너무 높은 목표를 정하였다. 이른바 '보수 단일화 必勝論'이다. 이들의 논거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40%이고 야당이 문재인, 안철수로 분열되어 있으므로 보수 단일화는 보수 후보 당선의 보증수표라는 것이었다.

이는 달라진 여론 구조를 무시한 空論이었다. 지난 4월 넷째 주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홍준표(12%), 바른정당 유승민(4%), 새누리당 조원진(1%)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17%밖에 안 되었다. 문재인 후보는 40%, 안철수 후보는 24%인데 무슨 수로 보수 단일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인지 수학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년 총선 직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보수성향 유권자는 30%, 중도는 26%, 이른바 진보는 23%였다(나머지는 무응답). 지난 4월21일에 발표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가 보수다'는 사람은 약25%, 중도는 24%, 진보는 37%였다. 보수는 줄고 이른바 진보는 크게 늘었다.

더구나 줄어든 보수층은 분열되었다. 안철수 지지, 홍준표 지지, 유승민 지지로 갈라지고 문재인 지지로 돈 이들도 적지 않다. 늘어난 이른바 진보성향 유권자들은 보수보다 훨씬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지지 64%, 안철수 지지 19%, 홍준표 지지 2%. 투표를 하겠다는 비율도 문재인 지지자들이 보수층보다 높았다. 강한 결속력과 높은 투표율이 결합되면 문재인 후보 당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5월 초 현재 좌파 대통령의 당선을 막을 수 있는 단일화는 '보수 단일화'가 아니라 '보수-중도 단일화'뿐임이 명백하다. 즉, 反文 또는 反左 단일화이다. 보수 원리주의자들 입장에선 중도와 손을 잡는 게 자존심이 상할 일이겠지만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확신하지 않는 세력의 집권을 막는다는 보다 큰 大義를 위하여, 더구나 보수 후보를 당선시킬 힘이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현실적 선택이기도 하다.

보수는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챔피언 자리에서 끌려 내려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弱者가 살아남아 끝내 이겨내기 위해서는 용기와 함께 슬기가 필요하다. 신라가 백제와 동맹하여 고구려의 압박을 견뎌내었던 것처럼 보수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 상당기간 중도와 손을 잡아야 한다. 중도에 이용당한다는 두려움은 패배주의이다. 중도를 이용하고 설득하여 좌파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적 주체성만 있으면 된다. 보수-중도 정치 동맹은 反대한민국적 계급투쟁론자로부터 反共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가 될 수 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 백채식 2017-05-01 오후 12:17

    다음 사이트 주소를 클릭해보십시오.
    대선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구글 트렌드 빅데이트에 나타난 검색회수에서
    홍준표는 안철수를 넘어 문재인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https://trends.google.com/trends/explore?date=now%201-d&geo=KR&q=%EB%AC%B8%EC%9E%AC%EC%9D%B8,%ED%99%8D%EC%A4%80%ED%91%9C,%EC%95%88%EC%B2%A0%EC%88%98

    빅데이터가 정확한 예측지표는 아닐지라도
    트럼프 당선에서 봤듯이
    여론조사를 그대로 믿을 것은 못된다는 증표입니다.

    빅데이트에 의해 추론하면
    이미 안철수는 지지해도 떨어질 것이고.
    홍준표는 지지하면 될 것입니다.
    안철수로 옮겨간 표만 돌아와도 충분합니다.

  • 홍찬희 2017-04-30 오전 2:06

    통계 전문가들이 그토록 현재 여론조사가 신뢰하기 매우 어려운 조작임을 드러내주는 분석을 쏟아내도 보질 않으시는 건지 의문이군요. 4.12 재보선은 어떻게 설명하시렵니까. 역사적으로 보수표는 36%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노태우 때도, IMF때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미니대선이라 그렇게 떠들어댔던 4.12 재보선에서 그게 다시 입증됐습니다. 최근 JTBC도 좌파 카페에다 불법여론조사를 펴다가 선관위에 걸렸더군요. 최여해의 적반하장인가 거기서 현재 여론조사의 허구성에 관해 통계학 박사가 직접 나와 분석했으니 한 번 보세요. 왜 자꾸 조작된 여론조사를 맹신하십니까. 오늘은 또 문재인 캠프에서 더이상 홍 후보를 좌시할 수 없다며 처음으로 1:1 공격을 예고하더군요. 타이밍도 적절하게 말입니다. 홍후보의 지지율의 유의미하지 않았다면 안철수만 공략했으면 될 일인데 말이죠. 기자님, 만약 안철수를 민다고 해도 안철수는 현재 위중한 시국에서 4강의 지도자들과 겨룰 짬이 안되는 사람입니다. 그냥 상대가 안 되요. 이걸 꼭 자로 재봐야 알겠습니까? 문재인은 일단 안 되므로 홍준표가 답인데, 실제로 지지율도 급상승하고 홍으로 결집하고 있으니 힘을 보태셔야하는게 마땅한 도리가 아닙니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홍준표 지지로 돌아서십시오.

  • 최정순 2017-04-29 오후 1:15

    잘못된 언론이 박대통령 탄핵시켰다고 주장하실땐 참 믿음직스러우시던 대표님이
    지금은 잘못된 여론구조를 이토록 100%믿어주시니 저는 많이 헛갈리고
    이제는 무슨 말씀을 하셔도 다 믿을 수 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수정하셔 보수여 일어나라 홍준표로 하나로 뭉치자 하실 분으로 믿고
    혹시나해서 들어와 읽어 봤습니다만 아니네요
    지금까지 믿었던 조대표님께 배신감을 느낍니다
    5/10일날 제가 대표님께 사과하는 일은 없기를 믿습니다

  • 김진성 2017-04-29 오전 11:14

    명백한 좌파인 안철수세력을 소위 "중도"로 둔갑시켜주신
    선생님의 이론적근거가 무엇인지 묻고싶구요.

    반문단일화가 되야한다면 표의 확장성이 큰홍준표로
    안철수보다 최종득표가 많을 홍준표로 하는게 순리일것이고

    안철수세력에게 직접, 안철수사퇴를 권하는게 옳고 또 순서라고 봅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