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를 원망하라는 정부

가진 자를 원망하라는 정부


정부의 2년 연속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주가 시끄럽게 출발했다. 2019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함으로써, 2018년 16.4%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을 기록했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에 비교하면 2년 사이 29.1%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터키에만 있는 주휴(週休) 수당을 포함하면 현재 최저임금은 사실상 9,045원에 달하고, 내년엔 1만원을 넘어선다. 미국(8,051원) 일본(8,497원)보다 높다.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 등 생존 투쟁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 약자들의 반발에 대해 정부 및 여권 인사들이 내놓는 후속 대책 및 발언들을 보면, 하나같이 그 화살을 대기업, 건물주 등 소위 ‘가진 자’들에게 돌리라는 식이다.

추미애 대표는 16일 “소상공인이 어려운 것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 높은 상가임대료라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께서 대기업 건물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목소리 내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니 정부에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했다. 마치 정부는 잘못한 게 없으니 갑질 행위를 하는 대기업이나 임대업자와 맞서 싸우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16일 "상가임대차, 카드수수료, 가맹점 보호 제도 등으로 보완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대기업, 건물주, 카드사 등 ‘가진 자’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발맞춰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대기업의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했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임대료 인상 억제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모두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사안인데 정부가 이런 가격 결정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불공정 행위’ 조사로 압박까지 하고 있다.

이미 이 정부 및 여권 인사들의 ‘가진 자’에 대한 ‘계급투쟁적 시각’은 지난 주 홍영표 원내대표의 삼성 발언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그는 “삼성이 작년 60조원의 순이익을 냈다. 60조 중 20조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원씩 더 줄 수 있다...삼성이 60조 벌기 위해서는 삼성 1·2·3차 협력업체 쥐어짜고 쥐어짜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세계 1위 삼성을 만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건 뭐 잘사는 ‘부자’하나를 때려잡아 모두가 나눠갖다는 수준의 발언이다.

또 ‘쥐어짠다’라는 표현을 보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얼마나 삐뚤어지게 보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쥐어짠다’의 정상적 표현은 ‘원가절감노력’이다. 대기업이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원가경쟁’은 경영의 본질이다. 그리고 삼성에겐 ‘쥐어짠다’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모임인 ‘협성회’ 149개 회원사의 지난 해 영업이익률은 평균 8.5%다. 이 중 Top10 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9.4%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인 16.1%보다 높았다. 협력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2.5% 증가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출 증가율(18.8%)을 앞섰다.

현 정부의 이런 인식과 내놓는 모든 정책들은 反시장적이고, 反기업적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일자리안정자금을 3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대책을 내놓는다는데,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을 무턱대고 결정해놓고 그 부담을 국민 세금으로 메꾸겠다는 꼴이니, 갈수록 태산이다. 이미 고용부분의 모든 통계항목에 빨간 불이 들어왔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기록을 경신할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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