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남용은 법치와 인권 유린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편파적으로 집행되는 데 대한 김평우 변호사의 비판이다.
------------------------------------------------------


구속이란 무엇인가? 자유를 박탈당하고 감옥소에서 사는 것이다. 죄가 있어서 감옥소에 갇히는 형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나 재판소가 피의자나 피고인을 소환해서 수사하고 재판하는 불편을 덜고자 아무 때고 원할 때 불러서 조사하고 재판하려고 대기용 감옥소에 가두어 두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죄가 확정이 안 된 시민을 수사, 재판 대기용(待期用) 감옥소에 가두는 제도가 구속이다.

하루나 이틀 수사하거나 재판하기 위해 수십 일씩 구속하는 것은 명백히 필요성,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된 과도한 권력행사 즉 권력남용이다. 구속이 장기화되면 선량한 시민이 직장을 잃고, 가정이 파괴된다. 증인이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구속된 대부분의 시민은 웬만한 중범죄가 아니면 대부분 죄를 인정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를 바라게 된다. 변호사들도 무죄투쟁을 하여 이길 승산이 거의 없으니까 대부분 유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라고 피고인들에게 권유한다(우리나라에서 집행유예 형이 유난히 많은 것은 이 이유이다).

요컨대, 구속이란 제도는 수사기관, 재판기관의 편의를 위하여 선량한 시민이 신체의 자유를 잃어버리고 재판상의 공정한 항변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매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반인권적 권력 행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은 인권선언서에서.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근대국가에서 법치국가냐 아니냐, 인권국가냐 아니냐의 최대 관건은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얼마나 제대로 지켜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사는 대한민국 동포들은 누구나 이 기본적 인권을 향유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헌법과 법률상으로는 미국처럼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이 엄연히 규정되어 있다. 헌법 제12조와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01에 보면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하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한하여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법관은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 법관이라고 하여 자기 마음대로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할 수 있다. 검찰과 법관이 이 헌법규정, 형사소송법 규정을 제대로 지키나 안 지키나를 감시하고 평가하기 위해 인권위원회가 있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있고, 민변이라는 변호사 단체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단적인 예가 탄핵정변의 무더기 구속이다. 1년 전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할 때, 그리고 6개월 뒤인 2017. 10. 구속영장을 재발부할 때, 법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범죄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다. 2016. 10. 31. 최순실 구속으로부터 시작하여 오늘까지 1년 반 동안 박근혜 대통령 및 최순실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40여 명의 저명한 애국 시민들이 모두 범죄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하여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었다. 심지어는 박근혜 대통령 혐의와 관련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도 지난 3월 23일 검찰이 뇌물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역시 범죄혐의를 부인하므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하여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었다.

이렇게 되면, 피의자나 피고인이 죄가 있다고 인정해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불구속이 되고 죄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면 오히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이 돤다는 이상한 결과가 된다. 자백하는 범죄인은 불구속이 되고, 죄가 없어 부인하는 무고한 시민은 구속이 된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 선량한 시민이 검찰에 잡혀 가면 무조건 혐의를 시인하여야지 혐의를 부인하면 구속이 되는 나라. 어느 아프리카의 후진국이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이다.

헌법과 법률에는 분명히 피의자나 피고인은 범죄를 부인할 권리가 있다고 명백히 규정되어 있으나, 검찰과 법관이 피의자, 피고인의 이 헌법상의 인권을 부정하고 피의자나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하면 이를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구속을 하는 나라, 이것이 바로 21세기 우리나라의 법관이고 검찰이다. 죄 없는 백성을 감옥에 잡아 놓고 “네 죄를 네가 알렸다!”고 두들겨서 허위자백을 받아내어 재산을 빼앗던 100년 전 조선시대의 원님재판, 사또재판과 별로 다름이 없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어쩌다 이 나라의 司法이 이 모양이 되었는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