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이면서 국제전이기도 했던 그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온전한 삶을 빼앗겼습니다. 내 아버지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잠시 피난한다고만 생각했던 내 아버지는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 자신이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입니다. 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여름 유엔총회연설에서 한국전을 설명하면서 북한정권의 침략을 유엔이 응징한 전쟁임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침략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내전설'을 들고 나왔다. 자연히 戰犯집단에 대한 비판과 유엔에 대한 감사가 빠졌다. 애국심은 물론 도덕성이 결여된 연설로서 대한민국 헌법에 불문율처럼 들어 가 있는 한국전의 성격과 반공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벗어난 것이었다. 북한정권의 남침을 內戰으로 인식하는 대통령은 眞僞, 彼我, 善惡 구분 능력의 마비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헌법을 무시하게 되어 있다.
*이승만이 버티어 內戰的 작전 개념이 무너지다
한미동맹이 없었던 시기에 이승만 정권이 소련 북한 중공이 합세한 압도적 기습을 받고도 무너지지 않은 것은 한국인의 결사(決死)항전 의지 덕분이다. 국군은 후퇴는 할망정 소부대 단위의 항복이 없었다. 이승만은 미국에 ‘돌멩이와 막대기로도 싸우겠다’면서 총력전의 의지를 확실히 한 뒤 무기 지원을 요청하였다. 지도자, 국군, 국민의 단결이 가능하였던 데는 이승만의 카리스마와 자유를 맛본 한국인의 반공정신, 공산주의를 체험한 월남자들, 특히 군장교단의 공산당에 대한 증오심, 미국이 참전할 것이란 기대, 숙군(肅軍)으로 군내의 남로당 세력이 제거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미군이 오산에서 북한군과 최초로 교전하는 7월5일까지의 10일간 한국인은 소련, 중국, 북한 등 유라시아 대륙의 공산제국과 홀로 맞서 싸웠다. 이는 고구려의 수(隋)와 당에 대한 싸움, 신라의 대당(對唐)결전, 몽골 침략에 대한 고려의 저항, 세계최강의 육군인 일본군의 조선 점령을 막은 조선 수군과 의병(義兵)의 분투와 함께 우리 민족사의 5대 결전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이 세계사에 남을 이런 위대한 抗戰을 우리끼리 싸운 내전으로 비하하여 민족반역자에겐 면죄부를 주고 한국인으로부터는 애국심과 자부심의 근거를 앗아간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는 內戰說 반영
젊었을 때 뉴욕타임스 특파원으로서 월남전을 비판하는 보도로 퓰리처 상을 받았던 데이비드 핼버스탐 기자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죽기 전 ‘가장 추운 겨울’이란 책의 원고를 끝냈다. 사후(死後) 출판된 이 책에서 그는 한국전에서 자유세계가 공산 침략에 맞선 것은 마셜 플랜으로 서유럽을 구한 것 이상의 성공이라고 극찬하였다. 특히 한국전으로 성장한 한국군 장교단이 정권을 잡은 뒤 경제발전까지 성공시킨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그는 자유세계가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여’ 전쟁을 선택한 것은 내전(civil war)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미국과 서구의 다른 나라에 있어서 이 전쟁은 내전이 아니라 침략전쟁이었다. 이는 서구가 히틀러의 침략을 막지 못하여 2차 대전으로 이어진 점을 상기시켰던 것이다. 중국, 소련, 북한에는 이게 놀라운 관점이었다. 그들은 남침이 한국인들 사이의 결판이 나지 않은 내전의 연장선상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북한군의 남침 직후 국군이 무너지고, 이승만이 해외 망명이라도 했다면 김일성은 내전 종식과 민족해방을 선언하고 응징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승만 정부가 초전에서 버티어냄으로써 내전으로 위장한 침략전쟁의 정체를 숨길 수 없게 되었고 유엔군의 파병이 가능해졌다.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한 뒤 후방에서 좌익들이 들고 일어나 정권을 탈취하였다면 유엔군이 개입할 명분은 사라지고 김일성은 신라의 문무왕, 고려의 왕건을 잇는 통일의 지도자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25 남침을 내전으로 보기를 거부한 유엔에 가서 그 총회 연설에서 유엔에 대한 감사는 표시하지 않고 한국전 성격을, ‘내전과 국제전’의 결합으로 설명, 유엔군이 민족간의 내전에 개입, 국제전으로 확대시킨 장본인인 것처럼 오해를 부르게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피력한, ‘내전이 확대되어 국제전’으로 간 것이 한국전이라는 시각은 박근혜(朴槿惠) 정부가 개혁하려다가 문 대통령에 의하여 저지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계급사관으로 써진 이들 교과서는 6·25 직전 38도선에서 잦은 충돌이 일어났다고 강조, 전쟁 책임을 희석시킨 뒤 “유엔군의 참전으로 전쟁은 국제전으로 확대되었다”고 썼다(천재교육). 한 교과서는 중공군의 불법 개입을 ‘중국군 참전’이라 적었고,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인민군은 1950년 6월25일 남침을 감행하였다>고 썼다. ‘감행’은 용감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생명줄인 한미동맹을 만든 이승만의 반공포로 석방에 대하여는 <일방적으로 석방하여 휴전 회담 자체가 결렬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비방하였다. 미래엔 교과서는 “남북의 두 지도자 이승만과 김일성은 적개심과 증오심을 부추겨 자신들의 장기 독재 체제를 강화하였다”고 썼다. 좌편향 교과서는 북한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기술하지 않을 수 없을 때는 한국을 끌고 들어가 기계적 양비론(兩非論)으로 물타기를 한다. 학생들이 가질지도 모르는 정의감과 선악(善惡) 및 피아(彼我) 분별력과 애국심을 말살하기 위한 교과서로 보인다. 내전설을 믿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교과서를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內戰論은 필연적으로 대한민국 부정으로 간다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온전한 삶을 빼앗겼습니다. 내 아버지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잠시 피난한다고만 생각했던 내 아버지는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 자신이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입니다. 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이 흥남에서 미군 철수선을 탄 이유가 ‘잠시 피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공산주의가 싫어서 자유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백을 남긴다. 이산가족을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라고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김일성의 남침과 중공군의 불법 개입으로 이산가족이 생긴 것이니 간단하게 ‘남침 전쟁의 피해자’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중국과 북한을 책임자로 특정하지 않으려 하니 복잡한 설명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전을 또 ‘세계적 냉전 구조의 산물’이었다고 설명하였다. 이 또한 전쟁책임자들을 비호하는 간접 화법이다. 전쟁은 사람이 일으키는 것이지 냉전 구조가 전쟁을 일으킬 순 없다. 그것은 조건의 하나이지 책임자가 아니다. 교통사고가 난 것은 운전자의 책임이지 ‘자동차 문화의 산물’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집요할 정도로 북한의 전쟁 책임을 비호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관과 가치관이 대한민국의 헌법 및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의심을 정당화한다. 김일성의 남침전쟁에 대하여 내전적 시각을 가지면 선악(善惡) 및 피아(彼我) 분별력이 마비되어 북한정권에 대한 분노, 미국에 대한 감사, 조국에 대한 사랑이 무디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의 존립을 보장하는 두 가지 이념적 기초는, 대한민국만이 민족사의 정통국가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라는 민족사적 정통성과 반공자유민주적 정체성이다. 이 정통성과 정체성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건국과 호국전쟁, 근대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피 땀 눈물로 형성된 불가침의 성역이다. 물론 헌법 개정으로도 바꿀 수 없는 국체(國體)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가진 정통성과 정당성의 근거는 정부 수립 과정이 총선-국회구성-헌법제정- 정부수립의 과정을 거쳐 민주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정한 선거를 통하여 수립되었으므로 유엔 총회가 한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로 공인(公認)한 것이다. 북한정권은 찬반 투표가 불가능한 공산당 식의 원천적 부정선거를 통하여 세워졌기에 공인을 받지 못하였다. 민주투사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을 볼 때 그가 말하는 ‘민주’가 과연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인지, 통진당 식의 ‘진보적 민주주의’인지 헷갈린다.
6.25 남침을 內戰으로 보는 사람은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다!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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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1-24, 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