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지난 27일 <‘국민 여러분’ 대신 ‘동료 시민 여러분’>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새로운 용어 구사를 다뤘다.
그는 서양의 국가는 도시국가로 출발하여 중앙집권적 국가로 통합되어 갔으므로 '시민'이란 단어가 '국민'보다 우선했다고 했다. 근대에 들어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끼리 한 국가를 이루려 하면서 뒤늦게 민족국가(nation-state)가 등장했으므로 서양인에게는 시민의 정체성이 먼저이고 국민의 정체성은 나중이란 것이다.
우리는 서양과 달리 일찍부터 같은 한국어를 쓰는 민족끼리 왕조 국가를 이루고 살았고 왕의 신민(臣民·subject)에서 바로 국민(國民)으로 넘어와 시민의 체험이 생략되었다. 서양에서는 절대국가의 신민에서 민주국가의 국민으로 넘어오는 사이에 시민혁명이 존재했는데, 영국 명예혁명,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이 그것이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그런 시민혁명이 없어 영미권에서 시티즌(citizen), 프랑스인이 부르주아(bourgois), 독일인이 뷔르거(Bürger)라고 말할 때의 시민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시민은 행정단위의 구성원일 뿐이다. 서울시민이나 부산시민은 자연스럽지만 한국 시민은 자연스럽지 않다. 미국 대통령은 연설할 때 ‘마이 펠로 시티즌스(my fellow citizens)’라고 부르며 시작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등 공직자는 연설할 때 ‘국민 여러분’이라고 시작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6일 취임사에서 ‘동료 시민’이란 말을 여러 차례 썼다. ‘마이 펠로 시티즌스’의 직역이다. 그는 2022년 법무부 장관에 취임할 때만 해도 국민이라고 했다. 다만 그때도 ‘동료 공직자’란 말을 썼다고 한다. 얼마 전 법무부 장관에서 퇴임할 때 처음 ‘동료 시민’이란 말을 썼다. 이번 취임사에는 ‘국민의힘 동료’라는 표현도 나온다. 갑자기 쓴 게 아니라 숙고하면서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송평인 위원은 해석했다.
송평인 위원은 그러나 ‘동료 시민’이 한 개인이 혼자 별나게 쓰는 말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글을 맺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탈당 연설에서 국민 대신 '대한민국 시민'이라고 했다. 한동훈 이준석 씨는 '국민'이 주는 무거운 느낌, 권리보다 의무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더 상징하는 '시민'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종북성향의 문재인 정부는 개헌안에서 '국민'을 '사람'으로 바꾼 조항들을 여러 개 소개했다. "사람이 먼저다"는 구호를 걸고 "(우리) 사람이 먼저다"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했던 그들이 말하는 '사람'은 북한의 이른바 주체사상에서 나오는 '사람'과 비슷한 맥락으로 파악되었다.
김영삼 정부는 국민학교란 이름이 일제 때 지은 것이라고 하여 초등학교로 바꿨다. 명칭변경 운동에 가담했던 사람이 간첩사건 연루자로 드러나기도 했었다. 이래 저래 '국민'은 외롭다. 아직 민족통일국가의 완성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 정의가 완전하지 못한 데 벌써 국민 기피증이 만연한다. 헌법엔 시민의 권리와 의무는 없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만 있다. 공직자가 헌법의 가장 중요한 단어인 국민보다 헌법에 없는, 우리 역사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시민'을 더 강조하는 것은 너무 멋을 내려다가 맨살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공산주의자들은 계급으로 국가를 부정함으로 '인민'으로 '국민'을 대체하려 한다.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이어가려면 국민, 국가, 국익, 國旗, 국토는 양보할 수 없는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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