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양성체계는 국가안보의 백년대계

태릉과 화랑대는 대한민국 국군의 전통이 축적된 상징적 공간이자 서울의 중요한 안보 자산입니다.
<국가안보의 백년대계인 장교 양성체계를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정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을 서둘러 추진하는 모습이 우려스럽습니다. 장교 양성체계는 국가안보의 백년대계입니다.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으로만 추진할 일이 아닙니다.

합동성 강화라는 표면적 이유로 각 군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전문성과 정체성까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세계 주요 군사강국들도 합동작전을 중시하면서도 사관학교는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각각 운영하면서도 합동참모체계와 합동교육을 통해 연합작전 능력을 키웁니다.

합동성은 학교를 하나로 합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예술이 중요하지만, 미대·음대·체대를 합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만약 이번 통합이 태릉CC 주택공급을 위해 육군사관학교를 이전하는 것을 또 하나의 목적으로 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의 의사입니다. 태릉CC 개발이든, 육군사관학교 이전이든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교통, 교육, 문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주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는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주택공급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80년간 축적된 장교 양성체계와 국군의 역사적 자산은 한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태릉과 화랑대는 대한민국 국군의 전통이 축적된 상징적 공간이자 서울의 중요한 안보 자산입니다. 정부가 학교 대책도 없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호 밀어넣기를 하려는 것처럼 안보의 보루인 육사도 주택 숫자 늘리는데 활용하려는 심산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충분한 숙의과정 없이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미래세대에게도 결코 책임 있는 결정이 아닙니다. 정책 당사자인 사관생도들과 현역 장병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통합이 아니라 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입니다. 초급간부 지원율 감소, 우수 인재 유출, 복무 여건과 처우 문제 등으로 흔들리는 군의 사기를 회복하고, 젊은 인재들이 자부심을 갖고 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입니다. 군의 사기가 살아야 안보가 살아납니다. 국가안보의 근간인 장교 양성체계를 흔드는 것보다 우리 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적 개혁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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