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민주당의 대법원장에 대한 反헌법적 비난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치의 수호자로서 사법부 首長의 직무에 충실하였을 뿐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았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였으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는 헌법 제82조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법원장이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재제청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한 것이 아니라 헌법적 근거가 없는 재제청 요청에 응한다면 대법원장 역시 헌법적 근거 없는 행위를 하는 것이니 이에 따를 수 없고 대통령이 임명권을 헌법에 맞게 행사해야 한다는 당연한 입장을 표명한 것일 뿐입니다.

우리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한과 국회의 동의권, 그리고 대통령의 임명권에 헌법상 우열은 없습니다. 다만 논리상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해도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 후보자를 임명할 수 없으니 대법원장의 제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어 재제청 절차를 밟아야 하고, 국회가 동의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즉, 임명을 거부하면 그 대법관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될 수 없으니 재제청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국회의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임명 거부에 대한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헌법에도 어떤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사전협의를 전제로 절차적 완결성의 흠결을 이유로 바로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의 규정에 맞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1972년 개정된 소위 유신헌법 이전의 헌법에서는 ‘대법원장은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판사(현 대법관)를 제청하고, 이 경우에 제청이 있으면 대통령은 이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소위 사전협의의 관행은 그 존재 자체도 확실하지 않고 아무런 헌법과 법률의 근거가 없다는 점에 대한 제 페북 글은 아래에 링크해 놓았습니다]

현행 헌법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설사 국회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할 헌법상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임명할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임명을 거부하고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습니다. 재제청 요구시 재제청할 후보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더더욱 아무런 근거가 없는 반헌법적인 처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법원장의 재제청 요청 거부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맞게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일 뿐, 끝까지 손봉기 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밀어붙이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겠다는 것도,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으로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동의 요청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이고 무의미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임명을 위하여 동의 요청된 자”, “임명동의안” 등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하기로 결심한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모든 공직후보자 중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이 있는 대법관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들은 제청 절차 없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단독 의사에 의해 공직후보자로 지명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법이나 인사청문회법 상 ‘임명동의안’ 등의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국회에 임명동의 여부를 묻는 임명동의안 제출 자체를 거부할 법적 권한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법관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자를 제청하면 헌법 규정에 정한 순서에 따라 국회가 임명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임명동의 요청을 해야 하는 것이 헌법 규정에 맞는 권한 행사라고 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일단 국회의 동의 여부를 묻고 국회는 동의 여부에 관한 의결을 통해 국민에게 합당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국회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경우에, 삼권분립의 헌법정신과 대법관 임명에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 헌법 규정에 비추어 임명 거부의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여야 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책무이고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입니다.

대통령이 재제청 요청 문서에 법적 근거나 사유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고 헌법상 근거가 없는 사전 협의를 전제로 한 절차적 완결성의 흠결을 이유로 삼은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실질적 이유를 숨기기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것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침해한 것이 아님은 물론, 재제청 요구를 수용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조금이라도 헌법 정신과 헌법 규정에 어긋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법치의 훼손이고 대통령에게 합헌적, 합법적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것이 국민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헌법적 책무라는 점을 명백히 함으로써 헌법과 법치의 수호자로서 사법부 수장의 직무에 충실하였을 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통령에게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권한 행사를 촉구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반헌법적인 거친 비난을 그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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