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을 흉기로 변형시키는 정치 판사들

“이게 재판인 거야 개판인 거야? 법정 위에 軍 판사로 앉은 저 놈은 장군이 될 욕심에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꼭두각시야. 한심한 놈이지. "
고시를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갔을 때였다. 검사장 출신 교수가 강당에서 연수생을 앞에서 이렇게 자기 자랑을 했다.
“내가 쓴 기소장 하나로 한 그룹이 넘어갔어요.”

그의 얼굴에는 누구든지 자기가 노리면 감옥에 잡아 쳐 넣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연수생들이 그 힘에 감탄을 했다. 판사들은 자신들의 도장 하나에 사람들이 구속이 되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는데 은근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당시 판사출신 연수원장은 자신의 결정으로 김영삼 대표의 당권이 정지되게 한 사람이었
다. 판검사가 되는 것은 그 힘을 아니 완장으로 표현되는 원색적인 권력을 가지고 싶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법대에 들어가 십년 동안 읽고 또 읽은 헌법과 법률 속의 판검사의 위치는 전혀 달랐다. 인권옹호 기관으로 또 헌법상 기본권의 최후의 보루로 국민들이 억울하게 인신구속이 되지 않게 하는 천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그게 법의 정신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되어 여섯 달을 넘겼다. 법원은 재판을 더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수사기록에 나와 있는 여러 혐의사실 중에서 하나를 명분삼아 새로운 구속영장을 만들었다. 앞으로 여섯 달 동안 더 구속시킬 수 있다. 그때도 아직 끝내기에 충분하지 않으면 수사기록 중에서 혐의 하나를 더 골라 또 구속영장을 만들면 또 여섯 달 구속하고 그렇게 한없이 구속시킬 수 있는 것일까? 40년 법의 밥을 먹고 그중 30년을 변호사를 해 오면서 그런 특이한 경우를 처음 본 것 같다. 구속사건의 경우 어떤 어려운 사건이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재판은 여섯 달 만에 끝이 났다. 법에 그렇게 하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십 년 전부터 권력의 핵심인물이나 대통령이 법정에 서면 담당 법관들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흔들리는 걸 목격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죽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였다.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에 의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가 체포되고 군부 내부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군권을 장악한 전두환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시민의 저항에 불이 붙어 타오르고 있었다. 김재규는 자신의 행동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한 거사임을 법정에서 주장하고 그 말이 설득력을 가지고 퍼지고 있을 때였다. 구명운동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수도군단의 법무장교였던 나는 어느 날 육군본부 군사법원에 갔다가 법정 앞에서 그곳에서 몇 십 년 근무해온 고참 준위와 마주쳤었다. 법무병과의 원로로 우리 같은 초급장교들한테 잘 대해주던 형님 같은 존재였다. 그가 나를 보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내뱉었다.

“이게 재판인 거야 개판인 거야? 법정 뒤에 모니터가 연결된 방에서 권력을 가진 놈이 지시를 쪽지에 적으면 나는 그걸 법정에 전달하는 심부름을 하고 있어. 법정 위에 군판사로 앉은 저 놈은 장군이 될 욕심에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꼭두각시야. 한심한 놈이지. 여기 분위기가 그래.”

김재규의 운명은 이미 모든 게 예약이 된 것 같았다. 그 무렵 학생소요가 격화되고 있었다. 시위군중의 힘이 경찰력이라는 둑을 넘어서고 있었다. 시국의 역류에 당황한 신군부의 핵심참모들은 김재규에 대한 재판을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졸속재판으로 사형이 선고되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신군부의 핵심이 담당 대법관을 찾아갔다. 그는 재판을 빨리 확정지어주면 그 공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재규에 대한 사형이 확정됐다. 나보다 한 기(期) 위의 법무장교가 김재규의 사형집행을 지휘했다. 그는 김재규의 마지막 모습을 사석에서 후배장교인 우리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마지막에 손에 염주를 들고 있는데 사시나무같이 손을 벌벌 떨고 있더라구. 이미 죽기 전에 혼이 빠져 있었어.”

그 후 전두환 정권이 서고 대법원에서 김재규에 대해 내란목적은 아니라고 반대의견을 냈던 다섯 명의 대법관은 모두 쫓겨났다. 반대로 협조했던 대법관은 사법부의 최고 수장이 됐다. 이 얘기는 후일 내가 담당 변호사가 되어 전두환의 심복핵심인 인물로부터 직접 들었던 내용이다.

인간의 운명은 돌고 도는 것 같다. 그 후 어느 날 신문에서 사법부의 수장으로 성공한 그 분이 한강다리에서 떨어져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 언론은 자살의 동기를 우울증으로 추정했다. 군사법원에서 꼭두각시를 했던 심판관들도 그 끝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은 걸 목격했다. 장군들이 되고 국회의원 공천을 받고 승승장구해도 결국은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걸 봤기 때문이다. 모든 건 인과응보의 법칙이 적용되나 보다.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자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 사형에 처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법적인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김영삼 정권은 법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고 해서 특별법들을 만들었다. 그곳에 진정한 법치주의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하루에 여덟 시간씩 매주 재판을 하는 강행군이었다. 사형선고가 예정되어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김영삼 대통령의 무서운 성격상 죽일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전두환 측은 죽을까봐 떨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나는 하루 여덟 시간씩 강행군 하는 그 재판을 서른 번 동안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방청석 앞에서 다 봤다. 재판인지 죽은 권력에 대한 정치보복인지 서민인 나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권력의 핵심에서 담당 재판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믿을 만한 분의 얘기였다.

법대 위에 올려진 정치를 보는 재판장의 내면에는 무엇이 또아리를 틀고 있을까 궁금했다.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일까. 아니면 오물 같은 다른 요소가 섞이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권력의 요구에 따르면 그 댓가는 달콤할지도 모른다. 전두환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담당법관은 그 후 법관으로서 최고 명예로운 지위까지 올라갔다.

대통령들의 운명이 기구한 대한민국이었다. 법정에 서기 싫은 개결한 성격의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 새벽 바위산에서 뛰어 내려 죽음을 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서 정치재판을 거부하고 있다. 더 이상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고 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변호사들도 일제히 재판을 거부했다. 국민들이 사법부를 주시하고 있다.

법관들이 시대의 광풍에 풀처럼 휘어지지 말고 거목처럼 우뚝 서서 맞서야 할 시점이다. 나는 직접 현장에서 당사자로 있으면서 목격했다. 미국산 쇠고기만 먹으면 광우병이 걸린다는 선전선동을 그리고 영국 도축장의 광경을 미국의 것으로 속인 자들의 행위를 담당법관은 허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나는 껍질이 덮인 그의 눈을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보아도 보지 못했다.

친일반민족행위를 처벌하자는 광풍이 불 때 시류에 영합하는 판사들이 순간의 고민조차 없이 위원회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많이 봤다. 들어도 듣지 못하는 존재들이었다. 시대의 광풍이나 정치권력 앞에서 그들은 시대의 닻이 되지 못하고 돛이 되어 버렸다. 이제 그 돛들은 접고 닻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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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야 2017-11-22 오전 8:15

    법관들은 양심의 최후 보루인데
    시류에 맞춘 판결을 한다면, 차라리 알파고가 훨씬 합리적인 판결를 할 것 같습니다.

  • 정답과오답 2017-11-20 오후 2:53

    아직도 대한민국은
    국가라기 보다 조폭집단에 가깝다
    국민수준도 그렇고
    지도자 수준도 비슷하다
    남이나 북이나
    헐수없는 민도에 헐수없는 정부
    후진국인지 후진국의 조폭들인지로 봐야 한다는

  • 갈천 2017-11-20 오전 12:59

    김재규 재판이 잘못되었다는 건가? 대법원이 아슬아슬한 차이로 김재규 내란목적 살인라고 판결했는데 하급심 군사재판이 잘못되었다고?
    엄변은 정승화 재판과 김재규 재판에 대한 기억을 혼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신현확과 박근혜도 김재규의 기소를 단순 살인사건으로 했어야 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후 정국의 혼란한 전개과정으로 볼 때 그편이 나았다고 하는 의미 아니었을 까. 김재규의 박정희 살해가 충동성이 강한 것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아무런 군대 동원 계획도 없었고.

    그러나 어쨌든 그는 분명희 안가파티에 참석이 확정되고 나서 정승화를 불렀고 스스로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려고 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고문에 못이겨 허위진술한 것인가. 이학봉이 엄변에게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 엄변은 판단하시는가?

    김재규에 대한 군사 재판을 신군부가 졸속으로 했다는 엄변의 판단 근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김재규의 1심 재판은 이미 12.12 이전에 정승화 총장 시기에 상당부분 진행하였고 판결은 12월20 선고되었다. 불과 8일전 일으킨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이 김재규 선고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국민 감정상으로 김재규는 빨리 죽어줘야했고 단순살인인지 내란목적살인인지 애매모호하지만 일단 그렇게 기소한 이상 달리 반론이 없는 이상 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군검찰이 무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법원에서 아슬아슬하게 확정판결이 났는데 설마 그것도 전두환의 영향 때문이란 말인가. 전두환의 압력(호소인지 강압인지)에도 불구하고 반대의견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어떻게 김재규 재판이 잘못되었다는 건가.

  • stargate 2017-11-19 오후 11:36

    1987년 소위 민주화라는 광풍을 겪은 뒤에 우리 사회가 과연 민주화가 돠었는가?
    작금의 사태를 지켜 보면 오히려 퇴보하였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겠느가?
    지난 일년간의 탄핵 사태를 지켜 보면서 공권력의 횡포가 어떤 사회적 공포를 가져 오는가를 똑똑히 지켜 보았다.
    그리고 공산주의 비극의 역사를 지탱해 왔던 허위 선동의 광풍을 지켜 보았다.
    대한 민국이 짧은 기간 동안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었는데
    그 판단은 크게 잘못된 것임이 명백하다.
    역시 민주화라는 가치는 상당한 시간과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 들여할 것 같다.
    당분간 서로 죽이고 죽이는 피를 흘리는 시간이 반복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명백한 사실을 받아 들이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다.

  • 김진배 2017-11-19 오후 10:36

    김재규는 악마가 아니다
    초기의 박정희는 영웅이었다. 고속도로, 울산, 포항, 새마을 운동

    후기는 잘못이다. 특히 유신
    그러므로 김재규를 악마라고 단죄하는 건 박정희를 우상화하는 것이다.
    박정희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장단점이 있다. 신이 아니지 않는가?

    박정희를 좋아하지만 그의 모든 행동을 찬성하지는 않는

    유머강사 김진배

  • 김진배 2017-11-19 오후 10:31

    미국 쇠고기 사건


    솔직히 말하면 미국이 욕을해도 할 말이 없다.
    반성하는 놈이 아직도 없네
    무지하고 비겁한 인간들

    유머강사 김진배

  • 소월하인 2017-11-19 오후 10:24

    임마뉴엘 칸트가 '세상 현재의 시스탬 아래에서 가장 큰 권력은 돈이라고 합니다.' 검찰과 판사에게 평생 먹고 살수 있도록 돈을 국가가 듬뿍주면 어떻게 행동할 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정의보다는 돈을 찾아 날 뛸 것입니다. 그게 인간입니다. 인간의 한계입니다.

  • 골든타임즈 2017-11-19 오후 10:13

    재규는 악마다

  • 논현거사 2017-11-19 오후 10:11

    저는 우리나라 법조가 법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아주 한심한 집단인데도,
    스스로 국가운영의 큰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에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끼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권력, 승진, 돈 앞에 줄 서서 판결 왜곡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행하는 존재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전관예우 같은 단어가 존재하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전관예우라는 것이 있다는 자체가 공정한 법질서가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웅변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굳이 전관예우가 아니라도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판검사의 인맥부터
    찾는 것이 기본이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변호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법조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이해조차도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더더욱 한심하고요.
    도대체 연수원에서는 공권력의 엄정함과 법조인의 기본 자세에 대한
    교육을 빼고 무엇을 가르치는 지 알수가 없고요.
    한 나라의 법조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서도 부끄러워하는 법조인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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