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곁에 두고 名文을 베껴라

논술교사의 논술秘法 /분명한 주제(내용)를 가지고, 알맞은 체제(형식)로 쉽고 정확하게 전달(표현)하면 성공
*월간조선에서 펴낸 책 '한국의 名文'에 실렸던 글이다.


三多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를 논술에 적용하여 보면 아무리 사고력이 뛰어나고, 배경 지식이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표현을 못하면 독자를 설득해야 하는 논술의 기본적인 소임을 다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표현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 주위에 똑같은 유머를 전달해도 배꼽 빠지도록 재미있게 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썰렁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바로 말하는 표현력의 차이이다.
잘 쓴 논술문이란 필자의 생각과 느낌, 주장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표현력이 좋은 글을 말한다.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충실성, 독창성, 성실성, 일관성을 갖추어야 하고, 명료성, 정확성 등을 가져야 한다. 표현이 잘된 글이 좋은 글이라면 사고력,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표현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표현력의 주요 요소는 적절한 개념이나 용어의 구사, 매끄러우면서도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 체계적인 구성, 적절한 분량 등이 있다. 주지하는 바이지만 논술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분명한 주제(내용)를 가지고, 알맞은 체제(형식)로 쉽고 정확하게 전달(표현)하면 성공이다.
‘옛말 그른 것 없다’라는 말이 있다. 조상들의 체험의 결과이니 또 하나의 옛말을 생각해 보자. 좋은 글쓰기 공부로 많은 사람들은 옛사람인 歐陽修(구양수)의 옛말 ‘三多(삼다)’를 굳게 믿고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多讀(다독), 多作(다작), 多商量(다상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多讀이다. 이는 다른 모든 작업이나 기술과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데도 남의 글을 많이 읽음으로써 배우는 바가 많다는 것이다. 주어진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조리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다음으로 多作은 논술 능력이란 스스로 많이 서 보는 등의 자신의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多商量은 사물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민한 감수성을 평소에 꾸준히 기르라는 뜻이다. 이 세 가지는 곧 논술에 필요한 배경지식, 사고력, 표현력을 기르는 첩경이다.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 우선은 어휘력에 주목해야 한다. 한 편의 글은 언어로 표현되는 언어 단위이다.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인 낱말로부터 문장, 문단을 거쳐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단위로, 하나의 완성된 언어 단위로서의 글이 된다. 그러니 낱말의 사용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어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길이 표현력을 높이는 최우선 과제이다.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부단히 국어사전을 찾는 길이 가장 효과적이다. 더불어 속담사전이나 관용어사전, 상징사전, 유의어사전, 갈래사전, 역순사전, 용례사전, 뉘앙스사전, 반의어사전, 형용사사전, 등 특수사전을 이용한다면 더욱 좋다. 이런 사전들에는 어느 것이나 훌륭한 용례가 실려 있어 이를 암기하는 것만으로도 글쓰기 공부가 된다.

일단 무엇이든 써라!

이런 사전들에 힘을 입어 적재적소에 的確(적확)한 어휘를 사용한다면 그야말로 표현이 잘 된 글이 될 것이다. 토박이말을 쓸 자리에 한자어나 외국어를 쓴다거나, 비속어를 사용하게 되면 글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논술 답안의 평가에서 어휘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이다.
둘째로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주 써보아야 한다. 즉 多作이 필요하다. 초보자는 주제나 분량, 글의 의도 등을 주어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작문에 막연한 부담감이랄지 공포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데에 많은 글을 써보는 것처럼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우선 한 문장을 정확하게 써보는 연습을 해야 하고, 그런 다음에는 한 문단을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으로는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한 후에 글 전체를 서론, 본론 결론으로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무작정 글을 쓰라면 더욱 막연하다. 그래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일기를 쓰자는 것이다. 출발은 메모로부터 하고 점차 글의 분량을 늘려 가는 것이다. 별 다른 부담 없이 하루의 일을 두서없이 적어 나가다 보면 상상하지 못할 효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무엇보다 좋은 표현력을 기르는 글쓰기 연습은 名文을 모방하여 쓰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흔한 말이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는가. 名文을 자주 대하고, 옮겨 적다가 보면 자연히 어휘력도, 문장력도, 구성력도 늘게 된다. 더군다나 교과서에 실린 名文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맞춤법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이른바 一石二鳥(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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