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文 시리즈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우리들의 마음도 흔들린다. 온 우주의 공간이 흔들린다
편집자 注: 이글은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된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1997년 판에서 에필로그 부분을 옮겨온 것이다. 윤금초씨 추천.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하나의 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그만 이파리 위에 우주의 숨결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제각기 돋았다 홀로 져야 하는 하나의 나뭇잎, 한 잎 한 잎이 동떨어져 살고 있는 고독의 자리임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그 잎과 잎 사이를 영원히 세월과 무한한 공간이 가로막고 있음을.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왜 이처럼 살고 싶은가를, 왜 사랑해야 하며 왜 싸워야 하는가를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생존의 의미를 향해 흔드는 푸른 행커치프… 태양과 구름과 소나기와 바람의 證人(증인)… 잎이 흔들릴 때, 이 세상은 좀더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의 욕망에 눈을 떴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들었다.
다시 大地를 향해서 나뭇잎은 떨어져야 한다. 어둡고 거칠고 색채가 죽어 버린 흙 속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본다.
피가 뜨거워도 죽는 이유를 나뭇잎들은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생명의 아픔과, 생명의 흔들림이, 망각의 땅을 향해 묻히는 그 이유를… 그것들은 말한다. 거부하지 말라.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大地는 더 무거워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引力(인력)이 나뭇잎을 유혹한다. 언어가 아니라 나뭇잎은 이 땅의 리듬에서 눈을 뜨고 눈을 감는다. 별들의 運行(운행)과 나뭇잎의 파동은 같은 질서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우리들의 마음도 흔들린다. 온 우주의 공간이 흔들린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