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注: 작가는 1963년 ‘사상계’로 데뷔, 1975년 이 작품을 발표했다. 이 글은 ‘죽음의 한 硏究’에서 추천자인 시인 신현림이 발췌한 것이다.
…나는 어찌하여, 햇볕만 먹고도 토실거리는 과육이 못 되고, 이슬만 먹고도 노래만 잘 뽑는 귀뚜라미는 못 되고, 풀잎만 먹고도 근력만 좋은 당나귀는 못 되고, 바람만 쐬이고도 혈색이 좋은 꽃송이는 못 되고, 거품만 먹고도 굳어만지는 진주는 못 되고, 凋落(조락)만 먹고도 생성의 젖이 되는 겨울은 못 되고, 눈물만 먹고도 살이 찌는 눈 밑 사마귀는 못 되고, 수풀 그늘만 먹고도 밝기만 밝은 달은 못 되고, 비계없는 신앙만 먹고도 만년 비대해져가는 神(신)은 못 되고, 똥만 먹고도 피둥대는 구더기는 못 되고, 세월만 먹고도 성성이는 백송은 못 되고, 각혈만 받아서도 곱기만 한 진달래는 못 되고, 쇠를 먹고도 이만 성한 녹은 못 되고, 가시만 덮고도 후끈해하는 장미꽃은 못 되고, 때에 덮여서야 맑아지는 골동품은 못 되고, 나는 어찌하여 그렇게는 못 되고,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는가? 유정 중에서 영장이라고 내 자부했던 사람, 허나 어찌하여 나는 흙 속의 습기 속으로만 파고드는 지렁이도 흘리지 않는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한눈에 보는
베스트 기사
- 1 권양숙이 딸을 위해 건넨 13억 돈상자는 환치기 방식으로 미국으로 송금되었다!
- 2 北김여정 입에서 '삶은 소대가리' 욕설 안 나와서 '로우 키(low key)'인가
- 3 ‘답변이 제한됩니다’는 하나마나 한 말장난
- 4 '암살자(들)'의 가장 궁금증…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왜 출연했나?
- 5 "나 자살하지 않았어. 살해됐어”
- 6 잠시 韓이 싫었지만 이젠 韓을 위한 변명을
- 7 지금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
- 8 북한 지뢰를 북한 지뢰라고 말도 못 하는 정부
- 9 영상으로 思想을 전파하려는 연출자들의 오만
- 10 국민과 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싸우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