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能弘道 非道弘人」
인상 깊은 액자가 걸려 있는 교수실에서 언젠가 박종홍 선생은 우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책 중에선 중용(中庸)이 제일이지.”
“中庸”ㅡ 치우침이 없어라
사서삼경 중 하나로 공자의 손자 子思의 저서다. 첫 장 첫 구절.
「天命之謂(위)性 率(솔)性之謂道」
“하늘이 명한 것을 (천지만물의) 性(질)이라 부르고, 그 성(질)을 따라가는 것을 (만물이 걸어가야 할) 道라 부른다.”
동물性, 식물性, 광물性 : 남性, 여性, 중性 : 人性, 物性; 합리性, 가능性…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늘에서 주어진 성질을 그대로 따라가야 제 구실을 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한 구절이면 철학공부는 다 끝나겠구나! 몹시 감격했다.
괴테는 ‘시’와 ‘현실’을 혼동하지 말 것을 인생의 가장 큰 교훈으로 삼았다. 꿈이요 공상인 ‘시’를 현실세계로 끌어내려 실현하려 하면 파탄이 온다. ‘현실’은 현실대로 살면서 그것을 시나 소설로 승화시켜야만 세상을 건전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와 ‘현실’의 잣대로 수만 가지 세상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ㅡ 중용의 이 잣대도 괴테의 잣대 이상으로 이 세상 온갖 것을 다 해결해 줄 듯 했다.
‘중용’이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하늘이 준 ‘天性’에 따라 움직인다면 그것은 치우침이 없이 ‘자기실현’의 길을 걸을 것임에 틀림없다. 중용보다 2천년 뒤에 나온 몽테뉴의 에세이는 마치 몽테뉴가 중용을 읽고 그것을 실천한 얘기가 아닌가 싶게 둘의 뜻이 같다.
“네 자신을 알라”ㅡ 행복의 길
몽테뉴는 일생을 ‘자기 탐구’를 통해 행복을 추구했다. 하늘이 준 ‘人性’이 어떤 것인지 자기를 몰모트로 추구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인간의 모든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네 자신을 알라’를 모토로 한 자기탐구의 ‘에세이’ 가운데 몇 재미 있는 구절을 들여다 보자. 에세이는 이런 구절들의 집대성이다.
남의 처지를 부러워 마라. 네 안에 지니고 있는 것을 찾아내 즐길 연구를 하라.
나를 벗어나려 애쓰지 마라.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라.
자연은 식욕 성욕 등 인간의 모든 욕망에 쾌락이 따르도록 마련해 놨다.
고통은 욕망을 과도하게 부리는 데서 온다. 절제는 쾌락을 더욱 높이고 고통을 예방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주어진 성질대로 사는 것이 정도(正道)이고 또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이다. (‘자연을 따르라’가 그의 생활신조였다.)
마지막에 이렇게 결론지었다.
“나의 존재를 제대로 즐길 줄을 아는 것은 거의 신에 가까운 절대적 인생의 완성이다.”
그는 60 가까워 ‘몽테뉴 에세이’ 3권으로 자기 탐구의 기록을 마감하면서 자기는 보통 사람의 두배로 삶을 즐겼노라고 술회하였다.
(주) 「人能弘(홍)道 非道弘人」 :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도”의 번역은 “이데올로기”다. 이 글이 불현듯 떠오른 것은 요즘 386의 행태가 너무나 상징적으로 이 경구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李晟遠/청소년도서재단이사장
中庸과 몽테뉴 에세이
- 李晟遠(미래한국)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6-11-05, 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