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힘이 생기고, 사랑을 받으면 용기가 생긴다"

어느 주례사에서
*최근 필자가 한 주례사의 일부.


경주박물관 뜰에 가보면 속칭 에밀레종이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라 聖德(성덕)대왕신종이 있는데, 새겨진 銘文(명문)에 圓空神體(원공신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종처럼 둥글고 속이 텅 빈 상태가 하나님의 몸이란 뜻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둥글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지혜라는 말인데, 물론 마음을 비워야지 머리를 비워선 안 될 것입니다. 둥글게, 원만하게 살아가려면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중심이 없으면 원을 그릴 수 없습니다.

결혼의 본질적 의미는 생명과 사랑의 결합입니다. 간디는 사랑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고 했습니다. 빅토르 유고는 생명은 꽃이고, 사랑은 꿀이라고 했습니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의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이 결혼인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물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이 지구 위에 서 있다는 것이 기적입니다.
결혼은 인생 최대의 선택이고 승부수입니다. 결혼은 과거를 기준으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미래를 향하여 뭉치는 일입니다. 과거에 무엇이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일 무엇이 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결혼의 첫 페이지는 詩로 기록되지만 나머지 페이지는 전부가 散文(산문)으로 기록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열정과 사랑은 결혼생활의 도입부이고, 順航(순항)고도에 들어서면 理性과 신뢰가 일상적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人生이란 한자어를 풀면 뜻이 이렇습니다. 生, 즉 인간의 삶은 소牛가 외나무다리(한 一자)를 지나가는 것처럼 위태위태하므로 人, 즉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랑과 결혼은 완벽한 상대를 찾는 일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대라도 완전한 존재로 볼 수 있는 안목과 여유를 키워가는 과정입니다. 그런 눈을 가질 때 남편에겐 아내가, 아내에겐 남편이 항상 완벽한 존재일 수 있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것은 상대가 완벽하고 위대하여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상대를 완벽한 존재로 간주하거나 그렇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입니다. 헬렌 켈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인데, 그것은 가슴으로 느낄 수만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남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물건은 여자의 그런 가슴이라고 합니다.
너그럽고, 든든한 아내를 둔 남편은 그 어떤 시련이 있어도 위기를 돌파해내고 든든한 남편을 둔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인생은 결국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생산하고 얼마나 건설하였는가로 평가될 것입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마음대로, 멋대로 살면서, 주저 없이 일하고 일한 뒤에 후회 말라, 그리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만들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 매일 매일 사랑하라,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이, 그러나 내일보다는 좀 적게 사랑하라.
토마스 칼라일은 인생의 비극은 고통이 아니라 못해 보는 게 너무 많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괴테는 “위험하게 살아라, 그게 옳게 사는 법이다”라고 도전적 삶을 격려하였습니다. 용감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입니다.

두 신랑 신부는 그러나 저 남태평양의 통가나 피지가 아니라 휴전중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살아가야 할 운명입니다. 군사적 대치 속에서 이념전쟁이 계속되는 조국입니다. 한국인으로 산다 함은 경쟁과 투쟁을 숙명적인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두 분이 父母세대처럼, 한 손에 망치 들고 다른 손에는 총 들고,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야 했던 그런 시대를 살지 않으려면 1950년 6월25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이 60년 전쟁을 여러분 세대의 힘으로 끝내야 합니다. 우리 시대의 대명제는 자유통일하여 북한동포를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키고 일류국가를 만드는 것인데, 두 분이 이 시대정신을 자신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반영하는가에 의하여 인물의 크기가 결정될 것입니다.

새의 둥지가 뒤집어지면 그 안에 있는 새알은 부서지게 마련입니다. 공동체라는 둥지를 뒤엎으려는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일은 가정을 지키는 일이요, 사랑과 행복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끝으로 저는 두 분에게 선물을 하나 드리려 합니다. 겸손이란 선물입니다. 겸손은 고귀함보다 더 낫다고 합니다. 겸손해야 고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낮추어야 나중에 높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분처럼 모든 것이 정상적이고 유복한 사람들에게는 겸손과 봉사가 의무사항입니다.
공자는 論語에서 말하기를 “富者가 겸손해지는 것이 가난한 사람이 원한을 품지 않는 것보다 쉽다”라고 했습니다. 사도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성경의 말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너의 이웃을 너의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부자가 겸손해져야 가난한 사람의 원한을 다스려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부자가 1인당 500만원만 투자하면 북한이란 지옥으로부터 한 생명을 구출하여 서울로 데리고 올 수 있는, 모두가 쉰들러가 될 수 있는 그런 기회의 땅입니다.

결혼은 결국 떠나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품 속을 떠나 未知(미지)의 大洋으로 항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거친 풍랑이 두 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荒天(황천)항해를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떠나야 합니다. 이제 두 사람에게 두려움은 없습니다. 사랑하면 힘이 생기고, 사랑을 받으면 용기가 생깁니다.

하객 여러분, 두 신랑 신부의 人生항로가 성공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이웃과 사회와 나라가 그 득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두 사람의 거취를 계속 지켜봐주시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두 분의 행운을 빌면서 경청해주신 하객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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