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說(전설·legend)은 說話(설화)에 속한다. 說話속에는 앞서 이야기한 神話(신화)와 傳說, 그리고 民譚(민담)이 있다. 傳說은 神話와 두 가지 점에서 같은 성격을 가진다.
첫째, 둘 다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모두 그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는다는 점과 그 이야기에 증거가 있다는 점이다. 둘 사이에는 이질성도 존재한다. 神話는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그것을 신성시하는 반면, 傳說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神話는 포괄적이나 傳說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神話의 증거는 포괄적인 것인 반면 傳說의 그것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그리스 神話에 나오는 아름다운 청년 나르시스는 죽은 후 수선화가 되었다고 한다. 이 수선화는 그리스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꽃이다. 반면, 우리나라 傳說 중 호랑이가 물어다 준 처녀 이야기의 증거물인 ‘男妹塔(남매탑)’은 오직 충청남도 鷄龍山(계룡산) 중턱에 있는 두 돌탑 뿐이다.
傳說은 ‘어떤 민족이나 지방의 민간에 전해져 오는 자연물 또는 인간과 그 행위를 주로 한 이야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가 傳說을 읽으면 옛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알 수 있다. 歷史書(역사서)의 기록도 옛 사람들의 삶에 대해 쓴 것이지만 그것이 추상적인데 반해 傳說은 훨씬 더 구체적이다.
傳說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 중 하나가 바로 그 시대의 歲時風俗(세시풍속)이다. 예를 들면 신라에는 매년 정월 보름을 ‘烏忌日(오기일)’이라 하여 찰밥을 해 제사를 지냈다 한다. 傳說에 따르면, 신라 炤知王(소지왕)은 까마귀가 미리 알려 준 덕분에 암살을 모면하고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이후 ‘까마귀 烏(오)’字를 써 烏忌日이라는 節祀(절사)가 생겨났다고 한다.
勸善懲惡(권선징악)적 敎訓譚(교훈담)의 전형은 孝道
 
傳說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지식도 준다. 경상남도 梁山(양산) 通度寺(통도사) 뒤에는 靈鷲山(영취산)이 있다. ‘靈鷲’란 신령스런 수리(猛禽․맹금)라는 뜻인데 이름이 그렇게 된 데에는 한 가지 사연이 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산길을 가다 보니 한 마리의 수리가 꿩을 덮쳤는데, 이상하게도 잡아먹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더니 그냥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더란다. 알고보니 그 수리는 이 새끼를 보호하느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 다는 걸 알고는 차마 잡아먹지 못하고 살려 주었다고 한다. ‘신령스런 수리’가 사는 산이라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대부분의 傳說은 勸善懲惡(권선징악)의 위협적 敎訓譚(교훈담)을 담고있다. 곧 우리의 傳說들은 그 이야기로 여러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 전형이 ‘효도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종(婢․비)으로 팔아, 눈먼 어머니를 봉양한 신라 시대의 효녀 知恩(지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녀의 효행이 알려지자 나라에서 그녀를 종살이에서 풀려나게 해 주고 집과 많은 양식을 주어 그녀가 부자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비슷한 시기, 어머니를 때린 패륜아가 하늘이 내린 불벼락에 맞아 죽었다는 沙湌如冬(사찬여동) 이야기는 불효가 얼마나 큰 죄인가를 일깨워 준다. 그 밖에도 우리 傳說은 ‘여자는 정절을 지켜야 한다’, ‘형제간에는 우애가 있어야 한다’, ‘이웃은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또 동냥을 부탁하는 중의 보자기에 곡식 대신 소똥을 넣어 준 富者(부자)가 천벌을 받았다고 하는 ‘장자 못’ 傳說도 악행에는 반드시 벌이 따른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입방정을 경계하는 것도 있는데 ‘에밀레 종’ 이야기가 그런 것이다. 한 여자가 梵鐘(범종) 鑄造(주조)에 施主(시주)를 해달라는 중에게 ‘줄 것이라고는 이 어린 자식 밖에 없다’고 했단다. 결국 그 아기를 鑄造하는데 바쳐, 쇳물과 함께 녹여졌다는 것이 이야기의 주된 줄거리다.
傳說은 우리 문학의 뿌리가 되어 왔다
‘아기장수’ 傳說은 민중의 恨(한)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차 將帥(장수)가 되어 민중을 구할 아기가 태어났는데 그 어머니가, 그 아기가 壯士(장사)가 되면 자기가 나랏님한테 화를 입을까 겁내어 자기 손으로 죽였다는 것인데, 그 이야기를 하면 듣고 있던 사람들은 ‘저런, 쥑일……’이라고 분개했다 한다.
그렇다고 우리 조상들이 한숨과 눈물만 보인 것은 아니다. 혈육을 어미가 죽이는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일에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충청남도 扶餘郡(부여군), 전라북도 益山郡(익산군) 등지에는 아기장수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언젠가 다시 와 세상을 구하겠다’며 자취를 감춘 ‘사라진 아기장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傳說은 또 우리 문학의 뿌리가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먼 북쪽 강가에서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죽었는데, 죽어서도 이승에 남겨둔 오라비와 동생들을 잊지 못해 새가 되어 울고 있다는 傳說은 金素月(김소월)의 詩 <접동새>로 재탄생됐다. 위에서 언급한 효녀 知恩 傳說은 그 후 <沈淸傳(심청전)>이 되었다. 또 <春香傳(춘향전)>도《天倪錄(천예록)》에 실려있는 平安道(평안도) 監司(감사)의 아들과 그곳 官妓(관기)의 사랑 이야기가 소설이 된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우리의 傳說은 여러 의미에서 우리 문화의 源流(원류)요,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의 강한 동포애도 결국 수 천 년 전부터 조상들이 먹어 온 음식을 같이 둘러 앉아 먹고, 같은 母國語(모국어)를 쓰고, 위와 같은 傳說을 서로 이야기하고, 듣는 동안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한다.











